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리딩누크]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설교자에게
[설교자의 리딩누크]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설교자에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7.17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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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그 리거의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서서히 마무리됨에 따라 그동안 중단한 여름철 단기선교를 재개하는 교회가 여럿 있습니다. 목회자로서는 약 3년 만에 단기선교를 다시 준비하다 보니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이 밀려오는 게 사실입니다. 단기선교를 앞두고 목회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지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단기선교를 앞둔 목회자는 단기선교를 준비할 때 선교의 신학적 의미를 깊이 성찰하지 못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선교 준비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단기선교는 그 신학적 의미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목회자 개인의 영성과 교회의 온전한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신학자 요르그 리거가 집필한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는 단기선교 전후로 목회자가 읽으면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목회자는 단기선교를 익숙한 관점이 아닌 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여름철 땀을 뻘뻘 흘리며 선교하는 것은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여행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본받아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는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요. 1장은 ‘길 위의 경험_여행, 관광, 이주’, 2장은 ‘길 위의 신학_여행에 관한 신학적 사유’, 3장은 ‘길 위의 도전_순례자와 방랑자’, 4장은 ‘종교 관광을 넘어’, 5장은 ‘지향점을 가진 여행_저항과 재구성’이라는 제목이 각각 달려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믿음의 여행을 떠나야 하는 근거를 하나님에게서 찾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쉬지 않고 온 우주를 여행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이 움직이시니 우리도 하나님을 본받아 움직입니다.

“신약 성경에서도 하나님을 경험하는 중요한 사건들은 주로 길 위에서 일어난다. 예수의 제자들이 그분을 알게 되는 일은 멀리 떨어진 국경 지방의 자그마한 마을을 시작으로 마침내 수도인 예루살렘에 이르는 여정까지 그분과 함께 여행하는 도중에 이뤄진다. 바울은 길에서 예수의 출현을 경험한 뒤에 남은 생애를 로마 제국의 길을 여행하는 것으로 보냈다. 예수님에 대한 초창기의 깨달음이 길에서 생겼기에 ‘여행자 그리스도론(christologia viatorum)’ 혹은 ‘길 위의 그리스도론(christologia viae)’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53쪽)

이 책에 따르면 우리의 단기선교는 여행하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제자도의 가시적 형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유목민이 아니라 정착민으로서 한자리에 터를 잡고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구약에 기록된 믿음의 조상은 대부분 유목민이었고, 신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역시 끊임없이 이동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정착민으로 살아가며 우리는 종종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근심하지만요. 선교 현장에서 비로소 우리는 삶의 본질을 피부로 깨닫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하나님이 주시는 일용할 양식 즉 하늘 만나로 사는 영적 유목민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단기선교는 끝나도 순례는 끝이 없기에

처음 단기선교를 떠나는 사람은 이 선교 기간에 극적인 변화나 회심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곤 합니다. 물론 단기선교 시기에 놀라운 복음의 부흥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단기선교는 극적인 변화나 회심 없이 상당히 차분하게 선교 일정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기선교가 다 끝나고 이렇게 무난한 단기선교가 과연 현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에서 저자는 단기선교의 본질은 타인의 회심이 아니라 선교를 떠나는 이의 회심에 있다고 말합니다.

“단기 집중 여행과 선교 여행이 제공하는 가장 큰 도전은 우리 자신을 더 깊이 고찰하게 만드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선교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타인의 회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에 따라 자신의 회심과 함께 시작한다. 자신이 해결책 일부가 되기에 앞서 자신이 어떻게 문제 일부가 되었는지 깊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큰 도전은 집으로 돌아오는 일일지도 모른다.” (120쪽)

단기선교가 아무리 길어도 선교는 언젠가 끝이 납니다. 그러나 우리의 순례는 끝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도성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순례는 멈춤이 없습니다. 단기선교의 경험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단기선교 그 자체는 우리가 걸어갈 순례길의 든든한 지팡이가 됩니다. 아무쪼록 이 여름에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목회자 모두가 그 모든 선교 일정을 주님과 함께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길 소망합니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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