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친구이자 연인으로 살아가는 그 사람의 소중함
[영화와 복음] 친구이자 연인으로 살아가는 그 사람의 소중함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12.0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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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매년 12월과 연말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30년도 더 된, 1989년에 제작/상영된, 빌리 크리스탈(해리)과 맥 라이언(샐리), 두 재기발랄한 배우가 너무 그럴듯하게 연기한, 롭 라이너 감독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이다. 선남선녀의 우연찮은 만남과 유쾌한 해프닝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손뼉을 치고 공감하며 심쿵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 울려 퍼지는 송년의 밤 장면은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세대들을 아득한 추억의 심연으로 이끌기까지 한다.

영화는 몇몇 노부부들의 연애와 삶의 추억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시작하며, 이는 중간중간 삽입된다. 물론 마지막은 해리와 샐리의 인터뷰로 장식된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연찮은 계기로 뉴욕까지 동행하게 된 해리와 샐리는 연애와 사랑에 대해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고, 서로 생각과 가치관의 다름을 확인하고 쿨하게 각자의 길을 간다. 5년 뒤, 뉴욕 공항에서 만난 그들은 상대방에게 애인이 있음을 알고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5년 후, 싱글이 된 둘은 우연히 서점에서 만나고, 서로 남사친(여사친)이 되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숨기지 않는 사이로 발전한다. 친구 관계를 유지해오던 그들은 해리가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으로 우울한 샐리의 마음을 위로하면서 잠자리를 같이하고 잠시 어색한 관계가 된다. 하지만 이내 샐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해리가 송년의 밤에 샐리를 찾아가 전혀 프러포즈 같지 않은, 지극히 해리다운 말투로 고백하고, 둘은 마침내 해피엔딩을 이룬다.

영화의 내용과 전개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방식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우리에게 특별하게 각인되는 건, 둘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대사와 솔직하고 담백한 행동들 때문이다. 티키타카로 주고받는 대화와 친구와의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관객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추억과 현실을 오버랩한다. 공감과 동의의 일치감이 작동되는 순간, 긍정의 끄덕임과 앞날에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를 담은 상상이 시작된다. 그리고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랑하게 될 ‘그 사람’을 떠올린다. 이쯤 되면 영화는 대성공이다. 내 이야기로 전달되었으니 말이다. 비록 남녀가 동상이몽이겠지만 말이다.

영화에는 핵심 키워드 두어 가지가 있다.

먼저 ‘다름’ 혹은 ‘차이’이다. 기계로 똑같은 것을 찍어내지 않는 한, 세상에 같은 건 없다. 심지어 쌍둥이마저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 중 최고는 역시 남녀의 차이다. 인종, 민족, 국적, 종교, 계급, 성격, 경제력, 나이 그리고 지역의 다름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지만, 고래로 지금까지 영원히 풀리지 않는, 결코 일치할 수 없는 다름은 역시 ‘남녀의 다름’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동행해야 하는 남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간단하다. 서로 인정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영화 엔딩에서 해리의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프러포즈에 샐리가 감동하며 내뱉은 말은 “이게 바로 당신이야! That is just like you Harry”였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보이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가장 위대하고 분명하게 어필하는 방법이고, 사랑하는 방법이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친구’이자 ‘연인’이다. 서로에게 자신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성 친구는 가능할까? 무슨 이야기든지 죄다 받아주며 이해할 수 있는 친구로서의 이성이 가능할까? 역시 오래도록 이어온 질문이며 해답도 분명치 않은 듯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함께 사는 사람이 친구이자 연인이면 가장 좋다는 점이다. 한쪽만을 선택하기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또한 인생을 살다 보면, 성적 매력의 끌림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때 적절하게 필요한 것이 친구이자 연인이다. 그것도 그놈의 ‘정(情)’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결합한 관계로서 말이다. 어쩌면 신앙생활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나님과의 첫사랑을 잊지 않는 게 최고이겠지만, 때로는 그놈의 ‘정’ 때문에 믿음도 유지할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다르지만 친구이자 연인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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