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위험사회’ 가로지르기
[논설위원 칼럼] ‘위험사회’ 가로지르기
  • 옥성삼 박사
  • 승인 2023.04.20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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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위험앞에서, 복음의 능력을 새롭게 재해석 해야 한다.
AI와 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위험 앞에서, 복음의 능력을 새롭게 재해석 해야 한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이 메시지는 위험이 근대화된 서구세계의 보편적인 문제임을 지적한다. 벡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해 세계가 풍요로운 사회로 발전했지만, 동시에 근대화의 결과로 기후변화와 핵 문제 등을 가져옴으로 불안이 일상화된 ‘위험사회’(risk society)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위험(risk)은 이미 발생한 재난(disaster)과 위험(danger) 또는 지금 직면한 위기(crisis)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재앙의 예견’으로서 위험이다. 코로나 팬데믹, 산불과 기후 위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미·중 갈등과 한반도를 둘러싼 핵미사일 사태 등은 리스크로써의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위험사회에 던지는 벡의 처방은 세계가 더 이상 ‘부’의 추구가 아닌 ‘위험’을 성찰함으로 새로운 근대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풍요와 위험이 함께 증가된 ‘위험사회’가 아니라도 우리의 삶은 상존하는 위험과 응전의 연속이기도 하다. 성경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의 삶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험의 근본 이유라고 한다. 어거스틴은 ‘무에서 창조된 인간의 무로 돌아가려는 회기성’이 존재론적 위험의 근원으로 보았다. 정보 통신 사회가 고도화된 세계화 시대의 위험은 나와 거리가 있는 객관적 환경이 아니라 곧 나의 문제로 나타난다. 코로나 팬데믹이 그렇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이 곧 내 일상에 위험이 되기도 하는 오늘이다. 나의 성찰과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시대의 성찰이 다르지 않는 것은 바로 거시구조화된 위험사회가 내 생활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AI와 4차산업혁명이 새로운 풍요와 함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위험을 불러오는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복음은 어떻게 역사하는가? 우선은 기술문명의 풍요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문명에 내포된 위험사회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나의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문명의 빛에 가려진 위험을 직시하고 끌어안으며 이 시대를 향한 복음의 능력을 늘 새롭게 재해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성경을 통해 제시한 하나님의 처방은 창조 세계의 시작에 주어진 ‘안식일’이고, 복음서의 ‘하나님 나라’ 선포이며, 사도행전으로 시작되는 ‘교회와 성령의 역사’이다. 안식일은 헤셀과 마르바 던이 제시했듯이 분주하고 불안한 일상을 멈추고, 7일 단위의 반복적인 생활 리듬으로 뒤틀려지는 삶은 조율하는 것이고, 삶의 통합성에 깃든 창조 질서를 맛보는 것이다. 바르트와 틸리히가 각 각 초월성과 통합성 관점에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지만, 하나로 수렴되는 것은 우리의 자리가 곧 하나님 나라와 잇대어 있다는 것이다. 성육신 사건으로 실현된 이 땅의 하나님 나라는 여전히 본질적 두려움에 갇혀있지만, 동시에 위험에 갇힌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하나님 나라의 평화로 연결되는 신비이다. 그것이 안식일의 참된 의미이다. 몰트만이 희망신학에서 제시하듯이 개인과 사회에 내재된 위험은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 다가오는 성령의 사역임을 일러준다. 이로써 절망과 종말의 위험도 십자가를 넘어선 희망의 전망으로 오늘을 긍정하게 한다.

위험사회를 가로지르는 혜안은 벡의 제안처럼 위험을 성찰하는 깨어있는 지성도 필요하고, 일과 쉼과 놀이의 균형 있는 생활 실천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삶’이 하나님 나라의 역동성으로 통합된 삶, 안식의 코이노니아가 일상화되는 생활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성경에서 안식을 묵상하고, 일과 쉼과 삶의 상호 의존적이면서 상호견제적인 생활 리듬을 성찰하는 것은 위험사회를 가로지르는 온전한 힘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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