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교회의 정치적 이념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특별 기고] 교회의 정치적 이념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안중덕 목사
  • 승인 2023.01.0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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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안중덕 목사(샘터교회)
정치적 이념논쟁은 교회와 세상에 대한 오해와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치적 이념논쟁은 교회와 세상에 대한 오해와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이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수행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교회 내부에서 일어난 정치적 이념 갈등은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독교 혐오와 반기독교적 정서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신뢰도는 급락하고 교회로부터 이탈하는 신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교회가 정치집단과 결탁하면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로 편 가르기를 하고 가짜 뉴스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 극단적인 이념 프레임으로 공격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최근 정계와 교계 안에서 이른바 색깔론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근거도 없는 ‘김일성 주의, 종북, 주사파’ 등의 프레임을 씌우고 반사이득을 얻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세력이 활보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교계에서 형성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특정 교회 지도자가 강경 보수 정치세력과 결탁이 되었거나 교회가 이미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평화 프로세스’를 종북 좌파, 공산주의 정책이라고 낙인찍고, 평화정책을 옹호하거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기독교인을 좌파로 몰아가는 것도 정치적 편향성의 단면이라 하겠다. 이것이 지속된다면 교회 혐오와 정치혐오를 부추겨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기독교 선교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와 교계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매우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다. 예컨대 기독교 신앙의 오해와 왜곡, 한국 정치사의 이념적 분쟁과 남북분단 상황,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교회의 배타적 접근, 대중 매체 환경의 변화로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값싼 정보 등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문제의 원인들이 있다. 그러나 이를 종합해 보면 교회의 정치화, 정치의 종교화로 귀결된다.

교계에서 빚어지고 있는 정치적 이념논쟁은 교회와 세상에 대한 오해와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념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이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치이념과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볼 때 정치이념은 하위 개념이지 동일시되거나 상위개념이 될 수 없다. 여기서 오해가 생기면 교회가 특정 정치세력의 도구가 될 수 있고, 또한 정치를 종교화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종교와 정치가 사회적 기능을 마비시켜 민주적 질서 파괴를 초래한다.

한국교회의 정치적 이념논쟁은 사실 최근에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충돌한 냉전 시대로부터 한국전쟁으로 인한 남북분단, 군사정권 시대를 거쳐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정치적 격랑 속에서 기독교 교계도 진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뉴라이트’ 운동이라는 시민운동 형식으로 시작된 보수적 기독교의 정치 참여가 점차 확산되면서 보수-진보의 대립이 격화되었고, 참여정부 이후 정치적 보수-진보 대립과 맞물려 한국교회 내의 신학적 보수-진보 대립 현상이 본격화되었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급성장한 한국교회는 한기총을 비롯한 기독교 단체들이 중심축을 이루어 정권과 결탁하는 양상을 보였다. 기독교 정당들이 등장하고, 박근혜 정권 말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건국절 논쟁, 동성애, 이슬람, 세월호, 촛불 혁명, 검찰 개혁, 차별금지법 등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기독교 교계는 보수-진보 논쟁으로 교회뿐 아니라 사회의 갈등을 일으켜 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가 이념적으로 극우 편향성을 드러내면서 정부의 방역 정책에 불만을 품고 가짜 정보를 양산하는가 하면 광화문 집회를 통해 집단 감염을 확산시켜 국민적 지탄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정치화와 이념적 보수화는 급기야 ‘종북 주사파’를 운운하며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부끄럽게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은커녕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회는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본연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는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본연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장동민 교수(백석대)는 <교회를 삼킨 이념>이라는 글에서 기독교 교계의 이념분쟁이 한국교회에 가져올 부정적 함의를 지적한다.

첫째, 교회 안에 보수, 중도, 진보가 고르게 존재하기 때문에 교인 간의 이념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고, 둘째, 이념적 갈등을 견디다 못하여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또 한국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첫째, 이념과 정치 제도를 비판할 수 있는 잣대가 없어지고, 둘째, 기독교 신앙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정치이념을 상상하고 제공하는 일이 불가능해지며, 셋째, 극단의 이념 대결 앞에서 기독교인들이 한 걸음 물러서서 이념들을 상대화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보았다.

그는 어느 한 이념, 어느 한 정파를 진리로 알고 다른 쪽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는 대결을 낳을 수밖에 없으므로 한 걸음 물러서서 정치와 이념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가 이념에서 벗어나 본연의 사명을 감당할 길이 있는가.

쉽지 않겠지만 답이 없는 문제가 없듯이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회의 정치화와 정치의 종교화는 그 본질과 사명의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야 하고, 또 교회는 정치의 한계를 알게 하여 정치가 교회를 정치 선동의 장으로 이용할 수 없게 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기억할 것은 예수는 당시 유대의 어느 정당이나 정파에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복고파 정당인 바리새파가 있었고, 로마제국의 관리들과 타협했던 자유파 정당인 사두개파가 있었으며, 폭력으로 로마제국의 통치로부터 나라를 해방시키려 했던 정당인 열심당이 있었다. 그러나 예수는 가이사와의 타협을 거부함으로써 사두개파나 헤롯당에 반대했고, ‘칼을 사용하는 자는 칼로 망한다’며 유대인이 고대했던 세속적 왕국의 메시아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는 하나님을 믿지 않은 정부를 배척하며 그들과의 접촉을 피해 은둔하며 수도했던 에세네파와도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다. 그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는 초국가적 개념이었고, 모든 피억압자의 해방을 포함하는 초민족적 개념이었다.

성서적 세계관의 틀에서 국가와 정치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는 하나님이 제정한 제도로써 법과 질서를 유지하며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교회는 국가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국가에 복종한다. 따라서 교회는 필요에 따라 정치에 불복종할 수도 있다. 교회는 사회 참여를 통해 정치의 비도덕성과 불공정을 교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사회적 정의와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복종의 상황은 비폭력적인 가운데 행해져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통치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이를 거역하는 세력이 궁극적으로 패배함을 확신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정치와 권력의 시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는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세상에 세워진 것이다. 교회는 국가와 정치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동일시하거나 그들의 이익과 정권의 도구로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교회는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지고 정치가 제 역할을 하도록 정의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힘써야 한다. 이처럼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념적 분쟁에서 벗어나서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세속적 정치이념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영광을 가리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인적 정치 성향과 주장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지배할 수 없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거시적 안목, 즉 성경의 관점에서 사회의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세속적인 가치와 방법, 그리고 정치적 이념과 사회적 이론으로 기독교 신앙과 교회를 재단하려고 한다면 이념분쟁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며, 기독교 선교는 한국 사회에서 더욱 요원해지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분열하게 하는 영을 떠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게 하는 성령을 따라 사랑을 회복하고 교회의 본질 회복하는 2023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 이는 온전하게 매는 띠니라. (골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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