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새 하늘 새 땅의 꿈
[전문가 칼럼] 새 하늘 새 땅의 꿈
  • 심광섭 교수
  • 승인 2023.01.09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막스 베크만(Max Beckmann), 하나님이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주실 것이다, 1941-42.
막스 베크만(Max Beckmann), 하나님이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주실 것이다, 1941-42.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막스 베크만(Max Beckmann, 1884-1950)의 요한계시록을 그린 그림이다. 그는 계시록 전체에 대하여 그림을 그린 거의 유일한 현대 화가이다. 27개의 석판화를 이차세계대전이 한참 진행 중인 1943년에 그렸다. 그는 이 그림들을 당시 엄혹한 감시체제 하에서 출판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출판했다. 밧모 섬에 유배되는 사건은 역사에 수시로 나타난다. 암스테르담과 미국은 베크만의 정신적 유배지이다.

이 그림은 25번째 그림이다. 제목은 “하나님이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계시록 21:4)이다. 이 그림의 제목은 성경의 마지막 권인 요한계시록 21장과 연관된다. 하나님이 친히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사람들 사이에 집을 지어 사람들과 함께 사실 것이라고 약속한다. 하나님이 손수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며, 다시는 슬픔도 죽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고난과 고통의 이전 시간은 지나갔고 새로운 시간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위, 아래 두 장면이 대조된다. 우리의 삶을 늘 지배하는 양극성의 현실이다. 양극성은 피할 수 없는 삶의 구성요소이지만 삶을 생동케 한다. 아래에서 베크만은 석판화 위에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누워 있는 사람의 머리는 자화상이다. 화가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계시록을 받는 자이며, 또 하나는 시대의 무거운 짐으로 고통과 고난 중에 있는 자로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자이다. 탁자 위에 놓인 그의 얼굴 형상은 매우 짧게 축약된 모습이다. 정상적이지 않다.

베크만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있는 형상은 하나님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낸 천사다. 그는 손수건으로 누워 있는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어떤 눈물일까. 고통을 겪는 중에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난이 눈물까지 삼켜 눈물마저 바짝 메마르기 때문이다. 울 틈도 경황도 사라진다. 존재에 소름이 돋고 온통 응축되고 오그라진다. 냉동이 된다. 몸통은 사라지고 얼굴만 남은 베크만의 형상과 같다 할 것이다.

눈물은 한 호흡을 얻을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이라도 허락될 때 고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눈물은 눈 밖으로 흐르는 눈물이 아니다. 그 눈물은 먼저 눈의 내면의 길을 따라 아래로 흐르다가 목젖에 걸린다. 목젖에 고인 눈물을 심장이 받아 삼킨다. 눈물은 심장에 뚝 떨어지고 가슴을 타고 땀처럼 주르르 아래로 흐른다. 눈물이 눈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온몸이 흔들리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밖으로 흐르는 눈물은 그의 존재를 짓눌렀던 세상의 큰 고통을 제지하려는 저항의 몸짓이다.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온몸이 눈물의 강이 된 그에게 한 천사가 나타나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천사는 여성적 인상이다. 천사의 몸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체가 노란색의 옷을 입고 있다. 그 노란 색은 위의 원의 테두리 안의 노란색과 연결된다. 천사의 두 날개는 긴 직삼각형의 모습으로 좀 날카로워 보인다. 날개 안에는 둥근 원의 밝은 붉은 색의 잘게 부서진 조각이 그려져 있다.

그림의 아래 부분이 고통의 현실이라면, 그림의 위 부분은 이런 고통이 사라진 새 하늘과 새 땅의 현실, 도래할 현실,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다. 화가는 “천사와 큰 바퀴(맷돌)”(계 18:21)의 전통을 새롭게 형상화했다. 형상 속에 그려진 그리운 현실은 배를 타고 항해하면서 선장의 자리에서 둥근 창으로 바라보는 너른 수평선이 펼쳐지는 현실이다. 창문은 무지개 색깔이다. 무지개는 평화의 상징이다. 하나님이 노아와 맺은 새로운 계약의 상징이다.

새 하늘과 새 땅의 비전은 누워 있는 자와 맺는 하나님의 전혀 새로운 계약이고 궁극적 새로움(Novum Ultimum)이다. 무지개 색깔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다는 밝은 푸른색과 쪽빛 남색이며, 하늘은 옅은 초록 혹은 노랑에 가까운 연둣빛이다. 하늘에는 태양 대신 반짝이는 큰 별과 은은한 달이 그려져 있다. 달에는 낫 모양의 바퀴가 달려 있어 움직이는 형상이다. 별과 달은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형상화한 것은 아닐까. 천사는 사랑의 화신이고,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장 강렬한 경험이고 가장 내적인 관계인 사랑만이 눈물을 닦고 보듬을 수 있다는 것. 수평선 위에 보일락 말락 겨자씨만큼 작게 그려진 네 개의 수직 점은 천상의 예루살렘을 짐작케 하는 성일 것이다.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원장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