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워싱턴 선언’ 보도 유감
[뉴스 비평] ‘워싱턴 선언’ 보도 유감
  • 안기석 장로
  • 승인 2023.04.3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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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성과를 둘러싸고 언론의 평가가 저마다 다르다. ‘핵 보장 강화, 거액 투자 유치’라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핵무장 불가, 경제 성과 빈약’이라며 비평을 한 곳도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호를 미리 파악하고 ‘제로 콜라’를 권하거나 만찬에서 자신의 애창곡인 ‘아메리칸 파이’를 청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극진한 예우가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 동맹을 역설하는 연설로 기립 박수를 연거푸 받기도 하고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대에서 연설까지 하였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런 ‘감동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잘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로 불안한 우리 국민들의 최고 관심사인 핵 문제에 대해서는 평가가 달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워싱턴선언’에 명문화된 내용이 비록 핵 공유는 아니지만 사실상 심리적으로 핵 공유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韓美, 워싱턴선언으로 사실상 핵 공유”(한국경제)라고 맞장구를 쳐주거나 “核 글로벌 파트너로, 한미동맹, 역사적 전환”(조선일보)이라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 곳도 있지만 “전방위 미국 밀착 ‘신냉전’ 최전선에”(한겨레)라며 우려하거나 “ ‘핵우산’에 갇힌 한국, ‘실리’ 챙긴 미국”(경향신문)이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한미간에 경제 관련 사안에 대한 협상에서는 투자 유치라는 측면을 평가는 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관심사인 반도체법 등에 대한 성과가 없어서 대체로 실망한 기조들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언론은 국익의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살펴보고 향후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될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국민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명문화한 워싱턴선언이 ‘신냉전시대’에 대한민국 외교의 디딤돌이 될 것인지 걸림돌이 될 것인지,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와 국익의 무엇인지, 미국의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한민국 국익에는 손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미국의 핵우산 밑에 보호받는 대가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서가 무엇일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자리라는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때가 많다. 더구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칭찬해주는 상대방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대통령이고 주변의 참모들이 모두 두 손을 모아 박수를 치기만 한다면, 여기에서 더 나가 언론마저 찬사를 보낸다면 반대하는 목소리는 무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통령의 눈과 귀는 절반이 닫히게 된다. 언론은 그 절반이 닫히지 않도록 각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하고 날카로운 비판의 펜을 갈아야 한다.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언론이 제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미국의 언론이 대신 대한민국의 국익을 염려해주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오래전에 노태우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이었던 김종휘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김종휘 씨는 당시 주한미군 측과 협상을 한 일화를 들려줬다. 한강 이북에 있는 주한미군의 탄약고를 한강 이남으로 옮기는 문제였는데 완강하게 버티는 주한미군 측에 대해 “주한미군 주둔의 실제적인 목적은 대중 견제인데 만약 탄약고를 옮기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까지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끝에 양보를 받아냈다고 한다. 심지어 당시 언론에 보도된 대학생들의 반미시위까지 거론하며 협상의 지렛대로 삼았다고 한다. 그가 인터뷰 말미에 남긴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훌륭한 지도자는 반대하는 세력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기석 장로<br>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안기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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