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저출산은 MZ세대의 탓이 아니다
[논설위원 칼럼] 저출산은 MZ세대의 탓이 아니다
  • 김은혜 교수
  • 승인 2023.07.1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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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마을이 공동체적 출산과 양육의 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5년 동안 총 380조 원의 예산을 저출산 정책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공식 발표되었고 0.78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로 우리나라 모든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대서특필하며 한국의 출산율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0.7명대의 출산율은 전쟁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특별한 역사적 사태를 제외한 소위 기본적인 사회에서는 형성되기 불가능한 수치로서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인구소멸 수준이라고 말한다.

정부와 많은 단체는 앞 다투어 정책과 대안을 모색하였지만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청년들은 출산은 고사하고 연애와 결혼조차 하기 어려운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다. 지금껏 우리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청년 당사자들의 고민과 의견을 경청하며 심층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실효성 없는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며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저출생을 청년세대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시각을 수정해야 한다. 오히려 청년 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출산을 강제하는 일방적 방법이나 경제적 지원을 통해 극복하려는 단순한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문화교육 전반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출산하지 않는 여성을 문제로 만들어서는 해답이 없다. 그래서 최근에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저출생’으로 바꾸어 말한다. 저출산이 아이를 적게 낳는 주체에게 문제의 원인을 두는 단어라는 비판 속에서 저출생은 인구감소의 책임이 사회구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둘째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설문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에 따르면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미혼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가장 많은 응답자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라는 말했다. 경제적 이유나 부부만의 행복한 생활 같은 문제는 사실 그 뒤였다. 자신의 출생을 두고 ‘태어남을 당했다“라는 표현을 있을 만큼 청년들은 그저 태어나는 것 이상으로 행복하게 살 권리를 소중히 여긴다. 따라서 향후 저출산 정책은 청년세대뿐 아니라, 그들이 낳게 될 자녀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출산과 자녀양육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개인의 삶과 미래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문화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속도는 느리겠지만, 확실한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와 기업, 그리고 교회는 자녀 돌봄에 남성의 참여를 당연하게 여기는 제도와 의식의 변화를 정착시키고 그러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생명 공동체인 한국 교회는 이러한 변화를 위해 먼저 생명을 최우선적 가치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도 한 생명이 태어나서 존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문화 형성을 위해 앞장설 수 있다. 교회 안에도 출산과 양육에 대한 설교와 가족에 대한 신앙훈련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사자인 청년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설교의 내용을 귀담아듣지도, 일상과 전혀 관련 없는 교회 프로그램들에 참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지 온 성도들이 인식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출산과 양육으로 노동하는 이들에게 “집에 가서 애나 보라”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 또한 그들의 노동이 무가치하게 여겨지는 사회, 경제와 효율성의 논리로 인해 출산을 포기하도록 종용받는 사회를 멈추는 것은 그 어떤 정책보다 시급하고 근원적이다.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바르게 키울 수 없는 사회는 미래가 어둡다. 더 나아가 교회가 솔선수범하여 생명문화를 증진시키는 일에 앞장서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돌봄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부모가 되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써야 한다.

김은혜 교수 <br>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br>
김은혜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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