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과 진주] ‘반국가세력’은 자수하라고?
[거룩과 진주] ‘반국가세력’은 자수하라고?
  • 편집인
  • 승인 2023.07.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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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마태7:6)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 현장. 연합뉴스.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 현장. 연합뉴스.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봄날, 갑자기 전교 수업이 중단되고 교실에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불순단체에 가입된 사람이 없는지 조사 한다”며 “형이나 오빠 등 청년대학생들의 불순단체가 고등학생까지 포섭했다. 이는 반국가세력이다, 앞으로 이런 데는 절대 가입하면 안 되고 혹 가입한 사람은 스스로 자수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의 공포스런 분위기는 50여 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고등학생 때 경험했던 일의 배경이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임을 후에 민주주의 역사를 배우며 알게 됐다. 박정희 정권이 1972년 10월 장기집권을 위해서 계엄령을 선포하고 유신이라는 친위 쿠데타를 결행해서 유신정권을 탄생시켰다.

이에 민주인사들, 지식인들, 청년대학생의 독재 반대와 민주주의 요구가 거세지며 저항운동이 확산되었다. 1974년 4월 3일, 민청학련과 같은 불법 단체가 불순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며 당시 중앙정보부는 대부분 대학생이었던 유신헌법 위반자 1,024명을 조사했고 이들 중 비상군법회의 검찰부가 180명을 구속기소하고 사형까지 구형했으나, 대부분은 1975년에 석방되었다.

문헌들은 “학생들이 유신체제에 반대하기 위해 전국 각 대학, 재야 세력, 종교세력 등과 조직적인 연결을 해나가자 유신정권은 민주화운동가들을 용공좌경세력으로 매도한 유신 최대의 조작극이자 국가 권력에 의해 무차별적인 고문이 가해진 인권탄압 사건”이라고 역사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지난 주간에 나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반국가세력’이라는 워드를 대통령에게 듣고 다시 옛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세력’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정치공학 차원에서 색깔론으로 민주당 정권을 공격할 수 있지만 지난 대통령과 공당 전체가 반국가세력이라는 시각은 대통령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 이런 시각으로 확대, 유추하면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정권을 지지했던 47.8% 국민은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이다.

특히 발언 중 “조직적으로 지속해서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또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습니다”는 말은 큰 충격이다.

자신들 정권의 가치관과 정책에 반하면 모두가 반국가세력인가? 47.8%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보는가? 이런 시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민주주의를 겁박하는 독재자의 사고이다. 자기 오만이며 자기 독선이다. 이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말씀을 의역하면 “거룩한 민주주의 가치를 오만한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나라와 민족을 자기 독선으로 가득 찬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고 경고하신다.

하기야 검사 출신인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것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간첩인 것을 70% 국민은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도 간첩으로 보는 데 힘없는 국민에게는 총도 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하겠는가! 이들에게 역사와 국민의 경고는 이제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47.8%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보는 정권! 0.7% 차이로 이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다. 

그래서 언론은 검찰독재, 검찰왕국은 언제든 무너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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