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우상숭배,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거래
[논설위원 칼럼] 우상숭배,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거래
  • 안기석 장로
  • 승인 2023.02.03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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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소동이 벌어졌다. 천안의 한 지역에 봉안당 시설을 설립하면서 137미터 높이의 예수상을 설치하겠다고 하여 화제가 되자 한 언론이 심층 취재한 결과 설립 추진자는 개신교 장로와 불교 한 종파의 사찰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문제 많은 당사자는 어차피 수익성 사업을 목적으로 추진했다고 하더라도 지자체 당국에서 불허한 사업을 검토해보지도 않고 협력한 한 개신교 연합기관의 대표자들의 신뢰는 땅바닥에 추락하고 말았다.

애당초 발상 자체가 비 신앙적이었다. 중세가톨릭의 성물이나 성상 숭배를 비판하고 나온 종교개혁의 후손들이, 불상은 우상숭배라고 비난했던 신앙인들이 137미터 높의 대형 예수상을 기념적인 조각상이라며 강변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어릴 때 다니던 교회 목사님은 예배당 안에서 십자가도 걸지 못하도록 했다. 우상숭배의 대상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상숭배의 역사는 뿌리 깊다. 종교적인 인간은 원시종교 때부터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 땅에는 바위나 나무, 그리고 동물들까지 신적 존재로 여기고 숭배하곤 했다. 빌 소원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종교적 심성을 이용한 정치종교 지도자들이 문제가 많았다.

구약에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출애굽기’에 나온다. 모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의 형 아론에게 금송아지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어준 것이었다. 비록 억압받았지만 풍요로웠던 이집트에서 탈출해서 먹을 것 없는 광야에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구원의 신’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다.

아론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구에 충실히 응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바람직한 거래가 아니었다. 동기야 어떻든 아론은 스스로 속이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스스로 속은 것이었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의 거래였다. 그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욕망과 탐심에 눈이 멀고 귀가 멀었기 때문이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이런 욕망과 탐심으로 눈과 귀가 막힌 정치종교 지도자들과 이스라엘 백성들에 대한 경고로 피눈물을 쏟았다. 하늘과 땅과 바다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고 ‘만물 위에 계시고 만물을 통해 계시고 만물 안에 계시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라고 절규했다.

한국교회는 구한말 척박한 어둠의 땅에 작은 촛불로 그 어둠을 밝히고, 한 알의 밀알로 심겨져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 양식이 되었다. 이제 개신교와 개신교가 배출한 인물들은 한국 역사와 사회의 중심에 있다. 한국교회는 경제성장과 함께 눈부신 부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교회로 오지 않고 오히려 떠나고 있으며 다음세대들을 돌볼 공간이 없는 우리 사회는 인구절벽의 위기에 처해서 문을 닫는 교회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회의 성장은 멈추기 시작했다. 그 눈부신 성장에 대한 추억과 안타까움에 부흥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지만 일반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는 못했다. 이럴수록 양과 크기로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우상이다.

우상은 생명의 반대쪽에 세워진다. 우상은 생명에게 쾌락과 즐거움을 주겠다고 유혹하지만 결국은 죽음을 준다. 우상은 생명에게 온갖 자극물을 주지만 모든 감동을 앗아가 버린다. 우상은 복과 돈을 주겠다고 생명에게 주문을 걸지만 화를 주고 인간다운 모든 가치를 앗아가 버린다. 우상은 생명에게 진짜처럼 멋있게 연출하지만 가식의 무대에 생명을 남겨놓는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펜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나가기 전에 부흥에 앞서 우상숭배의 유혹부터 걷어내야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에 내려주신 하나님의 은총을 어떻게 낭비하고 누구를 위해 소비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런 회개의 결단 없이는 다시 시작할 수 없다. 한국교회가 이사야서 58장에 나오는 ‘물 댄 동산’과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물’이나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와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주린 자에게 네 심정이 동하며 괴로워하는 자의 심정을 만족하게 하는’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안기석 장로<br>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br>
안기석 장로
세상의 모든 선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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