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광야와 광장의 추억
[뉴스 비평] 광야와 광장의 추억
  • 옥성삼 박사
  • 승인 2023.06.1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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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한강의 ‘넓은 섬’ 여의도는 척박한 모래섬으로 소, 양, 염소 등을 방목하는 목축지였다. 일제시대 군사용 비행장이 건설되고, 1971년에는 활주로가 있던 자리에 5.16광장이 조성되면서 여의도는 한국형 광장문화의 중심이 된다. 탁 트인 광장에서 거행되는 군사 퍼레이드와 냉전 시대의 대규모 관제 행사 등은 정권 홍보에 효과적인 이벤트였다. 허허벌판 여의도에 광장이 조성되고 국회의사당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들어설 무렵인 1973년, 5.16광장에서 열린 빌리 그래함 목사 초청 전도대회는 4일간 330만 명 참석에 수만 명의 결신자를 낳았다. 이듬해 CCC가 주관한 ‘엑스플로74’ 여의도 집회는 일주일간 655만 명이 참석했고, 광장 한편에 8천동의 텐트를 치고 10만 여명이 숙박을 했다. 행사 기간 중 20만 명이 거리전도에 나서 결신자 27만 명을 얻었다. 2년 연속 이어진 여의도 광장의 초대형 집회는 한국교회의 부흥을 이루는 전환기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교회는 물론 20세기 세계교회사에 기록되는 놀라운 역사이다. 이후 1975년부터 20년간 진행된 ‘여의도광장부활절연합예배’는 20세기 한국교회의 부흥과 연합사역의 상징이기도 했다. 생존이 절박한 광야를 지나 마주한 광장은 수많은 군상들의 다양성과 갈등의 집합체를 하나의 운명공동체와 신앙공동체로 엮어내는 스펙터클한 공간이었다.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기념대회’가 이달 초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7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3개 교단장이 참여한 주최 측이 밝힌 취지는 ‘50년 전 전도대회를 기념하고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과 회복을 이루는 것’이다. 참석자는 목표치보다 적었지만 오늘 같은 탈종교화 시대와 성장쇠퇴기에 한국교회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대규모 행사는 나름 필요하고 의미가 크다. 언론을 통해 사전 및 사후보도 된 50주년 기념대회 뉴스는 비판적인 내용이 거의 없다. 감사하다. 50년 전 전도대회에 대한 조명 그리고 이번 기념행사의 주요 내용과 주역들에 대한 관심 등이 전달되는 뉴스가 대부분이다. 한국교회와 이단들의 부조리와 목회자의 일탈 소식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이렇게 무난한 것도 다행이다.

하지만 이 지점이 아쉽다. 전도대회가 아닌 기념대회는 무탈하게 끝났지만, 사후평가나 기독 저널리즘의 차분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기념대회가 50년이 지난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지하게 조명했는지? 행사에 나선 주역들이 자신의 메시지만큼 삶이 하나님과 사람 앞에 온당한지?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서 한국교회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도근대화 시대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던지는 도전은 무엇인지? 정체성 위기를 맞이한 한국교회에 ‘어게인 1973’도 분명 필요하지만, 복음으로 오늘을 성찰하고 삶의 현장에서 결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겠나? 사회언론과 차별화되는 기독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옥성삼 교수<br>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br>크로스미디어랩 원장 <br>​​​​​​​가스펠투데이 논설위원
옥성삼 박사
연대 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
크로스미디어랩 원장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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