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올빼미〉 -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에 비춰보는 현실
[영화와 복음] 영화 〈올빼미〉 -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에 비춰보는 현실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12.19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해진/류준열 주연의 영화 〈올빼미〉는 주맹증(day blindness)이라는 질환을 활용하여,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결합하여 만든 안태진 감독의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fact)은 종종 영화의 소재로 채택되곤 한다. 이 작품은 반정(反正)으로 왕이 된 인조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혔다 돌아온 아들 소현세자의 미심쩍은 사망원인을 기록한 인조실록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1645년 6월 인조실록 中)

소현세자의 공식 사망원인은 학질이지만, 발병 3일 만에 급사한 정황은 독살설이 제기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실지로 역사에 대한 해석도 독살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감독은 이 지점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아무도 모르는 세자 급사사건, 인조반정,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생겼을 인조(유해진)의 청에 대한 트라우마, 붕당정치에 의한 서인과 남인의 갈등은 역사적 사실이다. 여기에 감독은 완전히 창작된 인물인 주맹증 침술사 경수(류준열)를 더한다. 특히 가장 의심 가득한 소현세자의 사망 현장에 경수를 목격자로 투입한다. 과연 경수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는 사건을 정확하게 목격했을까? 그가 본 건 역사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가?

역사와 상상의 바탕 위에 영화는 몇 가지 숨겨진 이슈들을 꺼내어 보인다.

먼저, 안타까운 부자(父子) 관계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다는 설정은 역사적으로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전례가 있다. 소현세자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사실, 일반적으로 아들은 아버지의 대를 잇는 존재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물려주고 아들은 이를 계승한다. 때문에, 그 아들을 죽임은 비상식이며 몰상식이다. 왜 그래야 했을까? 무엇이 그런 안타까운 결말로 이끌었을까? 영화는 자신에게 굴욕을 끼친 청나라에 분노를 가진 인조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한 아들을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한다.

둘째, 봉해진 진실과 드러난 진실의 문제이다. 영화에서 주맹증 침술사 경수는 역사적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본 바를 그대로 말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입을 다물고 살 것인지, 진실을 말해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든, 누군가의 강요에 의한 결과이든, 혹은 대의를 위한 희생이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는 건 역사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인가, 주인공이 될 것인가? 누구도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점이다.

셋째, 장애에 대한 관점이다. 경수는 장애가 있는 인물이다. 모든 게 훤히 보이는 대낮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런데 장애가 있는 경우엔 그 반대급부로 다른 기능이 더 발달하기도 한다. 시각을 잃으면 이를 대신하여 청각이나 촉각이 더 예민해진다. 살기 위한 몸의 반응이다. 경수는 침술에 탁월하다. 정확한 위치에 대한 손의 감각과 미세한 움직임과 떨림이 중요한 침술의 특성이 시각에 어려움이 있는 경수에겐 적합한 대안이다. 다만 타인은 그걸 간과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런 숨겨진 이슈들은 현시대에 올바로 작동하고 있을까? 인륜보다 권력에의 욕심이 더 크게 작용하여 배신과 배반이 난무하는 시대, 본 바를 그대로 말하지 못하(않)고 왜곡과 거짓으로 누군가를 모함하고 음해하는 시대, 자신의 불편함을 이유로 장애인의 권리를 비난하는 시대, 그리고 사실과 거짓, 진실과 왜곡을 구분하지 못하는 시대가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하나님 나라가 더욱 그리워지는 건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로일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