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분노와 평화
[텔레이오스] 분노와 평화
  • 김명희 교수
  • 승인 2022.12.19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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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곧 해를 넘기게 됐다. 양국 모두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전쟁의 여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에너지 파동으로 한파에 떨게 됐고, 높은 물가는 서민의 삶을 피폐하게 했으며, 세계는 핵 위험 앞에 긴장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총대주교 키릴의 지지를 등에 업은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한 전쟁’으로서 ‘신성시’하며,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과 헤르손 등 동부의 도시들을 점령했다. 여기에는 수많은 젊은 목숨이 희생됐고, 생활 터전이 파괴됐으며, 주민들을 향한 무차별 폭력이 자행됐다. 푸틴의 폭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10월 8일 새벽,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일반 차량용 다리에서 화물차량이 폭발하면서 다리 일부 시설이 무너졌고 세 명이 숨졌다. 푸틴은 크림대교 폭발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판단해, 키이우 전역에 대대적 보복 공습을 명령했다. 100명이 넘는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고, 발전소, 수도시설, 건물 등 인프라가 대거 파괴됐다.

푸틴의 피의 보복은 계속됐다. 우크라이나가 11월 11일 남부 요충지 도시 헤르손을 되찾자, 퇴각하는 러시아군에게 미사일 포격을 명령했다. 이로 인해 헤르손의 주택과 고층건물,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속출했다. 우크라이나의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민간공장과 연료, 곡물 저장소, 철로교차지역, 쇼핑몰 같은 상업중심지가 대거 파괴됐다. 에너지 제반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은 전기와 온수 공급이 끊긴 채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있다.

‘신의 뜻’이라고 믿으며 시작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3-4주 만에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은 보복전의 양상을 띠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푸틴의 공격적 행보는 스테로이드 과다 복용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다. 최근 데일리메일, 뉴욕포스트 등은 “푸틴이 ‘로이드 분노’(Roid Rage)를 앓고 있다.”라고 전한다. 푸틴 한 사람의 분노가 가져온 희생과 파괴는 천문학적이다. 세계평화운동가 틱낫한은 “분노하는 마음으로 평화를 위해 일한다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역설한다. 내 분노의 감정은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실천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폭력을 통한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평화 실현을 위해서는 수단마저도 평화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만이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한다. 목적으로서의 평화보다 수단으로서의 평화가 더 중요하다는 게 갈퉁의 논지다. 간디의 ‘사티아그라하’(satyāgraha) 평화운동도 절대적 비폭력(ahimsa)을 강조한다. 간디는 그의 아힘사 사상은 예수에게서 받은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보여준 ‘자기비움’(kenosis)이 간디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예수의 가상칠언(架上七言)의 첫 번째 말씀,

“아버지여 저희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

예수는 자기를 십자가에 죽게 만든 유대인을 향해 용서의 기도를 드렸다. 사두개인, 산헤드린, 로마의 병정들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예수는 그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서했다. 그의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며 숨을 거두었을 때, 그는 다시 ‘평화의 주’로 부활할 수 있었다.

예수는 그의 죽음에 앞서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라고 ‘절대 비움’의 기도를 했다. 그가 십자가에서 ‘인간의 뜻’을 완전히 버렸을 때 하나님의 영원한 평화가 실현될 수 있었다. 분노하는 자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 용서하는 자만이 하나님이 주시는 참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오늘 프란치스코 교황의 책 출간 소식을 들었다. 우크라이나와 지구상 모든 지역의 평화를 호소하는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관한 회칙』이다.

김명희 연구교수(서강대학교)
김명희 연구교수
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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