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오마카세와 콜키지 프리의 끝을 오가다
[예술과 목회] 오마카세와 콜키지 프리의 끝을 오가다
  • 박미경 박사
  • 승인 2023.05.12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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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 ‘체리슈머(cherry-sumer)’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이는 급격하게 오르는 소비자 물가지수와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소득 사이에서 소비효용의 최적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기존에 ‘체리피커(cherry-picker)’라고 하여 혜택만 쏙 빼가는 부정적 의미의 소비자와는 달리 본인을 기준으로 소비를 최대한 알뜰하게 전략적으로 하는 이를 일컫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변화되고 있습니다.

체리슈머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자산의 가치는 하락하는 경기침체와 저성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와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가 등장한 것도 배경이 됩니다. 부모보다 가난하기에 자신의 소비행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기존의 정형화된 패턴을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평균이 실종됐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양극화나 단극화 또는 N극화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소위 MZ라고 하는 요즘 세대들은 혼자 부담하기 버거운 물품에 대한 소비를 다른 이들과 공동으로 구매하거나 조각을 내어 구입합니다. 필요에 따라 서비스도 달마다 다른 서비스로 옮겨 다니며 필요를 채우는 소비행태를 보입니다.

이는 음식을 소비함에 있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오마카세’라 하여 주방장이 선정한 재료로 코스요리를 제공하는 음식을 찾아 먹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콜키지 프리’ 레스토랑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카세의 유행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먹방’들의 영향도 있고, 팍팍한 삶에서 자신을 위한 선물처럼 한 끼의 정성스런 식사를 하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가 아닐런지요? 오마카세를 먹는 이유에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이야기하는 인터뷰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MZ세대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소비하려고 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세대이기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조화롭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SNS에 인증샷을 올려 남에게 보여지는 상태에 마음을 쓰는 MZ세대의 허세라고 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하지만, 요즘 세대들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숨구멍 같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마카세를 소비하는 그들은 또한 콜키지 프리 음식점도 방문하고 있습니다. 콜키지 프리란 코르크(Cork)와 비용(Charge)의 줄임말로, 음식에 곁들일 와인을 들고 가면 레스토랑에서 무료로 전용 잔을 내어주고 코르크를 개봉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이는 자신의 기호와 가치를 따라 소비하되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세대의 특징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 혹은 그저 때가 되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자신의 가치와 윤리를 내세우며, 다양한 경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세대를, 한 끼의 식사를 통해 만나봅니다. 알랭 드 보통이 『사유식탁』(2022)에서 이야기하듯, 음식이 단순 소비가 아닌 사유의 매개물이 되어 MZ세대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더없이 중요한 것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박미경 박사<br>호서대학교 교수<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미경 박사
호서대학교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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