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고대 후기(Late Antiquity) 기독교 선교와 교회 건축
[전문가 칼럼] 고대 후기(Late Antiquity) 기독교 선교와 교회 건축
  • 임재훈 목사
  • 승인 2023.04.03 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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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 서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이탈리아의 고도(古都) 라벤나(Ravenna)에는 민족 대이동(Völkerwanderung, 375/6-568)으로 유발된 고대에서 중세에로의 전환이 기독교 선교를 매개로 고대 후기(Late Antiquity)라는 완만한 전이단계를 거쳐 전개되었음을 보여주는 기독교 유산들(Christian Heritage)이 있다.

그중에서도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c.504)는 서로마제국을 멸망(476)시킨 게르만족 오도아케르의 뒤를 이어 동고트왕국의 테오도리쿠스 대왕(Theoderīcus Magnus, 454-526)이 수도 라벤나에 세운 궁정 예배당으로 고대 후기 문화접변 현상을 반영한 초기 기독교와 비잔틴문화의 기념비적인 교회 건축물(Sacralbauten)이다.

그는 민족 대이동기 기독교를 수용한 이민족들의 일반적인 경우처럼 예배당을 초기 기독교 교회 건축의 전통에 따라 세 개의 복도를 지닌 3랑식 바실리카 형식으로 건축하였다.

사진1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내부, c.504, 라벤나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내부, c.504, 라벤나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c.504, 라벤나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c.504, 라벤나

게르만족 가운데 프랑크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족들은 니케아공의회(395)에서 배격된 아리우스주의(Arianism)를 신봉함으로 테오도리쿠스의 궁정 예배당 벽면은 아리우스파 신학을 표현한 모자이크들이 초기 기독교 미술(Early Christian Art) 양식으로 제작되어 장식되었다.

로마제국의 부활을 모토로 하였던 비잔틴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Justinianus, 482-565) 시기 라벤나가 탈환(540)된 후, 예배당 벽면의 모자이크 장식은 아타나시우스파 신학과 상충될 경우 대부분 제거되고 대신에 비잔틴양식의 작품(Byzantine Art)으로 대체되었다.

다행히 남겨진 부분들이 있어 서로마제국 멸망 후 이민족에 의해 수용된 고전고대 로마건축의 바실리카양식을 확인할 수 있고, 교회 벽면을 장식한 동고트족(Ostrogoths)이 구사한 초기기독교미술과 후에 첨가된 비잔틴 미술을 양식적으로 비교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리우스파교회(Arianchurch)의 신학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2. 테오도리쿠스 대왕의 궁정예배당이 세워진 시기는 로마제국의 수도가 비잔티움으로 천도(330)된 후 종교적 중심지로서의 역할이 부각된 로마에서 일종의 고전주의적 건축경향이 나타나 바실리카의 원형을 충실히 따르던 5세기 직후의 상황이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c.432, 내부,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c.432, 내부, 로마
산타 사비나(Basilica di Santa Sabina) c.422-432, 내부, 로마
산타 사비나(Basilica di Santa Sabina) c.422-432, 내부, 로마

민족 대이동기에 로마문화를 접한 이민족들은 기독교 신앙을 수용하면서 바실리카 건축 전통을 흡수하였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 예배당 역시 목조 평천장을 지닌 3랑식 바실리카로 건축되어 구세주 그리스도(Christ the Redeemer)에게 봉헌(504)되었다.

궁정 예배당 내부는 줄 지어선 기둥들(열주)이 아치로 연결된 아케이드(Arcade)를 경계로 회중들의 공간인 신랑(Nave)과 아케이드 밖의 측랑(Aisle)으로 구분되었고 신랑 벽면은 예배 참석자들의 신앙교육을 위한 모자이크로 장식되었다.

회중석 좌우 벽면은 3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져 아케이드 바로 위 넓은 벽면은 물론 그 위의 고측창(Clerestory) 사이 그리고 창 위의 공간까지 모두 모자이크 도상들로 치장되어 있다.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북쪽 네이브 벽면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북쪽 네이브 벽면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남쪽 네이브 벽면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남쪽 네이브 벽면

좌우 벽면 3개의 구획 중 양쪽 모두 제일 아래쪽 면의 테오도리쿠스 대왕 시절에 제작된 도상들은 아리우스주의를 반영한 내용이라서 유스티니아누스 대왕 시기 라벤나가 탈환된 후 비잔틴교회의 신학을 담은 도상들도 대체되었고 그 위 2개 구획의 도상들은 그대로 남겨졌다.

이 과정에서 예배당은 아리우스주의에 맞서 정통신앙을 보존하였던 투르의 주교 성 마르티누스(St. Martinus, c.316-397)에게 재봉헌(561) 되었고 후에 클라세(Classe)에 있던 초세기의 순교자 아폴리나리스(St. Apollinaris)의 유해를 이 예배당으로 옮겨오면서 현재의 명칭인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비잔틴 시기에 새로 장식된 북쪽 네이브 벽면 아랫부분에는 흰옷을 입은 22명의 여성 순교자들이 왕관을 손에 들고 항구도시 클라세를 출발해 옥좌에 앉은 테오토코스(Theotokos)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향해 동방박사들의 인도로 행렬을 지어 이동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옥좌에 앉은 성모자는 축복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여성들 사이에는 순교자의 상징인 종려나무(Märtyrerpalme)가 세워져 있다.

