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리딩누크] 순례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설교자에게
[설교자의 리딩누크] 순례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설교자에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3.03.17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빈 브라운의 『C. S. 루이스의 생애』

아마도 한국교회에서 C. 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의 이름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설교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 고통의 문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한국교회에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루이스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교수로 활동했고, 또한 탁월한 기독교 변증가로서 활약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혹여나 루이스에 대해 이러한 편견을 가지기 쉽습니다. 루이스가 매우 차가운 지성의 소유자라고 말입니다.

물론 루이스가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는 맞지만요. 루이스는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면서 지성을 넘어서는 다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쁨(Joy)’입니다. 그가 만약에 지성의 세계에 계속 머물고자 했다면, 그는 결코 영원한 기쁨을 알지 못했을 겁니다. 이미 한국교회에는 루이스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었고, 그에 관한 전기도 여러 권 출판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2016년에 기독교문서선교회에서 출판된 데빈 브라운의 『C. S. 루이스의 생애』는 다른 루이스 전기와 결을 달리합니다. 이 책은 루이스의 감추어진 사생활보다는 그가 일평생 추구한 기쁨의 순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기치 못한 기쁨에 사로잡힌 루이스

미국의 영문학자 데빈 브라운은 한국교회에 그리 잘 알려진 저자는 아닙니다. 『C. S. 루이스의 생애』는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된 그의 책이며, 앞으로도 그의 책을 국내에서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영문학자로서 꾸준히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의 저자 톨킨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집필했습니다. 그가 영문학자로서 루이스의 작품을 탐구하고, 루이스의 생애를 살펴보는 것은 루이스의 본체를 파악하는 데 상당히 유의미합니다. 루이스 역시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영문학자로서 활동했고, 그의 대다수 작품은 영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빈 브라운은 자신이 루이스의 전기를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힙니다.

“루이스에 대한 이제까지의 다른 전기들은 그의 삶을 둘러싼 크고 작은 숱한 일들을 아주 치밀하게 다루고 있다. 나의 목표는 루이스의 영적 삶의 여정에 초점을 맞춰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기쁨’이라는 신비로운 갈망에 대해 탐구했던 그의 삶을 다루는 것이다. 그는 이 ‘기쁨’을 대문자로 시작하는 ‘Joy’로 표기했으며, 자신의 삶을 이루고 있는 중심 주제는 바로 ‘기쁨’에 대한 탐구라고 했다.”(12쪽)

루이스는 1955년에 자신의 회심을 다룬 자서전을 출판했는데요. 그 자서전의 제목은 『예기치 못한 기쁨』(Surprised by Joy)이었습니다. 데빈 브라운은 이 자서전의 제목이 영국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에서 따왔다고 밝힙니다. 그 시의 첫 두 행은 이렇습니다. “조급한 바람처럼 찾아온 예기치 못한 기쁨 / 나는 그 황홀함에 놀라 누군가에게 전해주려 했네.” 바람을 타고 찾아온 예기치 못한 기쁨은 루이스를 일거에 사로잡았습니다. 그는 그 황홀함에 놀라 이 기쁨을 전하는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만약 그의 마음에 기쁨의 황홀함이 없었다면, 그는 기독교 변증가로서 기독교를 논증할 그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을 겁니다.

기쁨과 함께 시작된 작가의 여정

루이스는 일평생 대략 30 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루이스가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루이스의 첫 책은 1919년에 출판된 『구속된 영혼』이라는 제목의 시집이었고요. 그다음 책 역시 1926년에 출판된 『다이머』라는 제목의 시집이었습니다. 이는 청년 루이스가 그 누구보다 시인이 되고자 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루이스가 이 두 권의 책을 출판했을 때 루이스는 그저 무명 시인에 불과했습니다. 루이스의 작가 인생에서 반전이 시작된 것은 그의 세 번째 책인 『순례자의 귀향』을 1933년에 출판하고 나서부터 입니다. 『순례자의 귀향』은 표면적으로는 풍자소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독교로 회심한 루이스의 자전소설로 볼 수 있습니다.

“잭(루이스)은 회심 이후에도 계속 글을 썼다. 하지만 이제는 주로 글 쓰는 일 자체를 위해 그렇게 했다. 명성을 얻기 위해 글을 쓰고자 하는 그의 내면의 한 부분을 포기했거나 아니면 포기하려고 애썼다. 놀랍게도 2주간의 기간 동안 그는 『순례자의 귀향』 원고를 모두 완성했다. 그 작품은 믿음을 갖기까지 자신의 여정을 추적해 나간 한 순례자의 비유적 이야기이다.”(257쪽)

루이스의 빗나간 예측

우리가 알고 있는 루이스의 대표작은 모두 『순례자의 귀향』 이후에 집필된 작품입니다. 루이스의 작가 인생은 『순례자의 귀향』 출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고, 『순례자의 귀향』을 집필하며 그는 본격적인 기독교 작가로서 행보를 걷게 됩니다. 이를 처음부터 그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루이스는 죽음을 앞두고 오언 바필드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죽은 지 5년만 지나면 내가 쓴 것을 읽고 있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루이스의 이러한 예측은 크게 빗나갔습니다. 루이스가 죽은 지 5년이 아니라 50년이 지났지만, 그의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이스의 책은 여전히 우리에게 순례의 기쁨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사순절에 순례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면, 우리는 루이스를 순례길의 동반자로 새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