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유: 거대서사에서 벗어나 하나님께로 가기
[전문가 칼럼] 자유: 거대서사에서 벗어나 하나님께로 가기
  • 장준식 목사
  • 승인 2023.05.03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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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철학자들의 책을 읽으면 거대서사를 알 수 있다. 거대서사는 우리가 왜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혀 준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우리 고유의 것이라기보다 대개 큰 세력에 의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길들여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 마디로, 우리는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 같으나 그것은 착각일 뿐 우리는 무엇인가에 노예로 살아갈 때가 많다. 기독교인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기독교인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신앙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잘 분간을 못 한다. 이는 마치, 회심 전 바울과 같다. 회심 전 바울, 즉 사울이 행한 일은 불의한 일이었으나 자기 자신은 신앙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더 '열심'을 냈다.

열심은 좋은 것이나 방향이 잘못되면 열심은 오히려 독이 된다. 그래서 언제나 열심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아무리 열심이 있어도 방향이 잘못되어 있으면 헛된 것이요, 별로 열심이 없어도 방향이 올바르면 결정적인 순간에는 큰 힘을 발휘한다. 열심을 추구하기보다 올바른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열심을 내는 일은 '선동'에 가깝다. 열심을 내는 일은 재밌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을 내는 것에 더 마음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을 찾는 일에는 별로 흥미를 못 느낀다. 재미도 없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은 열심을 내는 일이 아니다. 신앙생활은 방향을 찾는 일이다. 방향을 찾은 뒤에 열심을 내도 늦지 않다. 방향을 찾았으면 열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대개 방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소란한 법이다. 방향을 찾은 사람은 요란스럽지 않게 그냥 그 길을 간다.

하나님보다 더 큰 서사는 없다. 이것은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첫 번째 믿음이다. 구약의 십계명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 그러면서 우상을 만들지 말고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만들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이 말씀에 '아멘' 하지만, 대개는 눈에 보이는 우상을 만들지만 않을 뿐, 하나님 아닌 서사에 지배당하면서 산다. 우리는 하나님이 가장 큰 서사라고 고백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서사 안에 살지 못하고 우리를 둘러싼, 하찮고 보잘것없는 서사에 일희일비하면서 산다. 십계명에서 말하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은, 다른 서사에 지배당하지 말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가장 큰 서사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서사 안에서 살면 우리가 맞닥뜨리는 작은 서사들은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 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작은 서사가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 인양, 두려움에 떨며, 그 작은 서사에 복종한다. 완전 우상숭배자다. 우리는.

우리를 지배하는 서사는 우리보다 크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거대서사라 부른다. 그러한 거대서사를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서사에 압도당하거나 희생당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고 우리가 신앙을 가지는 이유는 우리를 압도하거나 우리를 희생시키는 거대서사가 사실은 하나님이라는 절대적 거대서사에 비추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고,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함을 얻기 위함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거대서사에 둘러싸여 산다. 우리를 둘러싼 거대서사를 알고 나면, 무엇보다, 힘을 빼고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나의 신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얼마나 거대서사의 노예로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이것을 알게 되면, 내 삶의 어려움들, 또는 내 삶의 죄책감들이 내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럴 때 나를 찾아오는 자유는 정말 달콤하다.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가장 큰 서사인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장준식 목사<br>세화교회 담임<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장준식 목사
세화교회 담임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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