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다산의 마음공부 신독(愼獨)
[전문가 칼럼] 다산의 마음공부 신독(愼獨)
  • 이경용 목사
  • 승인 2023.06.09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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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1762-1836)은 강진에서 18년간 귀양살이하며 놀랍게도 500여 권의 책을 썼다. 귀양살이 15년 되던 해, 1815년 5월 그믐에 다산은 다산초당 동암(東庵)에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내가 궁벽하게 살지만, 육경 사서를 연구하고 기록하였는데, 이제 남은 생애는 소학으로 바깥 행실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마음공부를 하리라”고 말한다. 다산은 고단한 몸과 인생을 돌아보며, 남은 생애는 마음공부에 전념하리라 다짐한다. 다산은 평생 공부한 것의 마지막 공부가 마음공부임을 깨달은 것이다.

마음공부의 교과서인 심경(心經)은 주자의 제자인 진덕수(1178-1235)가 경서에 나오는 마음에 대한 격언 37구절을 뽑아 엮은 책이다. 심경 2경은 “시경에 이르기를 ‘상제께서 너에게 임하고 있으니 두 마음을 품지 마라.’ 또 이르기를 ‘두 마음을 품지 말고 근심하지 마라. 상제께서 임하여 계신다’라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듯하지 않은가?

인간의 마음에 대한 학설은 성선설, 성악설, 성악혼설 등 다양하다. 다산은 인간이란 태어날 때, 정신과 형체(몸)가 오묘하게 결합하여 사람을 이룬다고 말한다. 인간의 내면엔 허령(虛靈)과 지각이 있는데 이것을 마음(心), 신(神), 영, 혼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용어는 현대같이 마음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개념이 부족했던 200년 전의 표현이다. 한마디로 다산의 마음 이해는 상제천(上帝天) 소주처(所住處)이다. 하늘의 하느님(上帝)이 인간의 작은 마음에 거하신다는 것이다. 다산의 하느님 이해는 분명하게 인격신으로서의 하느님이다. 다산은 하느님의 영은 인간의 마음 안에 현존하며 양심을 통하여 교감한다고 본다.

다산의 마음공부에서 중요한 개념은 신독이다. 신독은 삼갈 신(愼), 홀로 독(獨)으로 자기 홀로 있어도 도리에 그릇된 일을 하지 않고 삼간다는 뜻이다. 신독은 대학과 중용에 나오는 말로 군자의 실천 덕목이며 수양론이다. 다산의 신독 이해가 유학자들과 다른 점은 신독이란 단순히 골방에 홀로 있어 자기를 성찰하는 노력이 아니라, 불꽃 같은 눈으로 우리를 내려다보는 하느님 앞에서의 홀로 있음이란 것이다. 홀로 있음은 사막 교부, 유교 수양론, 불교 수양론 등 모든 마음공부와 영성 훈련의 기본이다.

다산은 신독을 이렇게 설명한다. “세밀한 마음으로 조심하여 상제를 섬기되 항상 성신이 옥루(屋漏,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임하여 밝게 비추어 주심과 같이, 삼가고 두려워하여 조심스럽게 잘못이 있을까 살펴야한다.(戒愼恐懼, 계신공구) 과격하고 교만한 행동이나 편벽한 감정에 기울어질까 두려워하며 죄를 범함이 있을까 또한 감정의 싹이 돋을까 두려워하며 그 마음을 평화롭게 가져야 한다. 마땅히 기뻐해야 할 때 기뻐하며, 성내야 할 때 성내며, 슬퍼할 때는 슬퍼하고, 즐거워할 때는 즐거워하는데 그것은 바로 신독의 숨은 노력을 함으로 성취될 수 있는 덕행이다.”

다산에게 신독이란 홀로 있기 훈련이며 하느님 앞에서의 마음공부이며 감정 공부이다. 신독, 즉 홀로 있기는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살아가는 신앙적 수양론이며 영성 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독(愼獨)이란 신을 독대하는 신독(神獨)이다. 요즘 그리스도인들의 마음 다스림과 감정 공부가 잘되지 않는 것은 홀로 있기 훈련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공부는 감정 공부로 직결된다. 성리학에서 마음은 감정이 발하기 전의 미발(未發)과 감정이 발동한 후인 기발(已發)로 이해한다. 주자는 미발(未發) 때를 천리를 함양할 때로 여겨 소극적인 거경함양(居敬涵養)을 중시하지만, 다산은 미발 때의 적극적인 공부를 중시한다. 미발 때에도 적극적으로 공부해야 할 이유는 신독 즉 상제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다산이게 미발이란 희노애락의 정(情)이 발하지 않았음을 의미할 뿐이요, 마음이 마른 나무와 불꺼진 재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그러므로 미발시(未發時)에도 경계하고 삼가며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더욱 계신공구에 힘써야 한다.

신앙의 성숙과 마음공부는 뗄 수 없고, 마음공부는 감정 공부와 직결된다. 바울은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4:26-27)”고 강조한다. 그런데 내 마음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데 우리 고민이 있다. 다산의 표현을 빌리면 마음공부와 감정 공부는 신독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마음은 감정이 발하지 않는 미발 땐 조용하지만, 감정이 기발하면 어느 순간 폭발하고 만다. 감정이 폭발하면 수십 년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진다. 감정 폭발력은 때로 핵보다도 강력하다.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미발이 기발이 되고 기발이 C발이 되고 만다. 미발과 기발이 C발이 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산의 신독은 현대인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마음공부에 주는 메시지가 매우 크다.

이경용 목사<br>청주영광교회 담임목사<br>영성나무 회장<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br><br>저서<br>『감정치유기도』(두란노<br>『말씀묵상기도』(Lectio Divina, 예전단)<br>​​​​​​​​​​​​​​『고난에 대한 다산 정약용과 욥의 대화』(영성나무) 등
이경용 목사
청주영광교회 담임목사
영성나무 회장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저서
『감정치유기도』(두란노
『말씀묵상기도』(Lectio Divina, 예전단)
​​​​​​​『고난에 대한 다산 정약용과 욥의 대화』(영성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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