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신앙경험 소비형태의 변화 (마지막회)
MZ 세대 신앙경험 소비형태의 변화 (마지막회)
  • 이은경 교수
  • 승인 2023.06.2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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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귀 기울이고, 하나님 나라를 넓혀 가는 길

*본 글은 신간, ‘흩어진 MZ세대와 접속하는 교회’ 중 일부를 요약, 발췌한 것이다. 지면의 관계상 각주는 삭제했다._편집자 주

(지난 호에 이어)

환경(Environment): 자연과 공생하는 청지기로서의 인간 이해

창세기 1장 26절에서 인간이 부여받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은 오랫동안 인간이 창조세계와 모든 피조물에 대한 지배자의 권리를 위임받은 근거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말씀이 자연을 인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자연에 대한 소유권이나 ‘통치권’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인식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맞이한 세 번째 팬데믹인 코로나19로 인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얽혀 있는 공생적 존재라는 사실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자연에 대한 인간의 다스림과 돌봄의 방식도 변화 되어야 한다. 인간은 피조물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연을 잘 보살피고 돌봐야 할 청지기로서의 소명도 있다. 자연 또한 인간이 마음대로 처분하고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피조물이자 창조세계 보존의 공동책임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인간뿐 아니라, 작은 생명체들까지도 당신의 창조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프너는 인간과 자연을 ‘피조된 공동-창조자’(created co-creators)라고 표현했으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인간 생명체들과도 함께 공생하는 ‘심포이에시스(sympoiesis)’의 청지기론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심포이에시스는 도나 해러웨이가 제안한 것으로, 우리말로는 공산(共産)으로 번역할 수 있으며,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로 ‘making with’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함께 만들기’는 단순한 제작이 아닌 ‘함께-세계를-만들어-나가기’(worlding-with)에 관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Social): 안전하고 쉼이 있는 환대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교회와 사회를 구분할 수는 있지만, 분리할 수는 없고 분리해서도 안 된다. 교회도 사회의 일부일 뿐 아니라, 사회는 교회와 신자들의 삶의 공간이다. 그래서 교회는 처음부터 사회적 공동체였으며, 예수의 주변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왜냐하면 예수는 특히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의 삶의 자리로 찾아가서 함께 먹고 마시고 사귀기를 즐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의 공동체는 누구에게나 열린 환대의 공동체였으며, 그곳에 오는 이들에게 안전과 쉼을 제공했다. 그와 더불어 공동체 안팎의 모든 이들에게 소통과 상생이 일어나는 사회적 공간이 되어 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문을 닫아걸기는 했지만, 교회는 본래 열린 공동체, 환대의 공동체였으며, 일신의 위협을 느끼는 이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쉼을 제공했다. 특히 구약의 안식일과 희년 제도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과 자연에도 쉼과 휴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타자에게 말을 걸고, 보살피며, 호소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미 한국교회는 대사회적 소통의 부재와 일방적 소통방식으로 인해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Franco Bifo Berardi)는 이것을 영혼의 문제로 보았으며, 오늘날 교회에 필요한 신앙 역량 중 하나가 바로 타자에 대한 환대다.

김현경은 이것을 ‘절대적 환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절대적 환대란, 우선 그가 누구인지 신원을 묻지 않는 환대다. 이것은 환대의 대상을 이유나 조건, 상황 등에 따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신원을 따져 묻지 않는 까닭은 공적 공간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기 때문이다.

신앙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하나님 앞에서 모두 죄인이며 동시에 그분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절대적 환대는 우리 모두 벌거벗은 생명으로 이 세상에 왔으며,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우리를 맞이한 사람들로부터 온 것이므로 어떠한 보답도 요구하지 않는 환대여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복수하지 않는 환대’로, 적대적인 상대방에게도 환대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세 가지 절대적 환대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 수의 가르침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와 같은 절대적 환대가 온전히 이루어질 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 질 것이다.

지배구조(Governance): 투명하고 공정한 공교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교회는 더 이상 세상과 구별된 곳이 아니며, 거룩한 공간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폐쇄된 조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비난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가 사회 안에서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자 소유조직으로서 배타적 권한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투명한 재정관리, 소수에 의한 독재적 의사결정과 운영으로 인해 비합리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회의 이러한 운영방식과 지배구조는 MZ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서에 나타난 초대교회의 모습을 살펴보면, 교회는 평등하고 합리적인 공적 형태로 운영되었다. 구약의 모세는 백성을 지도 할 책임을 혼자 지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스스로 자기 권한을 축소하였다. 그뿐 아니라 각 지파별로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 조장’을 세워 그들과 공적 책임을 나누었다(신명기 1:9-18).

신약에서 일곱 집사를 세우는 과정을 통해서는 당시 교회 안에서 일어난 분배문제, 즉 재정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리고 초대교회와 제자들이 어떻게 교회 내 불만을 해소하고 재정 투명성을 확보했는지를 배울 수 있다(사도행전 6:1-7). 교회 행정이란 “어떤 방법 (method)이 아니라 목회(ministry)이고, 서류정리(paperwork)가 아니라 사람(people)이고, 비인격적인 정책(policies)이 아니라 인격적인 과정(processes)이고, 조작(manipulation)이 아니라 관리(management)”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는 이처럼 분배의 공정성에 주로 관심을 가졌으나, 최근에는 이와 더불어 ‘절차의 공정성(procedural justice)과 상호작용의 공정성(interactional justice)’을 포함한 포괄적인 조직의 공정성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도 투명하고 공정한 구조와 제도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 즉 신자들을 종교 사회화함으로써 조직을 재생산하고 변형시키는 역할을 감당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것은 결국 신자들의 도덕적 효능감을 고양시킬 것이며, 더불어 교회의 리더인 목회자들과 신자들 간의 가치정합성(value congruence)도 함께 향상할 것이다.

변화에 귀 기울이고 동참하여 하나님 나라를 넓혀 가는 길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의 급속한 변화와 그로 인한 생태 위기 앞에서 오늘날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중요해졌고,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MZ 세대의 신앙경험 소비 형태는 ‘무엇을’ 넘어 ‘어떻게’ 그리고 ‘왜’를 중요한 가치로 삼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와 도전에 교회가 적절히 응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가졌던 관점의 철저한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년세대, 세상과 자연, 신앙교육과정 그리고 교회 문화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신앙역량의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어떤 신앙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는 시대마다 다를 수 있으며, 오늘날에는 특히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기업의 재무지표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하여 성과를 측정하는 ESG 담론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물론 ESG 담론이 최근 교회가 직면한 모든 위기와 도전의 완벽한 해답은 될 수 없다. 하지만 ESG 개념을 통해 교회의 본질과 역할, 특히 교회의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MZ세대를 비롯해 오늘을 사는 모든 연령의 기독교인에게 요구되는 신앙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대에 적합한 신앙 역량을 키우고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도전과 위기에 적절히 응답하고, 관점을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자연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이웃과 더불어 더 나은 세상, 즉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데 교회와 신앙인들이 주춧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끝)

도림교회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의중인 이은경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가스펠투데이 DB.
도림교회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강의중인 이은경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가스펠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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