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의 대안, 돌봄의 ‘품’이 되는 교회
저출생의 대안, 돌봄의 ‘품’이 되는 교회
  • 이원돈 목사
  • 승인 2023.05.0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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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사회적 자궁에 있어
마을과 교회 잇는 돌봄교회로의 전환
새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원돈 목사
새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원돈 목사

저출생 시대, 심층적인 성찰 필요

최근 코로나 이후의 우리 사회와 교회의 흐름은 고도 성장기가 저물고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시대가 서로 맞물리며, 저성장 수축사회의 방향으로 급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 사회가 치열한 경쟁과 심화되는 양극화로 대표되는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 낸 결과, 청년들은 ‘가족 피로증’, ‘가족 기피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이 결국 결혼 기피와 저출산, 3포 5포로 연결되며 소위 헬조선 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 사회구조적 모순이 바로 저출산을 가져오고 있다. 이 현상을 넘어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도무지 구축되지 않고 있어 한국사회의 희망과 활력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우선 교회학교의 붕괴를 가져오고 이러한 교회학교의 붕괴는 청년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고, 20-30대의 결혼과 출산율 저하를 야기하였으며, 한국교회 생태계 전반의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양극화,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해서 모든 짐을 가족에게 지우는 선 성장주의적 산업화 시대의 방식을 넘어 지역사회와 협동 연대하며 돌봄 생명망을 짜는 생명 생태 공동체로 변화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성찰하면서, 저출산 시대의 대안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회적 돌봄,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나

이른바 산업 근대화의 과정은 바로 품을 없애는 과정이었다. 산업혁명은 대가족제도를 붕괴시켜 핵가족으로 변모시켰다. 핵가족은 대가족에서 해방되어 인간 개인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그 개인의 자유는 집(HOUSE)은 있지만 가정(HOME)이 없는, 품이 없는 자유였다. 남, 녀, 자녀 모두가 생산 현장에 나서야 했고, 모두 피곤해서 집에 돌아오면 쉬고 싶은 사람만 있지 돌보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동거인들의 하숙집과 같은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장신대 박상진 교수는 “기독교 교육 생태계를 회복하는 대안적 교회교육–품 모델”이라는 논문에서 “품은 본래 한 사람의 가슴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보다 공동체의 개념으로 확장되기도 한다”면서 가정의 품, 교회의 품, 학교의 품으로 확장시키며 주일학교로 자폐된 기독교 교육의 영역을 기독교 교육 시민운동까지를 포함한 기독교교육 생태계로서 품 모델을 그림으로 제안했다. 이러한 교회교육의 품 모델이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의 교회교육과 기독교교육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듯이 저출생 시대에 마을과 교회가 연결된 지역사회의 품이 생명을 잉태, 출산, 양육 할 수 있는 사회적 품(자궁)이 될 수 있다는 생명적 상상력이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기주의적 각자도생의 생태계에서는 이 생명의 품(자궁)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하며 그동안의 한국 사회의 대세적 흐름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며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사회적 품(자궁)의 붕괴로 요약해 보고자 한다.

1) 한국 사회와 교회는 산업화 시대의 속도와 성장, 경쟁의 세계관에 매여 있다.

2) 속도와 경쟁, 성장의 세계관은 무한경쟁 승자 독식의 세상을 가져왔다.

3) 경쟁과 독식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모든 것을 개인에게 짐 지우고 개인이 해결해야만 하는 불안 증폭, 피곤, 허기의 사회로 만들어 가고 있다.

교회는 마을의 마당, 생명과 돌봄을 나누는 곳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마을의 마당, 생명과 돌봄을 나누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오늘의 젊은이들은 생명의 잉태와 출산의 희망을 잃었고 심리적으로 위축, 절망한 상태다. 그래서 ‘영끌과 빛투’등 각자도생의 경쟁적 상황에 몰입하고 있다. 이는 공동체의 품, 즉 사회적 자궁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우리 사회가 0.78이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 마을과 돌봄 교회라는 새로운 마을 생태계와 공동체적인 품을 제안한다.

