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리딩누크] 인공지능 시대에 답답함을 느끼는 설교자에게
[설교자의 리딩누크] 인공지능 시대에 답답함을 느끼는 설교자에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6.19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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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의 『사물의 소멸』

올해 초부터 여기저기서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챗GPT와 구글에서 개발한 바드(bard)는 모두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인공지능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입니다. 우리가 던지는 그 어떤 질문도 척척 답변하는 인공지능을 보며 놀람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낀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이처럼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 앞에서 목회자는 때때로 답답함을 느낍니다. 지난 6월 5일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는데요. 요즘 목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704명의 목회자에게 질문하니 가장 많은 답변이 ‘무기력한’이었고요. 그다음이 ‘답답한’이었습니다. 교회와 사회에서 목회자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목회자보다 더 뛰어난 신학적 소양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목회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도 목회자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사물의 소멸』이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언급하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하기를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목회자는 무엇을 계속 생각해야 할까요? 그의 말처럼 목회자가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시대에도 목회자는 여전히 희망이 있는 걸까요?

 

 

한병철의 예리한 문명통찰

철학자 한병철은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진 철학자입니다. 그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이후에 서양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독일에서 그는 철학, 독일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고 『피로사회』라는 책을 독일어로 출판합니다. 출판 즉시 『피로사회』는 독일을 포함한 전 유럽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요. 이 책은 2012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 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한병철이 집필한 철학책은 10여 권에 이르는데, 그의 철학책은 모두 비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공통점은 철학책치고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는 흔히 철학책은 두껍고 글자도 깨알같이 작아서 끝까지 읽기 힘들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요. 한병철의 철학책은 그리 두껍지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다 읽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그의 철학책이 주로 현대문명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몸을 담고 살아가는 신자유주의 사회, 포스트모더니즘 사회, 정보사회, 스마트 사회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여 이것들의 단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병철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현대문명의 단점을 철학적으로 분석하여 우리가 이를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가 2022년에 출판한 『사물의 소멸』 역시 분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요. 사물이 점점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대부분의 사물을 대체하는 현대문명이 실상 얼마나 피상적이고 취약한 사회인지 예리하게 비판합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

『사물의 소멸』은 서문을 제외하고 제8장으로 구성되었는데요. 제5장 ‘인공지능’에서 한병철은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공지능은 미리 주어진 것에서 벗어나 다녀보지 않은 곳으로 가지 못한다. 진정한 의미의 생각하기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 생각하기는 전혀 다른 것을 향해, 어딘가 다른 곳을 향해 이동 중이다. 생각하기는 세계를 변화시킨다. 생각하기는 세계를 매번 더 어두워지는 수수께끼의 깊은 우물 속으로 변화시킨다.” (67쪽)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은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합니다. 아무런 데이터가 없다면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챗GPT와 바드가 특정 성경 본문으로 설교문을 작성할 수 있는 이유도 과거에 누군가 그 본문으로 설교문을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설교자의 역할은 인공지능은 결코 할 수 없는 새로운 생각을 통해 성경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설교자는 『사물의 소멸』과 같은 철학책을 자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철학책은 ‘생각에 관학 생각’을 주로 다루기에 설교자는 철학책을 읽으며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사물의 소멸』이 만성 무기력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회자에게 새로운 설교의 가능성을 선사하길 기대합니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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