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리딩누크] ‘지영밸’을 맞추고자 하는 설교자에게
[설교자의 리딩누크] ‘지영밸’을 맞추고자 하는 설교자에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4.3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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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의 『루이스씨, 이어령입니다』

한때 한국 사회에서 ‘워라밸’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워라밸’은 ‘work-and-life balanc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서 주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과거에는 구직자가 무작정 급여를 많이 주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요. 근래에는 구직자가 ‘워라밸’을 잘 맞출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워라밸’이 무너지면 일상이 무너진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밸런스는 직장인에게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설교자에게도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아마도 설교자에게 가장 중요한 밸런스는 지성과 영성의 밸런스일 겁니다. 즉 ‘지영밸’이 무너지면 설교가 무너집니다. 급한 마음에 설교를 준비하다 보면 ‘지영밸’이 무너져서 한쪽에 치우친 설교문을 쓰기 쉽습니다. 서커스 단원이 외줄 타기를 할 때 아슬아슬하게 밸런스를 맞추는 것처럼 설교자도 ‘지영밸’을 맞추기 위해 애씁니다.

서양과 동양에는 ‘지영밸’을 탁월하게 잘 맞춘 ‘지영밸’의 대가가 있습니다. 서양의 C. S. 루이스와 동양의 이어령은 인생의 초기에는 날카로운 지성을 자랑했지만요. 인생의 중기를 지나고 후기에 이를수록 깊은 영성가의 풍모를 드러냈습니다. 아쉽게도 루이스와 이어령이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에 국민일보 선임기자 출신의 이태형 기록문화연구소 소장이 『루이스씨, 이어령입니다』라는 신간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국내에서 분리해서 읽은 루이스와 이어령의 작품을 통합적으로 수용하는 최초의 책입니다. 이 소장은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현재 주님 품에서 안식 중인 루이스와 이어령을 지면으로 소환했습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풍성한 지성과 영성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순전한 기독교』와 『지성에서 영성으로』의 공통점

C. S. 루이스는 평생 30여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지금도 그의 책은 다양한 편집본으로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어령 역시 루이스만큼 많은 책을 집필했는데요. 지난 2월에 21세기북스에서 완간된 이어령 전집은 총 24권이고, 이 전집에 포함되지 않은 그의 책은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찌 보면 루이스와 이어령의 책이 워낙 많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그중에 이들의 대표작을 하나만 꼽기란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태형 소장은 『루이스씨, 이어령입니다』에서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와 이어령의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이들의 대표작으로 꼽습니다. 이 책들이야말로 루이스를 루이스답게, 이어령을 이어령답게 만든 책들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은 사람들을 결심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와 이어령의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좋은 책이다. 좋은 것은 살리는 것이다. 루이스와 이어령은 책으로 사람들을 살렸다. 이어령은 책을 낸 이후에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루이스와 같이 기독교 변증가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의 회심기라고 할 수 있는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에 비견되는 변증서라고 할 수 있다. 이어령이 대단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창조적 사고나 문명 비평서가 아닌 종교적 순례기가 엄청나게 팔리며 화제를 모았던 것은 분명 특이한 현상으로 하나님의 섭리가 아닐 수 없었다.”(21쪽)

이태형 소장은 이어령과 루이스를 동서양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라고 평가합니다. 기독교 변증은 기독교의 매력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이어령과 루이스는 그들의 고유한 지성과 영성으로 기독교의 매력을 설득했습니다. 물론 기독교를 믿는 모든 기독교인이 이어령과 루이스처럼 독보적인 지성과 영성을 소유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들은 존재 그 자체로서 기독교가 반지성적이며 광신적이라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종합하여 모든 것을 참신하게

『루이스씨, 이어령입니다』는 당연히 책의 제목처럼 루이스와 이어령의 작품들이 본문에서 주로 언급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루이스와 이어령의 작품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태형 소장은 루이스와 이어령의 입을 빌려 교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독 지성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이로 인해 독자는 기독 지성의 이중창을 넘어 생기 가득한 기독 지성의 하모니를 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독일의 신학자였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말씀이 꼭 필요하다 싶어 두 분의 대화 가운데 조금 길게 넣었다. 『하나님의 모략』을 쓴 댈러스 윌라드, 『중력과 은총』의 저자 시몬 베유, ‘라브리 공동체’의 창시자 프란시스 쉐퍼, 랍비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 등 기독 지성들의 이야기도 간간이 들어 있다.”(7쪽)

설교자가 그저 기계적으로 ‘지영밸’을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아마도 설교자가 모든 것을 종합하여 모든 것을 참신하게 할 때 비로소 ‘지영밸’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종합은 지성의 영역이고, 참신은 영성의 영역입니다. 사실 루이스와 이어령은 그 누구보다 모든 것을 종합하여 모든 것을 참신하게 글을 썼던 작가였습니다. 진정 우리가 ‘지영밸’을 맞추기 원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안일한 설교로부터 과감하게 ‘헤어질 결심’과 루이스와 이어령의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모방할 용기’가 필요해 보입니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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