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증경총회장 이규호 목사님을 추모하며
[특별 기고] 증경총회장 이규호 목사님을 추모하며
  • 이정환 목사
  • 승인 2023.04.22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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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정환 목사(팔호교회 원로)

예장 통합 증경총회장 이규호 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평생을 섬기시던 경주 구정교회당에서 마지막 천국환송예배를 드렸다는 보도도 보았다. 처음 부음을 듣고 조문을 가는 신학교 동기인 손달익 목사에게 대신 문상을 부탁했다.

늦었지만 목사님을 먼저 보내고 세상에 남아있는 사모님을 비롯한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린다.

다윗은 임종을 앞두고 사랑하는 아들 솔로몬을 불러서 “내가 이제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가는 길로 가게 되었”다며 유언을 남겼다. 이 목사님도 바로 그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는 길로 가셨다. 그리고 우리도 불원간에 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야할 그 길을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 주님께서 그 길이 되시기에 언제 어느 때 어떤 상태에서 부르심을 받든지 안심하고 기뻐하며 갈 수가 있다. 이 목사님이 임종 직전에 병원 의사에게 “예수 믿으시오”라고 하신 것도 예수님이 생명의 길이심을 확신하셨기에 마지막 힘을 다해서 복음을 전하며 그 길을 가신 것이라 믿는다.

사실 나는 이규호 목사님과는 별 교분이 없다. 총회를 드나들면서 고인에 대한 이름만 들어 알고 있었을 뿐 다정하게 차 한 잔 함께 나눈 적도 없다. 그리고 총회 때 어쩌다가 서로 마주치면 인사를 드리는 그런 정도의 관계였다.

그러나 송구스러운 말이지만 내가 접한 역대 증경총회장들 중에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증경총회장 두어 분 중에 한 분이 이규호 목사님이셨다. 고인에 대한 존경은 그분이 은퇴하시고 나서부터다.

장례예배에서 예배 설교를 맡은 분이나 추도사를 하신 분들은 고인을 “한국교회의 표본이 될 만한 온유한 목회자로 섬김의 지표가 되는 분",”모든 면에 흐트러짐 없는 절제의 목회자“로 ”교계에 격려와 희망과 덕을 세우는 목회자였다“고 고인을 회상하며 조의를 표했다.

솔직히 나는 이규호 목사님이 과연 그런 분이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이 목사님을 존경하게 된 이유는 고인의 사역을 마무리한 그 모습이, 그리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고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60대 초반에 들어선 어느 날 이 목사님을 부목사로 섬겼던 한 목사가 전해준 고인의 목회자로서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교단에 이런 분도 계셨구나!“하는 생각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 목사가 들려준 이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이 목사님 은퇴를 앞두고 은퇴준비를 위한 당회가 열렸는데 당회는 이 목사님을 원로목사로 추대하여 청원하기로 하고 보통 봉급자와 비슷한 퇴직위로금과 적정한 금액을 드려서 원로목사로 예우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회의 결정을 대리당회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이 목사님은 장로님들을 다시 모이게 한 후, ”퇴직 위로금은 별도로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구정교회에 부임하여 그동안 아이들 낳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고, 우리 식구들 모두 교회가 먹여 살렸는데 내가 오히려 교회에 감사해야 할 일이지...... 이제 은퇴하고 나면 나와 아내 두 늙은이에게 무슨 큰돈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러니 퇴직위로금은 없는 것으로 합시다. 그리고 원로목사 예우도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회가 원로예우로 정한 금액의 절반만 주시면 제가 달마다 어느 정도의 연금을 받게 되니 200여만원 정도면 교회가 사택도 주고 그런데 두 늙은이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로님들 모인 김에 제가 사택 건축헌금을 조금 바치려고 합니다“라고 하시면서 7천만 원의 헌금을 드렸다고 한다.

이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난 후 장로님들은 이 목사님의 말씀을 만류하며 늙을수록 돈이 필요하다는데 말씀을 거두어 주십사 간청하고 또 사택건축도 교회가 다 알아서 예산을 세워 건축하는데 왜 목사님이 사택건축헌금을 내시느냐? 며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목사님은 내가 마지막으로 장로님들에게 하는 부탁이니 내 말대로 해 달라고 하시면서 “내가 들어갈 사택인데 내가 건축헌금 드리는 것이 마땅한 것이 아니냐, 내가 더 많은 돈이 없어서 그렇지 있으면 더 드렸을 겁니다. 그러니 제 말대로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러자 장로님들은 목사님 차량을 구입한 지 꽤 되었으니 차량을 새 차로 바꾸어 드리겠다“고 하자 ”차 바꾼 지 5년 밖에 안됐는데 무슨 차를 벌써 바꾸느냐“고 한사코 거절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은퇴하는 날 교회는 이 목사님에게 교회가 드리려고 했던 퇴직위로금과 이 목사님이 드린 건축헌금 등등을 모두 모아서 은퇴 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하시라고 드리자, 평소에 가졌던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데 전액을 드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나는 총회에 참석할 때마다 일부러 증경총회장 석으로 이 목사님을 찾아서 허리 굽혀 인사를 드려 왔다.

은퇴를 앞두고 은퇴위로금 문제로 진통을 겪는 교회가 한 둘이 아니다. 사회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금액의 돈을 챙기거나 은퇴 후 새로운 시역을 한답시고 ‘ㅇㅇ 선교회, ㅇㅇ 연구소’ 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건물을 얻고 사무실을 내는 등, 자기 삯을 찾아 교인들의 등골을 다 빼먹는 삯꾼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이 목사님의 은퇴는 내게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내가 40년 목회를 마무리하면서 혹시라도 가질 수 있는 어리석은 유혹을 버리고 원로목사라는 호칭 하나 얻은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감사하면서 처음 부임할 때처럼 빈손으로 교회를 떠날 수 있는 결단을 할 수 있는 큰 자극제가 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교회에 짐을 지우고 교인들의 수고와 아픔을 외면한 채 자기 잇속만 채우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은 반 성경적인 죄악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을 말했디가 한 고조 유방에게 죽임을 당한 초왕 한신의 이야기를 한번 쯤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정말 웰 다잉(Well-dying)을 원한다면 웰 비잉(Well-being)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이규호 목사님, 천국에서 다시 뵐 때 세상에서 못다 한 큰 절 올리겠습니다.

서울북노회 팔호교회 원로목사 이 정 환

이정환 목사 <br>​​​​​​​(팔호교회)
이정환 목사
(팔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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