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사진-신학의 고민: 사진기가 살인하다?
[예술과 목회] 사진-신학의 고민: 사진기가 살인하다?
  • 최병학 목사
  • 승인 2023.04.3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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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 제1부에서 사진을 찍는 약탈적 속성을 설명하면서 영어 동사 ‘shot’이 ‘사진을 찍다’와 ‘총을 쏘다’의 두 가지 뜻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어떤 대상의 사진을 ‘찍는(shot)’ 순간, 그 대상에 어떤 다른 것이 ‘관통(shot)’되는 것이다(총알이라고 하면 쉬울 것이다). 가령 2011년 10월 20일 리비아를 42년간 철권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Gaddafi)가 시민군에 의해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망한 적이 있다.

배수구에 숨어있다 끌려 나온 카다피는 그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연약하기 짝이 없는 노인의 모습이었으며<사진1>, 성난 시민군은 그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총격을 가해 죽여 버렸고 근처의 한 정육점 냉장창고 콘크리트 바닥에 펼쳐진 매트릭스 위에 올려놓았다. 창고 밖에는 카다피의 시신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 서서 기다리다 순서에 따라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시신을 찍었다<사진2>.

〈사진1〉 끌려나온 카다피
〈사진2〉 카다피의 시신을 찍는 사람들
〈사진2〉 카다피의 시신을 찍는 사람들

카다피의 살해와 사진을 통한(찍고 전파함으로) 시신에 대한 모욕은 궁극적으로 생전에 그가 가졌던 ‘공식적인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정치적인 목적이 시행되었던 것이며, 42년 동안 살아있는 신처럼 리비아 국민들 위에 군림했던 카다피였지만 냉장창고 안에 전시된 그의 실상은 비루하기 짝이 없던 노인의 형상에 불과해 공포와 철권 통치의 종말을 눈으로 보게 만든 것이다. 벗겨진 모자 아래로 드러난 그의 머리는 보기 흉할 정도로 머리칼이 빠져 있었다. 평소에 입고 다니던 멋진 아프리카 패션을 벗겨내자 드러난 것은 여느 노인과 다르지 않은 노화한 몸뚱이였다. 사진기는 이를 사실적으로 찍었고, 동시에 사진기는 또 다른 사실을 창조했다.

여기에 사진기와 사진의 문제는 시작된다. 구경꾼들이 카다피의 시신을 찍는(shot) 순간 휴대폰이라는 촬영 기계이자 저장 기계가 카다피의 이미지를 파괴하였다(shot). 그 어떤 순교의 의미도 덧붙일 수 없는 사물화 된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미주1) 따라서 카메라는 이미지를 훔치는 동시에 파괴하는 ‘약탈 무기’가 된 것이다. 이를 더욱 극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알카에다의 인질 참수 사진(및 동영상)이다.

인질 참수 동영상은 어떤 미학이나 테크닉도 사용하지 않은 고정된 카메라로 조잡하게 찍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현장감과 박진감을 발산한다. 중요한 것은 사진, 혹은 카메라의 존재 여부이다. 카메라가 있기에 이러한 잔인한 참수형이 계획될 수 있었고, 또한 동시에 이를 보고 치를 떠는 전 세계의 선량한 시청자들이 존재하기에 사진은 참수형을 전파한다. 결과적으로 카메라와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살인을 지령하고 실행한 것이다. 목하 사진기와 사진이 살인을 한 것이며, 들뢰즈의 말처럼 이제 세상은 영화가 되었다.

따라서 사진기와 사진을 통한 카다피와 알 카에다의 사례는 확실히 우리가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첨단 광학과 전자 통신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시각 체험에서 물리적, 시간적 거리의 장애를 삭제했으며, 동시에 우리는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것과 존재했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찍이 폴 비릴리오(Paul Virilio)는 시각 테크놀로지가 전쟁 기계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그것의 주체인 인간조차 기계화되는 양상을 진단하였다. 속도와 시각과 전쟁을 접목하고 기술이 개입된 시각 체계의 공격성과 위험성을 경고하였는데, 그의 ‘질주학(dromology)’(미주2)이나 ‘지각의 병참학’(미주3)이라 불리는 독창적 이론은 ‘속도와 시각을 강화하려는 기술은 결국 전쟁으로 귀결’되며, 시각 기계의 발명과 전쟁 테크놀로지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비릴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진보된 기술 네트워크는 21세기 지구의 어떤 곳, 어떤 활동도 한눈에 내다 볼 수 있는 원격감시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하며, 사이버 광학은 과거의 미학이나 민주주의의 윤리학을 허물며 전체주의적 위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미주4) 따라서 사진-신학에 도전하는 사진기와 사진의 이러한 속성을 간파하여 창조적으로 선용해야 할 것이다.

 

<미주1> 그러나 2011년 5월 파키스탄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서 은신하던 중 미국 특수부대 요원들에게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의 경우는 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 앉아 투입된 요원들의 헬멧에 장착된 비디오카메라로 송신된 동영상을 통해 사살 작전을 지켜보았으며, 이후 빈 라덴 사살 장면과 시신 공개를 거부하여 비밀리에 시신을 수장하였다. 빈 라덴의 처참한 사진을 공개할 경우, 미국에 대한 강한 분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사실 카다피보다 더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독재자도 있었다. 바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무솔리니이다. 그는 연합군이 들어오자 도주하던 중 항독 빨치산들에게 체포되어 부인과 더불어 처형된 뒤, 둘이 함께 건물에 거꾸로 매달렸다고 한다. 무솔리니의 끔찍한 최후를 목격했기 때문에 히틀러는 자신이 자살한 뒤, 자신의 사체를 소각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미주2> 질주학(dromology)은 그리스 말로 경주를 뜻하는 ‘dromos’에서 온 것으로 속도의 과학(혹은 논리)을 의미한다. 질주학은 전쟁과 근대 미디어와 연관된 사회의 구조화를 고찰할 때 필요한 것으로 어떤 것이 발생하는 속도는 그것의 본질적 특성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가령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더 느린 것을 지배하게 되며 ‘영토를 통제하는 자가 누구든지 그것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질주학 이후 이제 영토의 소유는 일차적으로 법과 계약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운동과 유통/순환(circulation)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미주3> 현대전쟁에서 병참학은 인력과 탱크, 연로 등의 이동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또 전장으로 이미지들의 이동을 의미한다. 비릴리오는 CNN의 등장과 보도 기자(newshound)에 대해 언급하는데, 기자는 CNN에 보낼 이미지를 획득하여 공중에게 방송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의 이동은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비릴리오는 로드니 킹 사건의 영상을 방송한 후에 벌어진 사건의 예를 든다). 전장(field of battle)은 지각의 장(field of perception)으로서 변환되었다.

<미주4> 신성환, 「폴 비릴리오의 전쟁론과 시각 테크놀로지의 상관성」, 『인문연구』 66호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2. 12), 246. 카다피 관련 내용은 위 논문에서 참조하였음.

최병학 목사<br>​​​​​​​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최병학 목사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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