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독교는 ‘무례한 종교’가 아니다
[사설] 기독교는 ‘무례한 종교’가 아니다
  • 편집부
  • 승인 2022.12.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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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풀러(Fuller) 신학교 총장을 역임했던 유명한 조직신학자 리차드 마우(Richard J. Mouw)가 기독교 신앙인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한 권 냈었다. <Uncommon Decency, 비범한 품격>라는 책인데 우리말로는 좀 역설적 의미로 <무례한 기독교>라고 번역되었다.

책의 저자인 리처드 마우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세계는 그리스도인이 원하든 불편해하든 이미 다원적 세계가 되어 있다고 본다. 다원적(多元的)이라는 말은, 의미 그대로 진리의 근원은 유일무이하지 않고 다양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진리임을 주장하는 다양한 가치, 신념, 사상들이 사회라는 공적 세계(public word) 안에서 경쟁, 경합, 각축을 하고 심지어는 투쟁하면서 자신의 진리성을 주장하며 주도권을 장악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사회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갈등과 분열이 증폭되고, 나아가 이 갈등이 다른 주장을 펴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폭력으로까지 확대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인간관계가 심각한 위험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현대사회가 처한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등을 해소시켜주고 화해와 평화를 가져다 주어야 하는 미국교회는 오히려 더 분열을 부채질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교회의 목소리가 강한 곳에 긴장이 확대되고 사람들 사이에 증오심이 팽배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다원적 세계 속에서 기독교 리더십이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마우 교수는 보고 있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기독교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의 편협하고 왜곡된 세계관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결국 지난 20~30년간 미국교회의 선교적 역량은 심각하게 후퇴하게 되었고, 교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묻는다. “정말 기독교적 가치와 신념을 확고히 가지면서 비범한 품성과 품격을 갖고 세상을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분열과 갈등이 떠나지 않는 한국사회 내에서 교회의 대 사회적 사명과 책임성을 고려하면 깊이 귀기울여 들을 대목이다. 한국교회 안에도 세상과 사회를 적대시하고 세상을 그저 십자가의 복음으로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세계관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정복과 교화(敎化)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다. 이런 세계관을 일컬어 ‘정복주의적 세계관’이라 한다. 중세의 교회가 십자군 전쟁을 일으킬 때 견지했었던 세계관이다. 이러한 신앙관을 가지면 교회는 세상과 끊임없이 적대할 수 밖에 없다. 한국교회 안에는 이런 정복주의적 세계관이 팽배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소용돌이에서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급락하여, 결국 2022년에는 10%대로 주저 앉았다. 이는 한국교회의 선교지형이 그만큼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를 돌이키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10년이 지나 사회 모두에서 거부당하는 종교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금부터라도, 사회와 세상을 적대하는 태도를 버리고, 마우교회가 강조하듯이 사랑과 포용과 온유의 비범한 품격으로 정글같이 서로 이전투구하며 싸우는 세상을 부끄럽게 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로마제국을 정신적, 영적으로 무릎꿇린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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