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벤투 리더십과 한국교회
[논설위원 칼럼] 벤투 리더십과 한국교회
  • 김승호 교수
  • 승인 2022.12.19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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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울루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었다. 관련된 이야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벤투 감독의 뚝심 리더십이 화제다. 이제는 축구에 문외한이라 해도 ‘빌드업 축구’라는 표현이 귀에 익숙해졌다. 이는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하는 볼 점유율의 우위를 통해 점진적으로 공격력을 높이는 기술 축구를 의미한다. 태극 용사들이 카타르 땅을 밟을 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과연 남미나 유럽의 강팀에게 우리의 빌드업 축구가 통할 것인가?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우루과이전과 포르투갈전을 통해 우리도 빌드업 축구가 가능함을 증명했다.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맡아 벤투 리더십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무한신뢰’ 때문으로 평가된다. 지난 4년간 감독에 대한 언론의 엄청난 비판 가운데서도 선수들만은 감독을 무한 신뢰했다. 그런데,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이런 신뢰는 감독에게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령탑을 맡은 벤투의 최우선적 고려사항은 선수 보호였다. 그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는 진정 선수들을 위해 존재했고, 선수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나전에서 선수들을 대신하여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사실은 그의 이런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리더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벤투 리더십은 위기의 일상화에 돌입한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들의 자발적 헌신을 토대로 하는 교회공동체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담임목사의 리더십 여부에 따라 지역교회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개별 성도의 신앙 역시 담임목사의 절대적 영향 아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담임목사 리더십이 이전 시대 같지 않다. 담임목사를 실질적인 교회의 리더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공동체성과 선교적 사명도 약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교회 성장 시대에 있었던 제왕적 담임목사의 교회 사유화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성도들의 신앙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담임목사 리더십 해체가 담임목사에게서 비롯되었다면, 그 해결책 역시 담임목사에게서 시작되어야 한다. 벤투 리더십은 조직의 혁신이 구성원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리더가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리더가 우선적으로 구성원들을 위해 존재함을 마음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구성원들을 위한 리더의 헌신과 희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더는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적 존재이지, 리더 자신이 조직의 목적은 아니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적 존재가 아니라,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협력하는 동역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조직은 ‘조직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주기적으로 기억해야 한다. 벤투 리더십은 목사가 성도들을 자신의 목회 성공을 위한 수단적 존재로 여기지 않았는지 성찰하게 한다. 성도의 신앙을 획일적인 잣대로만 판단하지 않았는지, 존재론적 불안에 기대어 사역에의 헌신을 과도하게 강요하지 않았는지, 일종의 종교중독을 신실한 신앙으로 포장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목사가 성도들을 교회 성장을 위한 수단적 존재로 여기는 이유는 교회 성장에 대한 중압감 때문이다. 이는 또한 교회 성장 여부라는 잣대로 목회 능력을 평가하는 한국교회의 문화에 기인한다. 가시적 결과도출에 대한 중압감이 크면 클수록,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의 윤리성 여부는 고려 대상에서 후 순위로 밀려난다. 오늘날 목사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사라지는 이유는 오로지 수치로 확인되는 결과만을 추구하면서, 결과도출을 위한 과정과 방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모습에 대한 실망 때문이 아닐까?

목사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자유와 해방을 선포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고 확장하도록 인도하는 하나님의 일군이다. 벤투 리더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성도는 목사의 목회 성공을 위한 수단적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라고.

목사가 교회의 존재 목적을 추구하며 성도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마음과 행동을 회복할 때만이 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신뢰 또한 회복될 수 있다고. 이런 신뢰 관계의 회복에서 비로소 교회의 교회됨이 회복될 수 있고, 교회는 세상의 법칙을 넘어서는 대안공동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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