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새로운 이단 : 복음과 정치 혼합주의
[논설위원 칼럼] 새로운 이단 : 복음과 정치 혼합주의
  • 박충구 교수
  • 승인 2023.03.1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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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가 다양한 분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교파주의에 의하여 교회 일치의 정신을 상실한 지 오래 되었지만,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여전히 사분오열 분란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개신교 안의 분란은 1970년대 중반부터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의 신학적 문제처럼 보이는 듯 했으나 그보다 더 추잡한 동기에 지배를 받으며 쉬지 않고 일어났다. 1924년부터 오랜 동안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컬한 교회연합 기관으로 자리를 잡고 있던 한국교회협의회(KNCC)에서 1989년 보수 성향의 교단과 대형 교회들이 이탈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분리되더니, 2012년에는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분리되고, 이어 2017년엔 다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분리되었다. 그 결과 한기총은 오늘날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교회 연합기관의 분립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략 세 가지가 주로 작용했다.

첫째는 신학적으로 진보/보수의 갈등, 둘째는 부유한 교회 목사들의 교권 장악 수단,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실적 이슈에 대한 이단 시비와 교회 정치의 문제다. 교회연합의 분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그동안 한국교회협의회가 세계교회협의회와 공유 해오던 바, 에큐메니컬한 정신에 이끌려지던 평화와 인권, 정의, 창조세계의 보전과 같은 글로컬한 실질적 과제들을 한국교회가 거의 잊어버렸다는 점이다. 그 결과 사소하고도 지엽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각 교단과 신학대학 안에서도 보다 보편적인 신학적 관심은 사라지고 교권 쟁탈전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거의 대부분의 교단과 신학대학 안에서 이전투구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를 내적으로 분열시켰던 사회적 이슈들은 자유주의 신학을 소화할 수 없었던 한국 교회의 보수성,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사학법 반대, 그리고 동성애 반대와 차별금지법 입법 저지 등의 문제가 있었고, 대형교회의 목회적 이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부자간의 교회세습에 대한 찬반의 입장들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양상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개신교의 수용능력의 결핍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신학의 다양성 수용 거부, 교회의 이권을 지키기, 그리고 인권 가치의 증대를 반대하는 것, 나아가 교회의 사유화 현상은 한국교회의 후진적 특질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어느 시점에 가서는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오늘날 가장 심각한 한국교회의 문제는 이명박 정권 당시 미국에서 수입된 뉴라이트 운동이 개신교의 정신세계를 오염시킨 데에서 비롯되었다. 뉴라이트 운동에서 개신교 보수 세력과 극우 반공주의 세력이 비지성적으로 혼합되면서 기독교의 우파 이데올로기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본주의와 기독교가 비신학적으로 혼합되었고, 극우화되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개변할 수 있는 복음의 능력을 증오와 혐오와 저주로 바꾸어 버렸다. 뉴라이트 집단은 심지어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권 가치를 주장하며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려는 이들을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 동조자로 오인하고 매도하였다. 이런 흐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이들이 대부분 신학적 사유능력이 취약한 대형 교회 목사들이다. 이들에 의하여 기독교는 극도도 이념화된 것이다.

교회 일치운동의 파괴를 불러온 여러 차례의 분열은 교회의 사회 정치, 평화와 환경에 대한 복음적 관심을 축소, 약화시키고, 교회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켜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을 끝없이 추락시켰고, 신학적 사유 대신 개교회주의를 부추기고 성장주의에 따른 목회성공사례를 규범화하는 풍조를 불러왔다. 결국, 교회 일치는 사라지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논구할 신학적 바탕이 사라진 개신교회는 개신교의 세력화를 위하여 보수 정치 정당과 야합하는 기이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초교파적인 대중 집회를 통해 극우정치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들은 박근혜 정권에 이어 윤석열 정권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역사적으로 복음과 정치의 이단적 혼합주의 사례는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일단 종교개혁 시대에 있었던 멜키어 호프만(Mechior Hoffman)에 이끌려진 종말론적 정치혼합주의의 오류, 그리고 히틀러를 하나님이 보내신 구원자로 오인했던 독일 개신교회의 오류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두 경우 모두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뿌리까지 뽑아버린 사건이었다. 복음과 정치의 혼합주의는 정치에게 복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만드는 복음의 정치화라는 영적 범죄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기독교 신앙의 주(Lord)님의 권위를 세속 정치가를 위해 오남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 개신교가 작금에 보이고 있는 광화문의 기독교는 과거 흔했던 부흥성회 모임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무리는 복음과 극우화된 정치를 혼합한 현대판 이단적 혼합주의를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단적 풍조에 대한 신학적 점검과 비판, 그리고 토론이 매우 시급하다.

박충구 교수
박충구 교수
전 감신대 교수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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