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종전선언 주장하면 반국가세력인가?
[논설위원 칼럼] 종전선언 주장하면 반국가세력인가?
  • 김윤태 목사
  • 승인 2023.07.06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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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6일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는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전환과 함께 한국전쟁의 종전을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성명서 발표 이틀 뒤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단체 “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주장하면 반국가세력이라고 못을 박았다.

졸지에 WCC 중앙위원회는 반국가세력이 되고 말았는데, 정말 종전선언을 주장하면 반국가세력인가?

사실 종전선언은 대한민국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왜냐하면 6.25 전쟁 당시 맺었던 정전협정 당사국에는 대한민국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작전통제권을 맥아더 미 육군 원수에게 이양했을 뿐 아니라, 정전협정 때도 정전을 반대하며 스스로 퇴장해버렸다.

정전협정은 유엔군(총사령관 마크 클라크)과 조선인민군(최고 사령관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 펑더화이) 사이에 맺은 협정이므로 당연히 우리나라는 종전선언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종전을 찬성하거나 반대할 순 있어도 종전은 어디까지나 북한, 중국, 미국 사이의 일이지 우리나라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종전선언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미국이었다.

2006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핵 해결의 유인책으로 종전선언을 제안한 적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흐지부지되었다가 2018년, 2019년 북미정상회담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관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려고 추진했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들과 윤석열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종전선언을 하면 반국가세력이라는 발언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미국은 우방인가 반국가세력인가? 바이든 행정부가 어느 날 중국 북한과 협상해서 종전선언을 체결해 버리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을 향해 어떤 입장을 보여야 하나?

종전선언을 하면 유엔사가 해체된다는 주장도 잘못되었다. 유엔사 해체는 오직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유엔사 해체 문제는 다른 사안이다. 실제로 종전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도 유엔사 해체 가능성을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한 이유는 간단하다.

6.25 전쟁의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한반도 문제를 북미중이 아니라 남북의 문제로 돌리자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과 북한은 찬성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쉽지 않은 문제다. 중국, 북한, 남한, 미국, 심지어 일본까지 서로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실리적으로 접근해야지 이념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종전선언이 국익에 도움이 되면 추진하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그대로 유지하면 그만이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일 뿐이다.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전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종전선언을 찬성하거나 반대할 순 있다. 그러나 종전선언을 주장하면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미워하면 닮는다”라는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사랑하면 닮는다지 미워해도 닮는가봐. 거울에 비춰진 것처럼. 지우고 싶던 네 모습을 지독히도 닮았어.”

북한을 지나치게 혐오하다 보면 묘하게도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북한을 닮아갈 수 있다. 언젠가 배우 오달수씨에게 한 기자가 그의 정치 성향을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오달수씨는 황지우 시인의 시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버스 운전수의 급격한 우회전은 승객들을 좌편향시킨다.”

대통령의 급격한 우회전은 결과적으로 대중을 좌편향시켜 오히려 국론을 좌우로 더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

김윤태 목사 <br>대전신성교회<br>
김윤태 목사
대전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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