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바로서야 세상이 바로 선다’는 고전적인 명제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바꾸어 말하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세상이 흔들린다는 얘기이다. 민주주의도 사회정의도 인간다운 세상도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모두 공염불이 된다.
급변하는 사회 및 언론 환경에 따라 전통적인 언론의 형태나 기능 또는 범위 등은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지만 언론이 수행해야 할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언론에 가해지는 다양한 통제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가 언론에게 기대하는 역할 수행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요구하고 기대하는 만큼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이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통제로부터 언론을 보호하고 특히 비판적인 언론의 논조나 주장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소중한 충고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자세가 필요한 세상이다.
특히 권력을 지닌 자들의 언론의 자유 보장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의 언론을 대하는 자세는 참으로 걱정스럽고 아쉽다.
특정 보도를 문제 삼아 문화방송 기자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를 갑자기 통보한다거나 대통령 스스로의 공약이었던 출근길 문답(도어 스테핑)을 감정적으로 중단하는 등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고압적이고 위협적이다. 서울시 의회의 교통방송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 결정과 특정 언론인들을 사실상 퇴출 처리한 행위도 정상적으로 언론을 대하는 처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갑자기 감사에 나선다거나 평소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사를 상대로 현직 장관이 고소를 제기하고 경찰은 해당 언론사나 언론인의 자택을 수차례 압수수색하는 장면도 여느 정부에서는 보지 못했던 일들이다.
현 정부에 우호적인 소수의 극단적 지지자들에게는 박수를 받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상식을 지닌 국민들의 눈에는 과거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언론 통제와 탄압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고 탄압한다고 해서 비판받을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크게 부풀려져서 결국에는 실체가 드러나고 스스로 무너지는 권력의 말로는 그동안 수많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언론의 비판에 대해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건강하고 정직한 권력를 국민은 원하고 있다. 진정한 소통은 우호적인 사람들 뿐 아니라 비판적이거나 심지어는 적대적인 사람들과도 문을 열고 대화를 할 줄 아는 열린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건강한 권력이 건강한 언론을 만들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