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4·16세월호참사 9주기를 지나며
[뉴스 비평] 4·16세월호참사 9주기를 지나며
  • 지형은 목사
  • 승인 2023.04.19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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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이 4·16세월호참사 9주기였다. 304명이 목숨을 잃은 그날의 참상이 칼에 깊이 베인 자국으로 우리 가슴에 남아 있다.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못했다. 여태 진실(眞實)도 밝혀지지 않았고 마땅히 책임져야 할 자들에게 잘못을 제대로 묻지 못했다. 우리 사회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인권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일은 뭐 하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분주하며 이리 치열한 것인가.

이 참혹한 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됐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그 정부도 이 참사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앞선 정부에 철저히 각을 세우면서 반대하는 입장이니 일의 해결을 바라는 것이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비극이나 참사를 극복하는 길을 가리켜 애도(哀悼)라 한다. 애도는 벌어진 일을 그저 슬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깊은 슬픔에서 비로소 희망의 힘이 생긴다. 제대로 애도할 때 비극을 넘어설 수 있다.

참된 애도에는 네 가지가 포함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첫걸음이 공감(共感)과 성찰(省察)이다. 남의 슬픔 또는 기쁨에 공감하는 마음이 인륜의 기본이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로마서 12장 15절 말씀은 기독교 신앙에서 모든 인간관계의 근본이다.

두 번째는 기억(記憶)과 전환(轉換)이다. 일어난 일을 잊으면 비슷한 일을 또 당한다. 처절하게 기억하고 그 교훈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기독교 신앙으로 말하면 이것이 회개다.

세 번째가 책임(責任)과 대책(對策)이다. 앞의 두 단계가 제대로 진행되면서 사회에서 건강한 집단의식이 형성된다. 그런 사회적인 인식이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밝히고 그럼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서로 사랑’과 평화(平和)다.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밝히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작업이 남을 정죄하려는 목표를 가진 것이 아니다. 사회의 공공성을 바로 서야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이렇게 걸어가야 평화가 가능하다.

4·16세월호참사는 이념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륜의 문제요 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린 근본적인 가치관의 문제다. 이 참사를 진정으로 애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극한 갈등으로 비틀거리는 현재의 상황을 넘어설 수 있다.

지형은 목사<br>말씀삶공동체 <br>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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