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한국교회봉사단 창립15주년 감사예배
“섬기면서 하나 되고, 하나 되어 섬기자”
코로나 이후 한국 교회의 이정표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크레인선 삼성 1호가 지나가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충돌하면서 원유 7만 8918배럴이 바다로 유출됐다.
태안군과 서산시 양식장, 어장의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했고, 기름띠는 만리포, 천리포, 모항, 안흥항, 안면도까지 유입되며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손꼽히는 천수만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태안군과 정부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여의도 광장의 120배에 달하는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자원봉사자들이 어디선가 구름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수는 자그마치 123만 명, 한국교회봉사단(총재 김삼환, 이사장 오정현, 대표단장 김태영 목사)에 따르면 그중 약 80만 명이 ‘그리스도인’이었다.
이들은 179일 동안 자원봉사로 헌신했고 고통 받는 이웃들을 섬겼다. 한국교회는 2007년 12월 14일, ‘서해안 살리기 한국교회봉사단’의 발족을 결의하고 교계지도자 700명이 방제작업에 나섰다.
이듬해 1월 11일에는 "섬기면서 하나 되고, 하나 되어 섬기자"는 기치아래 한국교회봉사단(이하 한교봉)을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태안으로 달려온 이들로 인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10년이 아니라 겨우 수개 월 만에 방재작업의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한교봉은 방재 작업 이후에도 원유 유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돌보는데 관심을 쏟았다. 2009년 12월, 피해주민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발표회 및 보고회를 가졌고, ‘바다마을 성탄 잔치’를 열어 주민들을 위로했다.
2022년 11월, 경북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위원회는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 지역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는 대규모 환경재난을 민관이 협동해 극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현대사와 관련된 국내 기록물중 4번째로 등재된 사례다.
지난 1월 29일, 한교봉은 명성교회 예루살렘 성전에서 ‘태안 유류피해극복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한국교회봉사단 창립 15주년 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날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기념사를 전하고 총재 김삼환 목사에게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패를 전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태안유류피해로 큰 상처를 입은 서해안은 기적적으로 복구됐다. 이 놀라운 일은 한국교회봉사단과 80만 기독교인 자원봉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한국교회가 실천한 섬김과 나눔은 정말로 세상을 회복시키고 더 좋게 바꾸어 놓는 힘이 있었다”고 격려사를 전했다. 아울러 “이제 세상은 한국교회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이 세상 모든 곳에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을 사랑으로 품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삼환 목사는 대회사를 통해 “태안유류피해극복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는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신 하나님의 깊은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교봉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 길을 열도록 모든 교회와 교단이 함께 하자”고 권면했다.
끝으로 태안 의항교회 이광희 목사는 깊은 감사를 표했다.
“낙후된 마을, 끝자락에 있는 동네, 저희는 낙심하고 절망했습니다. 그때 한교봉이 우리 마을에 들어와 본부를 꾸렸고, 전국에서 몰려온 성도님들은 묵묵히 기름을 닦아주셨습니다. 이제 우리 주민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깨끗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교봉을 통한 한국교회의 섬김은 교회를 향한 사회적 평판이 암울한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교회가 한 마음으로 연합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자 국민들은 그 섬김에 감동했고 그들도 섬김에 동참하는 선한 영향력이 실체화된 것이다.
태안에서 시작된 한국 교회의 연합과 섬김의 본은 진정한 의미의 에큐메니칼 정신이었다. 전 국민을 감동케 한 한교봉의 사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