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의 상처 딛고 일어나 생명의 길로
국가폭력의 상처 딛고 일어나 생명의 길로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2.12.2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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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회 사건의 진실’ 출판기념회
한울회 사건의 진실 출판기념회. 최상현 기자.

군부독재 시절, 신앙모임을 갖던 학생들이 ‘반국가 단체’로 몰려 옥고를 치른 사건을 재조명한 ‘한울회 사건의 진실’ 출판기념회가 지난 12월 27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열렸다.

1부 예배는 김종생 목사의 인도로 홍성환 선생이 기도, 김명수 목사(전 경성대 신학대학장)가 “새 시대의 여명” 제하의 말씀을 전했다.

2부 기념식은 박재순 목사의 인사, 임세영 교수의 경과보고, 손승호 교수(명지대)의 서평 발표, 이순창 목사(예장통합 총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박재순 목사는 “지난 40년간 국가폭력으로 인해 대못이 박힌 것 같은 상처를 입은 것은 우리가 민족의 아픔에 동참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가 경험한 아픔은 무의미하지 않다. 근대사를 지나오며 국가폭력을 극복하고 민주평화를 이루려는 민족의 노력이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희망을 갖고 국가 폭력의 역사를 극복, 청산해 나가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구원하시고 부활과 생명의 길을 여신 것처럼 우리도 어두운 역사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울모임은 1970년대 대전에서 네비게이토 선교회 간사와 독립전도자로 활동한 홍응표 선생 가정의 성경공부 집회를 그루터기로 교제를 유지하던 청년들의 모임이다. 홍 선생은 그리스도를 영접한 젊은이를 양육할 때 그들을 어느 노선이나 조직에 얽어매지 않고 자유롭게 스스로 성장하도록 했다.

1979년 홍 선생이 대전을 떠난 후, 성경공부에 먼저 참여한 선배들이 함께 살던 자취방이 모임 장소가 되었다. 그곳은 항상 개방되어 있었고, 3-4명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예배와 성서 연구, 섬김과 봉사를 훈련했다.

이 모임은 집회를 이끌어가는 선생이나 지도자 없이 주일에 모여 성경을 공부하고 교제를 나누었고, 여름과 겨울 방학 때는 직장을 따라 타지에 살던 사람들도 함께 모여 2-3일씩 수양회를 열었다.

그런데 제5공화국 초기 한울모임 청년들이 군사정권을 비판했다는 정보가 대전 지역 경찰조직에 알려지면서 경찰은 1981년 3월 15일, 주일 집회에 참석한 청년과 대학생, 고등학생 등 20여 명을 줄지어 연행했다.

형사들은 고등학생들을 가두고 협박하여 선배들이 ‘한울회’라는 반국가 단체를 조직한 빨갱이였다는 진술을 받았다. 결국 6명의 선배들은 재판을 받고 옥고를 치렀고, 어린 학생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두려움을 넘어 죄책감마저 안고 살아야 했다.

인사 메시지를 전하는 박재순 목사. 최상현 기자.
인사 메시지를 전하는 박재순 목사. 최상현 기자.

한울모임 편집위원회가 이 책을 펴낸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국가폭력에 짓밟힌 한울회 사건의 진실과 진상을 밝히는 것이다. 공권력의 불법적 인권유린 행위를 확인함으로써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가폭력에 의해 재판을 받고 옥고를 치르고 평생 반국가단체라는 낙인을 안고 사는 형제들이 민주시민으로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둘째, 한울회 사건 관련자들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맘 속 깊이 맺힌 상처와 응어리를 풀어보려는 것이다. 한울회 사건의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은 한울모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울모임을 반국가 단체로 날조하기 위해서 6명의 회원들과 거짓증언을 해줄 몇 명의 어린 학생들이 선택된 것이다. 이 책을 내는 것이 고 이규호 형제를 위로하고, 그와 다른 형제자매들의 막힌 벽을 허물고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한울모임의 의미를 새겨보고 다시금 평가하려는 것이다. 한울모임은 어설프고 서투른 모임이었지만 설교와 강의의 품삯을 주고받지 않고 자유롭고 순수하고 진지하게 믿음과 사랑의 진리를 탐구하는 구도자적인 모임이었다. 한울모임의 활동에는 성경공부와 예배가 중심에 있었지만, 한울모임 사람들은 기독교 울타리를 넘어서 동서양의 경전과 고전을 읽고, 현대의 과학과 심리학과 철학의 저서를 공부하고, 공동체에 대한 글을 널리 읽었다.”

한울모임 편집위원회는 “이 책이 우리의 치유와 화해의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새 문명, 새 교육, 새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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