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주 69시간제’와 삶의 통합성
[뉴스 비평] ‘주 69시간제’와 삶의 통합성
  • 옥성삼 박사
  • 승인 2023.04.05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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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근무제’ 논란은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목표고 명분이다. 찬성하는 측의 논리는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오히려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업종의 특성과 기업의 필요에 따라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개정안 내용에 따른 시뮬레이션 그리고 찬성 측에서 내세운 미국과 일본의 유사사례 등이 한국 사회 노동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불과 몇 주 사이에 대통령 국무총리 고용노동부 장관 등의 정책 혼선과 4차례의 수정 발표가 이어졌다. ‘주 69시간제’ 논란에 대한 정부 정책은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채 표류하는 상황이다.

언론과 노동단체 등이 비판한 내용은 크게 4가지이다. 첫째 한국은 과로사를 걱정할 만큼 장시간 일하는 사회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연간 1915시간으로 OECD 평균 1716시간 보다 199시간 길다. 한국은 OECD 38개국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다음으로 네 번째로 장시간 일하는 국가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은 초고령·초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자살률은 10년 넘게 OECD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2.9달러(29위)로 OECD 평균인 55.8달러의 75% 수준이다. 따라서 노동시간 유연제보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시간 유연화는 ‘불규칙한 장시간 노동’으로 건강에 해롭다. 몰아서 일할 수는 있어도 몰아서 쉬는 것은 건강에 해롭고 ‘과로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넷째 일명 ‘공짜 야근’과 ‘포괄임금제’ 등의 폐해가 상존하는 현실에서 노동시간 유연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다.

그동안의 논의에서 간과된 것이라면 ‘삶의 통합성’ 문제이다. 일하고 쉬고 놀이하는 삶의 통합성보다는 일 중심의 이원적 갈등 구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은 생활의 필요를 제공하지만 쉼 없이는 지속할 수 없으며, 쉼에 놀이가 없다면 무미건조한 생존만 가능하고, 놀이는 삶의 의미와 기쁨을 주지만 일 없이는 놀이를 영위하는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일하고 쉬고 놀이’하는 인간의 삶은 개별요소의 우열이나 취사선택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과 쉼과 놀이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삶은 ‘가위바위보’와 같이 상호의존적 관계성과 순환적 견제가 작동될 때 바람직하게 영위될 수 있다. 정부정책과 기업경영 역시 통합적 삶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시간을 비가역적이며 비탄력적인 흐름이 아니라 인위적 조정이 가능한 자원(물리적 양)으로 설정하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한 해라는 시간은 양으로 보이지만 삶의 통합성이 일정한 리듬으로 작동되는 흐름이다. 삶의 통합성과 시간에 대한 성찰로부터 ‘주 69시간 노동제’에 대한 논의가 재조명돼야 할 것이다.

옥성삼 박사 <br>​​​​​​​가스펠투데이 논설위원
옥성삼 박사
가스펠투데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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