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불신지옥〉 - 맹신과 접신(接神)의 비극적 결말 공포사회
[영화와 복음] 영화 〈불신지옥〉 - 맹신과 접신(接神)의 비극적 결말 공포사회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07.2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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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지하철이나 거리를 다닐 때, 어깨와 허리에 빗겨 맨 띠에 빨간색으로 쓰인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문구를 본다. 여기에 ‘예수천당’이란 말은 슬쩍 빼고 ‘불신지옥’만 선택적으로 차용해 만든 영화가 〈불신지옥〉이다. 2012년 전 국민에게 로맨스의 추억을 선사한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의 데뷔작으로, 2009년에 제작되어 한국 공포영화계에선 상당한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엄마와 단둘이 살던 동생 소진(심은경)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언니 희진(남상미)은 급히 집에 내려온다. 하지만 광신에 빠진 엄마(김보연)는 기도하면 소진이 돌아온다며 교회만 다니고, 이에 희진은 경찰에 신고하여 담당형사 태환(류승룡)이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소진의 사망과 관련된 이웃들이 하나둘 죽는다. 엄마는 이미 소진이 신들린 걸 알았지만 그녀가 재림예수라 생각하여 부활을 믿었고, 이에 큰딸 희진과 함께 투신한다. 소진에게 들어갔던 악령이 그녀를 괴롭혀 죽음으로 이끌었던 이웃들을 저주하여 죽였고, 또 다른 영매를 찾아 들어가면서 영화는 끝맺는다.

영화 〈불신지옥〉의 독특함은 공포를 택한 방식에 있다. 일반적으로 ‘공포’는 잔인한 살인이나 고문, 신체 훼손 혹은 귀신이나 좀비류의 등장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에서 공포의 소재를 따온다. ‘불신지옥’이라는 문구에서 연상되듯, 편협하고 광적인 신앙을 가진 엄마와 신내림으로 영매(靈媒)가 된 딸의 만남이라는 컨셉으로 진행된다. 둘 다 한국의 종교적 현상과 관련이 깊다. 한국인의 정서에 무의식적으로 내재한 신들림의 무속과 왜곡된 형태의 기독교 신앙이 불행하게 만남으로 발생한 공포다.

이런 ‘맹신(盲信)’과 ‘접신(接神)’의 조우는 엄청난 갈등과 희생, 죽음을 발생시킨다. 특히 그 죽음은 타자에 의한 살인이 아닌 자살로 수행된다. 자살을 택하는 공포는 자기 내면의 저항할 수 없는 어떤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공포의 두 축인 맹신과 접신은 외부적인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지옥에 가기 싫은 인간의 심리는 지극히 본능적이다. 바로 그 심리는 명확한 대상이 아닌 모호한 어떤 것에 ‘맹신’으로 자신을 안착시킨다. 뭐라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모호한 어떤 걸 믿으며, 그게 공포가 될까? 그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제대로 믿을 게 없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대상에 대한 상실과 이로 인한 혼돈과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다.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신(神)을 찾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이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다. 실지로 영화에서, 엄마의 이웃들은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엄마와 소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이는 ‘접신’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에서 소진은 신내림을 받은 영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영매를 자신들의 병을 고치거나 복 받는 목적으로 이용한다. 결국,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이 지극히 이기적인 방법으로 한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다. 접신한 소녀의 아픔과 갈등, 두려움, 심지어 죽음도 상관하지 않는다.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포를 극복하겠는가? 올바른 대상으로의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이타적 희생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 나보다 남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회에서 공포는 존재할 수 없다. 인간에 대한 공포는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힐 때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사회 속에 공포는 똬리를 튼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공포사회가 아닌가? 기득권과 이기심에 눈먼 자들이 가득하지 않은가? 맹신의 기독교와 접신의 무속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지는 않은가? 비극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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