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클린스만은 없고, 히딩크는 있는 것
[독서 순례] 클린스만은 없고, 히딩크는 있는 것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7.0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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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뢰저, 이완 판 듀른의 『거스 히딩크』

2무 2패. 지난 3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의 최근 4경기 성적이다. 아무래도 클린스만도 이러한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되는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후, 클린스만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회견은 시종 차분하게 진행되었지만, 과연 클린스만이 저조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남는다.

아직 감독으로서 클린스만에 대해 평가를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이르다. 다만 클린스만이 선수 시절 보여준 그 눈부신 활약상이 감독이 되고 나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클린스만의 이러한 행보는 사실 히딩크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는 선수 시절 그리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히딩크는 선수가 아닌 감독이 되어서야 월드 클래스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감독으로서 클린스만과 히딩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히딩크가 축구 감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기 위해서는 거스히딩크재단에서 출판한 『거스 히딩크』만 한 책이 없다. 이 책은 작년 2022년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02 한일월드컵 4강에 진출한 지 20년이 된 걸 기념하기 위해 거스히딩크재단에서 출판했다. 누구라도 이 책을 처음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책의 크기가 상당히 크고, 무게도 꽤 무겁다. 책의 정가는 십만 원에 달한다. 실제로 책을 펼쳐서 읽어보면 이 책이 단순히 평전이 아니라 화보집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마도 클린스만과 히딩크의 차이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팀워크’인 것 같다. 축구는 개인전이 아니라 팀전이다. 11명의 축구선수가 한 팀을 이루어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할 때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다. 클린스만은 과거에 본인이 뛰어난 공격수여서 그런지, 감독이 되어서도 정교한 팀워크보다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지향한다. 그러나 히딩크는 정반대로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를 극도로 싫어한다.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워크를 해친다면 그를 주전선수로 기용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히딩크 스타일이다. 이러한 히딩크 스타일은 혹독한 무명의 시기에 차근차근 형성되었다.

“가르치고 또 훈련을 시키는 것은 고된 하루였다. 특히 특수학교의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히딩크는 그의 학생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사람을 나누는 그 틀이란 것이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짓궂고 장난스러우며 때론 직설적이었다.” (68쪽)

히딩크도 처음부터 감독으로서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 레알 마드리드, 첼시와 같은 최고의 팀을 맡은 건 아니었다. 그는 장애가 있는 특수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꾸준히 성장해 먼 훗날 세계적 감독이 된 것이었다. 클린스만은 없고, 히딩크는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무명의 시간이다. 클린스만이 마치 무명처럼 밑바닥에서 하나하나 배우는 자세로 감독직을 수행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 그도 히딩크와 같은 명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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