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그림의 순수함을 찾아야 밝아질 세상 (2)
[전문가 칼럼] 그림의 순수함을 찾아야 밝아질 세상 (2)
  • 서영석 목사
  • 승인 2023.02.1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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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크만. 가족 그림. MOMA 미술관.
막스 베크만. 가족 그림. MOMA 미술관.

(지난 호에 이어) 화가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작품 속에 그 시대상을 담아 수많은 이들에게 가슴으로 전달하고 싶어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수용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림을 그림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상반되게 해석을 하기에 그림이 가지고 있는 그 순수함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 된다.

화가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서도 따라가기 버겁고, 너무 강압적인 상황에 순응하며 나아가는 것 역시 그림의 본질을 바라보기 어렵게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이야기 하고 싶다.

벨라스케스의 그림 중 특히, 역사화인 “브레다 함락(The Surrender of Breda. 1635. MUSEO DEL PRADO. R.9A)”을 통해서 역사의식을 어떻게 품어야 할지를 보여준다. 승자의 승리의 원칙은 단순하다. 패전국보다 강하고 힘있게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 화가들의 기법이었다.

하지만,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브레다함락의 장면을 놓고 깊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승자의 관용이었다. 이긴 자의 당당함보다는 패전국의 아픔과 그들을 보듬는 승자의 아량을 돋보이게 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다.

그 해석은 결과적으로 종교전쟁이자 80년 전쟁, 30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과정에서 양국 모두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한 그림이 되었다. 화가 스스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고 누가 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판단하고 감싸 안고 나아갈 진정한 용기가 있느냐를 보여준 이 그림은 최고의 역사화로 손꼽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프란스시코 데 고야가 보여주려 했던 ‘1808년 5월 2일’과 ‘5월 3일’의 그림을 통해서 전쟁의 잔혹성과 그것을 통한 우울함과 낙심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그것을 막아보고자 하는 열망은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그림이 되었다. 피카소를 통해 1808년 5월 3일은 리메이크 되어 한국에서의 학살을 통해 당시 중국과 일본만 알던 아시아에 작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고, 그로 인해 한국전쟁의 해결에 대한 모티브를 제공한 것도 이 그림이 발단이 되었음을 우리는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움은 사실이다. 화가들의 그림에 대해 비평을 하는 것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 순수한 미술의 세계를 왜곡 시키는 것만은 멈추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는 자의 몫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수용하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는 순수 미술의 세계로 이끄는 것은 그 그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들의 몫이다. 나와 맞지 않는 의견을 내었다고 비평은 할 수 있으나, 비판은 그 그림의 전달력을 약화 시킬 수밖에 없다.

인간의 시대적 아픔을 가장 극명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낸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통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미술의 방향성은 순수미술의 세계이다. 그림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미래에 보여주는 사진과 같은 모습이다. 물론, 1800년대 카메라의 발달 이후 그림의 방향성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 어떤 미술일지라도 우리에게 화가들이 말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미래에 어떻게 이루어질 지를 보여주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지도를 인의적인 힘으로 왜곡하도록 한다면 어찌 온전한 도로가 나오겠는가?

예술가들의 창작의 자유와 그림을 통한 깊은 고뇌와 갈등 그리고 해법의 논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 사고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것 역시 그림을 바라보는 자의 역할이요 책임이요 의무이다. 자신과 배치되는 생각을 가졌다고 무조건적 비판과 정죄는 순수한 미술을 막는 길이요 결국 사회적 어두움만 더욱 극명해지는 현실을 낳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넓게 바라보며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그림의 테두리 안에 머물게 되는 종교의 수많은 이야기를 이끄는 지도자들 역시 편협한, 왜곡된 시선의 지식적 전달이 아닌 자신의 삶 속에서 녹아져 내린 화가와 같은 순수함의 마음을 회복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서영석 목사<br>사랑나눔교회 목사<br>유튜브 “그림없는미술관”운영<br>브런치 “그림없는 미술관이 들려주는 그림이야기 연재
서영석 목사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스페인 디아스포라교회 담임
프라도미술관이야기,
티센미술관이야기,
톨레도 이래서 행복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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