[영화와 복음]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 케이크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유
[영화와 복음]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 - 케이크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유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08.03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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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뭘까?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에서는 전설적인 파티시에 토무라(에구치 요스케)가 만드는 케이크가 사람들을 미소짓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한다. 왜 그럴까? 맛이 너무 탁월해서일 수도, 분위기가 멋스러워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파티시에가 그 케이크를 만들 때 의미를 담기 때문이다. 더불어, 똑같은 케이크라 할지라도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의미로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상이나 사물 그 자체보다는 그것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가 감동과 행복을 좌우한다. 그런 면에서 케이크는 대부분 최고의 순간이나 축하의 시간, 혹은 행복을 만끽해야 할 그 절정의 타이밍에 등장한다. 그래서 그 케이크를 먹는 사람은 행복하다.

나츠메(아오이 유우)는 남자친구 우미(오노우에 히로유키)를 만나기 위해 시골 가고시마에서 도쿄의 코안도르 과자점에 찾아온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이미 떠나고, 홀로 남겨진 그는 코안도르에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고향에서 아빠 일을 도와 케이크를 만들었던 경험에 자신만만했던 나츠메는 그곳에서 일하며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깨닫는다. 어느 날, 코안도르 운영자 요리코(토다 게이코)는 중요한 만찬회에 음식을 제공하는 계약을 따내지만, 사고로 두 달간 입원하면서 코안도르는 해산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에 나츠메는 고군분투하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코안도르에 종종 들러 시식했던 전설적인 파티시에 토무라를 찾아가 셰프가 되어달라고 요청한다. 자신 때문에 교통사고로 딸 유미를 잃은 죄책감에 더 이상 케이크를 만들 이유를 찾지 못하고 현업에서 은퇴한 토무라는 나츠메의 설득에 응하고, 사람들을 수습하여 만찬회를 준비한다. 드디어 만찬회, 아름답고 맛난 음식들이 들어가고 마지막 디저트로 코안도르팀의 케이크가 전달된다.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 프랑스에서 새해를 기념하면서 먹는 케이크)를 선사하며 참석자들을 설레게 하고, 주인공인 어린 소녀가 자신의 케이크에서 페브(작은 도자기 조각상)를 발견하며 만찬장은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찬다. 마침내 토무라는 이혼했던 전 아내와 화해하고, 나츠메는 뉴욕으로 연수를 받으러 떠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는 아름답고 감칠맛 도는 케이크들의 향연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거기에 파티시에의 정성이 한가득 가미된 케이크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또한, 케이크 제작과정에서 보여주는 재료의 선택과 반죽, 숙성 그리고 토핑을 얹는 장식과 쇼케이스 진열의 매 순간은 우리 인생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의 기본자세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하나의 케이크를 만든다는 건 곧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파티시에에게 케이크는 단지 하나의 상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목적과 의미는 삶을 살맛 나게 하고 맛과 멋을 창출한다. 토무라에게 케이크는 가족과 삶을 이어주는 매체이자 끈이다. 그런 토무라가 케이크 제작을 그만둔 이유는 자신의 잘못으로 딸이 죽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토무라가 정성스레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을 딸 유미가 바라보면서 잠이 드는 장면을 보여준다. 아빠와 함께 케이크 만드는 걸 기대하며 좋아했던 딸. 토무라에게 케이크는 사랑하는 딸을 위한 도구였고, 딸의 존재를 기억하게 만드는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삶의 의미를 상실한 토무라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동기는 죽은 딸이 진정 바라고 소망하는 게 멋진 케이크 제작이란 깨달음이었다. 바로 그 역할을 영화에선 왈가닥 시골 아가씨 나츠메가 담당한다. 좌충우돌이지만 순수한 나츠메는 죄책감과 절망으로 삶을 회피하던 토무라를 이제는 직면하여 이겨내도록 이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재주를 가진 건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다. 문제는 그 선물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탁월한 재능 못지않게 그 재능을 발휘할 의미와 이유, 목적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 빛을 발하고 자신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누군가가 행복을 느끼게 도울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 행운의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도,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깨닫기만 한다면 말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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