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한국교회 내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의 문제
[논설위원 칼럼] 한국교회 내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의 문제
  • 박성철 목사
  • 승인 2023.02.17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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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신학 체계와 교회 구조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를 정당화하고, 남녀 평등성을 훼손하고 있다.
왜곡된 신학 체계와 교회 구조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를 정당화하고, 남녀 평등성을 훼손하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인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인정 투쟁”(Kampf um Anerkennung)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에 따르면, 타자에 대한 폄하와 무시는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명예(Ehre)를 훼손함으로 극단적인 사회적 투쟁을 일으킨다. 인정 투쟁의 개념은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해 있는 여성에 대한 몰이해와 그로 인한 갈등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1970-80년대 한국교회는 개발 독재와 결탁하여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대한 집착은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하였다. 그중에서도 오늘날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이다.

당시 한국교회는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여성에게 교회를 위한 무한한 헌신을 요구하였으며, 이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환경으로 인해 남성 교회지도자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한국교회에는 가부장적인 신학 체계와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 위계 구조가 자리 잡게 되었고 성경의 가르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회적 가치가 마치 하나님의 뜻인 것처럼 여겨졌다.

이처럼 왜곡된 신학 체계와 교회 구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를 정당화함으로써 교회 내 남녀의 평등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약 70% 정도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국교회를 몰락으로 이끄는 심각한 문제이다.

첫째, 한국교회 내에 만연해 있는 가부장적 신학 체계는 여성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을 위협함으로써 젠더(Gender) 갈등을 극단화한다. 이러한 갈등이 넘쳐나는 곳에 교회의 근본적인 지향 중 하나인 코이노니아(koinonia)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이는 교회의 기초를 무너뜨린다.

둘째, 가부장적 신학 체계가 만들어 내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의 정당화는 남성 목회자들에 의한 여성 신도들에 대한 성(性)폭력과 같은 범죄가 반복되는 현상을 결코 막을 수 없다. 그루밍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여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인천새소망교회 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가부장적 인식이 지배하는 교회일수록 여성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범죄를 덮으려 하거나 건덕(建德)이라는 이름으로 남성 목회자들을 감싸는 2차 가해가 발생한다. 가해자에 대한 교회 차원의 명확한 처벌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한국교회 내에서 성범죄가 반복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한국교회 내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를 인식론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그 고민의 끝에서 오늘날 한국교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힙포의 아우구스티누스(Saint Augustine of Hippo)와 장 칼뱅(John Calvin)의 신학을 가부장적 관점에서 해석하였던 과거의 잘못을 직면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시대의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신학적으로 조직화하였고 그 체계는 기독교 신학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문제는 한국교회가 당시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보여주었던 이들의 사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기보다는 가부장적 체계 속에서 받아들였다는 데 있다. 남성의 가치는 여성의 가치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겨졌고 공적 영역에서 남성의 역할만이 중시되었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모든 인간관계를 위계적으로 질서 지우는 가부장적 구조를 강화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를 심화시켰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였다. 만약 한국교회가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한국교회의 몰락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대선행동 정책위원장 박성철 목사
박성철 목사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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