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부활〉 - 역사적 사실의 인식에서 부활의 신앙으로 사는 삶으로
[영화와 복음] 영화 〈부활〉 - 역사적 사실의 인식에서 부활의 신앙으로 사는 삶으로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04.05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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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리우스 황제 재임 기간, 유대 총독으로 부임한 빌라도는 소란이나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통치에 집중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의 적당하면서도 원만한 관계는 필수적이다. 그즈음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나사렛 사람 예수를 잡은 그는 그들의 요구에 따라 십자가형을 명하고, 그 집행을 자신의 오른팔인 호민관 클라비우스(조셉 파인즈)에게 맡긴다. 그는 도시 질서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특히 유대 반란군을 진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자이다.

사형 집행 현장, 나사렛 예수의 죽음을 확인한 클라비우스는 아리마대 요셉의 요청에 그 시신을 넘겨준다. 하지만 시중에 떠도는 부활에 관한 소문을 걱정한 대제사장 가야바 일당의 요구에, 커다란 돌로 무덤의 문을 막고 봉한 후 보초를 세운다. 그리고 3일째 되는 날, 빌라도로부터 시체가 사라졌으니 찾아오라는 명을 받은 그는 부활의 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을 찾아 조사에 나선다. 보초, 주변 인물, 막달라 마리아와 여인들, 그리고 예수의 제자까지 심문하지만, 시신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정보원으로부터 예수의 소재지에 관한 첩보를 입수한 그는 직접 군사를 이끌고 가고, 그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있는 예수를 보고 그 위엄과 온화함, 평안에 당황한다.

손의 못 자국과 허리의 창 자국을 확인한 그는 ‘죽음’과 ‘부활’이라는 모순되는 두 사건의 공존에 혼돈에 빠진다. 그리고 예수를 만나러 갈릴리로 가는 제자들과의 동행을 결심한다. 힘겹게 도착한 갈릴리, 허기에 지친 그들은 밤새도록 그물을 던지지만 고기를 잡지 못하고 날이 밝는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배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라!” 뭔가 느낌이 온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을 깨우고, 그물에 넘치도록 고기를 잡는다. 예수와 만난 그들은 함께 식사하며 기쁨과 만족을 얻고, 더 이상 자신들의 무기는 칼이 아닌 사랑임을 확신한다.

아침이 되고, 예수는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이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예수는 그들에게 없다. 하지만, 십자가 사건으로 절망했던 며칠 전의 상황과는 다르게, 그들은 형언치 못할 자유와 해방, 감사를 경험한다.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그들에게 열린 것이다. 의심과 질문, 정리되지 않는 생각과 상황들이 이해를 넘어 몸 가득히 경험됨을 느낀 클라비우스는 세속적 지위와 권력, 야망을 상징하는 호민관 반지를 빼버리고 길을 떠난다. 이제 그는 부활을 경험한 신앙인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부활의 역사적 사실 여부는 믿음의 문제이다. 성경을 비롯한 여러 객관적 증거가 넘치지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지는 결국 본인의 몫이다.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결단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 믿음은 강요되거나 세뇌된 믿음이 아니다. 치열한 의심과 고뇌, 진실에 대한 추구에서 나온 믿음이다. 그때 비로소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이 가능하다. 만남은 삶을 변화시킨다. 단지 사실에 관한 인식이나 인지가 아닌, 만남의 경험이 진정한 변화를 유발한다.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변화된 클라비우스는 ‘내가 예전과는 같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 ‘예전과는 다른 나’는 이제 부활의 증인으로의 삶을 산다. 강한 내적 확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과 목적을 갖게 만든다. 세상적 부와 출세와 야망에 사로잡힌 삶에서 희생과 인내와 기쁨과 사랑의 삶으로, 그리고 예수를 전하는 삶으로 바뀐다. 그렇다. 부활은 단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정을 넘어선 경험이며, 그 경험은 지금부터 살아내는 삶에 가장 뚜렷한 동기부여가 된다.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을 극복하고 영생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이제 부활절이다. 부활은 우리가 그 삶을 살아낼 때 진정한 의미가 발한다. 부활절은 절기로서의 날이 아닌, 겪어내는 삶으로서의 일상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본보 편집위원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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