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영화와 복음]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05.17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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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를 배경으로 제작하여 다분히 인도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진짜 인도 사람이 봤을 때는 어설프게 여겨지는, 그럼에도 인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영화가 〈슬럼독 밀리어네어〉이다. 사실, 감독 대니 보일과 주연배우 데브 파텔은 인도인이 아닌 영국인이다. 때문에, 서구인의 관점에서 본 인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원작이 또한 인도 작가 비카스 스와루프(Vikas Swarup)의 장편소설 『Q & A, Slumdog Millionaire』이기에, 인도의 역사와 사회문제, 세계관과 정신이 곳곳에 드러난다. 영화는 제목처럼, 빈민가 출신의 자말(데브 파텔)이 왜 백만장자 잭팟을 터뜨리는 퀴즈쇼에 나왔으며, 어떻게 기막힌 인생 역전을 이루는지 묘사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진짜 이야기하려는 건 인생 역전 스토리가 아닌 한 여인을 향한 집요하고도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랑’이다.

백만장자 퀴즈쇼에 출연하여 모든 문제를 맞히는 청년이 있다. 그는 석·박사 학위의 먹물 가득한 지식인이나 엘리트가 아니다. 오히려 인도 뭄바이의 더럽고 지저분한 빈민굴에서 제대로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무지한 청년이다. 이제 2천만 루피 상금이 걸린 쇼의 마지막 문제를 앞두고 이를 수상히 여긴 진행자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자말은 하루 동안 고문을 당하면서 어떻게 정답을 모두 맞힐 수 있는지 밝혀진다. 출제된 모든 문제는 인도의 정치·사회·종교 현실과 관련된 것들인데, 우연히도 자말 인생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것은 책과 학교에서 배운 죽은 지식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몸으로 경험하며 체득한 살아있는 지식이었다. 그가 생생하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여기서 영화의 개연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영화는 가리고 싶은 인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빈부격차, 힌두교와 이슬람의 종교분쟁, 인신매매와 인권유린, 폭력과 폭동, 정치인의 부정부패 등은 여전히 현대 인도가 가진 그늘진 모습이다. 어쩌면 이와 같은 사회 현상들은 한 개인의 힘으로는 역전은커녕 버텨내기조차 힘겨운 운명과도 같은 상황들이다. 그럼에도 자말이 이 모든 걸 극복하는 동기이자 힘의 원천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소녀 라티카(프리다 핀토)이다. 그가 인생을 사는 유일한 이유이자 목적은 라티카를 만나는 데 있고, 그녀를 향한 사랑을 완성하는 데 있다. 그 사랑은 운명(destiny)보다 질기며 불행(misfortune)보다 잔인하다. 때문에, 언뜻 보기엔 퀴즈쇼를 통한 인생 역전 이야기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로또와도 같은 퀴즈쇼 잭팟마저도 한 여인을 향한 집요한 사랑 앞에 굴복시켜 도움을 주게 만드는, 그야말로 운명을 극복한 장엄한 러브스토리가 된다.

영화 오프닝에 자말이 고문당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자막으로 제시된 문제가 나온다. ‘자말이 2천만 루피 상금까지 오른 비결은?’ 그리고 4개의 보기가 제시된다. a. 부정행위다(cheated) b. 운이 좋았다(lucky) c. 천재다(genius) d. 운명이다(It is written). 영화 마지막에 그 해답이 제시된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자말이 왜, 어떻게 퀴즈쇼의 최후 승자가 될 수 있었고, 그것에 환호할 수 있는지 비로소 발견한다.

아가 8장 6~7절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너는 나를 도장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질투는 스올같이 잔인하며 불길 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많은 물도 이 사랑을 끄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삼키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의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지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

주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이 어떠한지 노래한 구절이다. 그렇다. 사랑은 운명을 바꾸고 죽음을 전복시킨다.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고 숭고하다. 사랑으로 점철된 그 순수와 열정은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킨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5월엔 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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