맞은편 남쪽 네이브 벽면 아랫부분 역시 흰옷을 입은 26명의 남성 순교자들이 왕관을 들고 동고트왕국의 궁전 팔라티움을 출발해 앱스 쪽 방향에 그려진 우주의 지배자로 옥좌에 앉으신 그리스도(Majestas Domini)를 향해 순교자 마르티누스의 인도로 행렬을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스도가 좌정한 화려한 옥좌와 수금 모양의 등받이, 기다란 방석은 전형적인 비잔틴 도상이다. 남성 순교자들 사이에도 종려나무가 세워져 있다.

여성 순교자들의 행렬, 북쪽 네이브 벽면, 561,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여성 순교자들의 행렬, 북쪽 네이브 벽면, 561,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남성 순교자들의 행렬, 남쪽 네이브 벽면, 561,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남성 순교자들의 행렬, 남쪽 네이브 벽면, 561,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옥좌에 앉은 테오토코스(Theotokos)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561,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옥좌에 앉은 테오토코스(Theotokos)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561,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옥좌에 앉은 우주의 지배자 그리스도(Majestas Domini), 561,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옥좌에 앉은 우주의 지배자 그리스도(Majestas Domini), 561,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기독교도상이 예식적 성격을 지닌 행렬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되는 것은 유스티니아누스 시기 비잔틴 미술의 특색이다. (cf. 산 비탈레교회의 전례행렬)

유스티니아누스대제와 병사들, 모자이크, c.547, 산 비탈레교회(Basilica di San Vitale), 라벤나
유스티니아누스대제와 병사들, 모자이크, c.547, 산 비탈레교회(Basilica di San Vitale), 라벤나
사진12 테오도라황후와 시종들, 모자이크, c.547, 산 비탈레교회(Basilica di San Vitale),
테오도라황후와 시종들, 모자이크, c.547, 산 비탈레교회(Basilica di San Vitale),

벽면 장식의 두 번째 구획인 양쪽 고측창 사이 공간은 32명의 선지자와 성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구획인 고측창 위의 26개의 작은 패널에는 예수의 생애와 수난 장면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북쪽 패널의 예수의 이적을 묘사한 열세 장면의 그리스도가 수염이 없는 젊은 청년의 모습을 지닌 반면, 남쪽 열세 패널의 수난 장면의 그리스도는 머리가 길고 수염이 덥수룩한 나이든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예수의 생애를 묘사할 때 가장 중요한 장면 중의 하나인 탄생(Nativity)과 십자가처형(Crucifixion)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양과 염소를 나누는 그리스도, c.504, 모자이크, 테오도리쿠스 시기
양과 염소를 나누는 그리스도, c.504, 모자이크, 테오도리쿠스 시기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는 그리스도, c.504, 모자이크, 테오도리쿠스 시기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는 그리스도, c.504, 모자이크, 테오도리쿠스 시기
유다의 배신, c.504, 모자이크, 테오도리쿠스 시기
유다의 배신, c.504, 모자이크, 테오도리쿠스 시기

이는 아리우스주의 신학에 따라 육체를 지닌 예수의 탄생이나 십자가에서의 죽음은 성부와의 동일본질(homoousios)이 아닌 유사본질(homoiousios)을 지닌 그리스도의 영역이 아니라서 도상에서 배제된 것이다. 동일한 교회 공간을 장식하는 그리스도를 묘사하면서 비잔틴 초기까지도 공존하였던 수염이 없는 그리스도와 수염이 있는 그리스도 도상의 두 가지 전통을 동시에 취하여 나이 들어가는 그리스도로 묘사한 것은 아리우스주의 나름의 도상 해석의 결과라고 여겨진다.

탄생(Nativity), 11c, Monastery Church of Hosios Loukas, Boeotia, Greece
탄생(Nativity), 11c, Monastery Church of Hosios Loukas, Boeotia, Greece
십자가처형(Crucifixion), c.1090-1100, Church of Dormition, Monastery of Daphni, Greece
십자가처형(Crucifixion), c.1090-1100, Church of Dormition, Monastery of Daphni, Greece

3. 민족 대이동기 게르만족의 기독교화(Christianisierung)에는 고트족 출신의 울필라스(Ulfilas/Wulfila, c.311-383)의 공헌이 크다. 그는 성경을 고트족의 언어로 번역하였으며 서고트족, 동고트족, 반달족, 랑고바르드족, 부르군트족 등 프랑크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르만족이 아리우스주의를 수용하게끔 하였다. 하지만 게르만족의 선교는 처음부터 기획 선교라기보다는 로마문화를 접한 게르만족 자신이 기독교를 수용한 측면이 크다. 그들은 울필라스가 토대를 놓은 성서주의에 기초해서 비잔틴교회의 복잡한 사변신학을 거부하고 아리우스주의를 선호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 선교를 매개로 고전고대 로마의 문화를 수용함으로 중세로의 급격한 전환을 지양하고 고대 후기(Late Antiquity)의 완만한 전이단계를 거쳐 중세로 진입하게 되었다.

라벤나의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의 바실리카 건축양식과 교회 벽면을 장식한 미술 작품들은 이러한 역사적 이행기의 신학과 신앙을 드러내 준다.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북쪽 벽면 파노라마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교회(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 북쪽 벽면 파노라마
임재훈 목사<br>독일 칼스루에벧엘교회 담임<br>유럽기독교문화예술연구원장<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임재훈 목사
독일 칼스루에벧엘교회 담임
유럽기독교문화예술연구원장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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