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 환열(歡悅)과 사랑
회개, 환열(歡悅)과 사랑
  • 심광섭 목사
  • 승인 2023.02.1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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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은 사순절(lent)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다. 전통적으로 사순절은 세례 예비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는 세례의 의미를 교육받는 기간으로 삼았다. 사순절에 교회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십자가를 생각하며,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깊은 명상과 경건의 생활을 통해 자유자재한 길을 걸어가신 주님을 기억하며 삶을 단순화함으로써 그 은혜를 입는 날이다.

재의 수요일에 교회는 성도들의 이마에 재를 십자가형으로 바르고 죄를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절여진 고초와 사랑의 열정을 40일간 묵상하고 내면화하는 사순절에 접어든다. 본 묵상에서는 ‘재’를 이마에 바르는 대신 메디치가의 의뢰로 제작된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를 성경본문(마 26: 6-13, 눅 7:36-50)과 함께 묵상하자. 막달라 마리아는 성경에서 신비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녀는 많은 성화에서 예수님 곁에 아주 가까이 등장하는 매우 각별한 인물이다.

도나텔로의 이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 (Jacobus de Voragine)가 저술한 황금전설 (Legenda aurea)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막달라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목격하고 속세와의 연을 끊고 여생을 속죄하는 기쁨 속에서 살았다고 한다.

‘회개’(Μετανοεῖν)는 용서의 조건이 아니라 용서의 응답이다. 회개는 예수님의 얼굴에서 빛나는 환열(歡悅)과 사랑을 경험함으로써 일어나는 마음(kardia)의 변화다. 마음은 감성의 열정적 정열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한 도덕적 실천이성이 아니라 정열이고 바람결 스치어도 스적이는 나뭇잎의 감수성이며, 육과 육의 소통이며, 보편화하려는 이성의 지배를 무장해제하는 연약한 연둣빛 힘이다. 마음의 회개는 “하나님의 뜻에 맞게 마음 아파하는 것”(고후 7:10)이고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 주 우리의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이다(욜 2:13).

회개는 ‘고난의 사귐’을 회복하는 능력이다. 대개 사람은 고통의 현실을 외면하고자 한다. 가능한 한 고통당하는 이웃의 얼굴을 보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다른 사람의 고통이 자신의 쾌락과 연관되어 있음을 부인하려고 한다. 고통과 사귀려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죄에서 벗어나는 회개란 사람을 작게 만들고, 왜소하게 하고, 주눅 들게 하고, 쪼그라들게 하고, 위축시키고, 소심하게 되고, 불안과 두려움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하고, 죄책감에서 나오지 못하게 짓누르며 허물과 죄책에 대하여 끈질기게 반복해 이야기 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회개는 만가(輓歌)가 아니라 “죽은 행실에서 벗어나는”(히 6:1) ‘새로운 마음’이며 고통을 제거하고 극복하려는 예수님의 잔치로 초대하는 서곡이다.

회개의 삶이란 아침에 말씀을 물끄러미 바라봄으로써 헐거워지는 일로 하루를 감사하게 사는 삶이다. 그 삶에는 권력을 행사할 일이 없다. 타자를 지배하려는 권력이 타자와 함께하고 섬기려는 사랑의 힘으로 돌아온다. 예수님께서는 그지없는 하나님 사랑이 인간에게 전염됨으로써 기쁨으로 회개하고 자신의 인간성과 인간애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인간을 만나신다. 하나님의 사랑은 한결같다(시 13:5; 18:50; 26:3; 31:16; 33:5; 40:10; 48:9; 51:1; 59:10; 69:13). 하나님의 성품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는 사랑이다. 복음서는 그렇게 인간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예수님과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
예술목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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