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위대한 개츠비
[영화와 복음] 영화 위대한 개츠비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3.01.09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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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환상, 그 도달할 수 없는 슬픔을 넘어

인간이 욕망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근원적인 질문부터 던지자면, 욕망은 도대체 언제 왜 생겨난 것일까?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아담과 하와가 뱀으로 변한 사탄의 유혹에 빠져 금단의 선을 넘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취하려는 데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인간의 욕망은 거의 인간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된 셈이다. 결국 인간 존재 자체가 욕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욕망의 결과는 하나님과의 단절이고 낙원의 상실이었다. 비극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바즈 루어만의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의 기본세팅은 1920년대 미국이다. 당시 미국은 경제력이 극도의 상승세를 기록할 때였다. 주가는 치솟고 빌딩은 높아가며 신흥부자들이 탄생했다. 예전 한국의 강남개발과 오버랩한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공존한다. 부(富)를 상징하는 두 지역 이스트웨그와 웨스트에그 옆에는 잿더미 계곡(The valley of ashes)이 존재한다. 엄청난 향응과 화려함 뒷면엔 그들의 분출물을 치워줄 쓰레기 처리장 같은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온갖 지저분하고 난잡한 일들은 주로 잿더미 계곡에서 발생한다. 최소한 겉보기엔 그렇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영화는 미묘한 대립의 구도를 보여준다. 먼저, 잿더미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접근조차 힘든 화려한 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 나뉜다. 또한 그 화려한 지역도 다시 이스트에그(전통부자)와 웨스트에그(신흥부자)로 구분된다. 이들 사이엔 바라볼 수는 있지만 건널 수는 없는 바다가 있다. 아른아른 눈에 보이는 불빛, 하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저 너머의 영역이다. 그 간극을 ‘욕망’이 채우고 있다. 욕망은 끊임없이 더 나은 곳 더 높은 곳 더 위를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바라볼수록 자신이 더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영화는 바로 그 욕망으로 말미암는 ‘환상’을 보여준다. 저곳만 다다르면 모든 것이 완성될 것 같은 이상향이 있다. 손에 잡힐 듯하다. 그것이 닉(토비 맥과이어)에게는 성공한 인생으로 보이는 개츠비이고,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며, 데이지(캐리 멀리건)에게는 부유한 남편 톰 뷰캐넌(조엘 에저튼)이다. 잿더미 계곡의 머틀(아일라 피셔) 역시 톰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꾼다. 하지만 결국 모두 실패한다. 영화에서 수차례 보여주듯, 그것은 바다 건너 손짓하며 부르는 초록색 불빛일 따름이다. 결코 잡히지 않는다. 욕망이 추구하는 환상은 허상뿐이다. 욕망은 환상을 쟁취하려 하지만,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환상은 어느새 도망하고 빈자리만 남는다.

영화의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이다. 개츠비는 왜 위대할까? 진짜 위대하기나 한 것일까? 사실 ‘위대함’에는 조롱과 경외의 두 시각이 공존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개츠비는 최소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어서 우리에게 ‘순수함’이라는 숨겨둔 비밀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개츠비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알아보려 애썼지만, 그는 부패할 수 없는 순수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닉이 개츠비를 회고하며 내뱉은 이 말이 허무한 욕망의 성취를 통해 이상향에 다다르려 애쓰는 수많은 사람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미련한 듯 보이는 그 사랑의 순수함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말이다. 욕망이 아닌 순수한 사랑은 인간이 하나님과 맞닿을 수 있는 가능성이 된다. 하나님도 그 순수한 사랑으로 인간에게 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2023년이다. 연말연시엔 꿈에 부푼 거창한 계획들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욕망으로 말미암는다면 환상을 쫓는 허무로 마치고, 순수로 말미암는다면 과정을 즐기는 다다름의 가능성과 조우한다. 가능성의 그 빈자리에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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