생명을 품는 사회적 품(자궁)으서의 돌봄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돌봄이 어떠한 산업노동이나 임금노동, 생산 노동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교회는 초대교회와 같은 돌봄 마을과 돌봄 공동체로서의 상상력을 높이고,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공동체적 출산과 사회적 양육의 상상력을 높여야 한다. 교회와 지역 사회, 마을이 힘을 합하여 공동체적 출산과 사회적 양육의 생태계와 품(자궁)을 마련할 때, 우리 교회와 마을에 다시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세계 최고치를 기록하는 한국의 저출산 위기도 돌봄을 시장에 맡기려는 돌봄 위기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이제 돌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의 자원 중 상당 부분을 시장의 논리와 지배에서 떼어내 기후 재앙에 맞선 돌봄 활동 영역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팬데믹 기간에 그랬듯이, 상시적 재난 대응이라는 명령을 이윤 동기보다 위에 놓아야 한다.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 돌봄 선교의 새로운 출구는 교회와 지역사회와 마을이 서로 돌보는 돌봄의 연대체가 되는 길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에는 지역선교와 마을목회에 관한 관심이 활발히 일어나는 중이다. 지역과 마을 선교를 하는 지역공동체에서는 어린이집과 마을 도서관, 지역아동센터와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 복지적 선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마을의 돌봄 생태계를 더욱 확대하여, 출산부터 육아 그리고 방과 후 탁아까지 함께 책임지는 돌봄 마을의 생태계와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특별히 코로나 이후에는 병원도 시설 중심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마을이 서로를 돌보고 치유하는 ‘커뮤니티 케어’, 즉 마을공동체 돌봄 치유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살던 집에서 돌봄을 받고, 마을공동체 단위로 질병 예방과 치료를 준비하는 돌봄마을 공동체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돌봄마을과 돌봄교회로의 전환

우리는 새로운 마을교회의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지역과 마을의 생명망을 짜고 생명을 살리는 생명교회를 세우고 생명망 목회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교회와 마을을 함께 살리기 위해 지역과 마을, 시민사회로 흩어지는 온 생명 돌봄마을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

생명돌봄 교회의 첫 번째 단계는 지역의 학습 문화 돌봄 생태계를 생명의 돌봄망으로 잇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교회 안의 신앙적 생태계와 교회 밖 마을 생태계를 지역 돌봄 심방의 개념으로 묶어 교인들만 심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마을을 심방하여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마을 생명 돌봄 목회를 시작하는 것이다.

세 번째, 코로나 이후의 교회의 방향성의 중심은 교회가 더 이상 산업물질문명의 고도성장시대의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관계의 풍요, 돌봄의 풍요, 생명을 풍요롭게 하는 교회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을 교회들은 각자도생의 사유지가 아니라 마을의 마당(공유지), 생명과 돌봄이 풍요로운 교회가 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요약하면 어르신들이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살던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 마을공동체 단위로 질병 예방과 치료를 준비하는 돌봄 마을 공동체를 부각시키고 있는 이때에, 서로를 돌보고 치유하는 ‘마을공동체 돌봄 치유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팬데믹 이후 돌봄교회의 새로운 방향은 교회와 지역사회, 마을이 서로 돌보는 돌봄의 연대체가 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 마을 목회는 돌봄 마을을 향해 가고 있다. 본격적인 마을 목회를 위해서는 마을단위로 사회적 경제(주거, 의료, 음식, 에너지의 마을 순환경제)와 목회적 돌봄 영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총회뿐만 아니라 노회, 마을 단위의 연구소, 훈련센타가 필요하고 각 노회와 도시와 마을단위로 평신도, 시민, 청년, 신중년, 평신도용 돌봄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부천지역의 약대동을 중심으로는 돌봄 마을와 돌봄 공동체(주거)에 관하여, 선한목자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청개구리 청소년 사역에서는 마을 목회를 위한 디아코니아와 영성훈련 프로그램에 관하여(세이비어즈 교회 훈련구조 참고) 마을 돌봄 영성을 준비하고 있고, 부천노회 마을목회 연구소가 준비 중에 있다.

교회와 마을이 공동체적 출산과 양육의 품을 마련해야 한다.
교회와 마을이 공동체적 출산과 양육의 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돌봄 마을을 위해 마을단위로 어르신과 청년을 포괄하는 3-5가구의 돌봄 주거 공동체와 생명 돌봄 마을 공동체 목회가 시급하다. 가족과 마을이 급속히 해체 되는 이시기 속에서 생명 돌봄 선교사가 탄생되어야 할 때다.

결론적으로 저출생의 시대는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를 넘어 생명과 돌봄이 풍요로운 시대를 요청하고 있다. 저출생의 근본 대안으로 지역과 마을 곳곳에 “돌봄교회와 돌봄마을이라는 생명의 품”(사회적 자궁)을 형성하여 생명 잉태와 출산과 양육의 상상력을 높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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