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오스] 누구를 추모함이며 무엇을 위로함일까?
[엘레오스] 누구를 추모함이며 무엇을 위로함일까?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2.12.05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 29일의 참사로 사회는 애도의 분위기로 교회는 위로의 분위기로 변했다. 피해현장 곳곳에 스며있는 라마의 통곡 소리와 라헬의 애곡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어쩌다 이런 엄청난 일이 대한민국의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게 되었을까? 참사는 안전 불감증에 걸린 우리 모두를 향한 천둥소리였는데 그 이후도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네 탓 공방만을 재생산해 내는 것 같아 답답하고 속상하다.

참사 이후 한국교회는 몇 차례 기도회와 위로 행사를 가졌다. 지난 4일 기장총회는 서울시청광장에서 추모기도회를 했다. 5일 한교총과 한교봉은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 하은홀에서, 16일 한교총과 총무협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각각 위로와 회복 예배를 드렸다. 그 외에도 추모의 자리와 위로의 기도회는 계속 이어졌다. 이사야가 외쳤던 “백성의 위로자”(사 40:1)와 바울이 부탁했던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을 구현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되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 ‘누구를 추모함이며 무엇을 위로함일까?’ 10.29 참사의 사망자 명단이 공개되었을 때 당사자의 동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 및 부상자 가족과 더불어 진지하고도 진솔한 접촉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합동분향소 설치, 국민 애도 기간 지정, 참사와 사고, 그리고 희생자와 사망자의 용어 선택 등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또한, 우리 교회는 위로 예배와 기도회를 준비하면서 희생자의 유가족 및 부상자 가족과 어떤 소통이 있었는지를 말이다. 지난 22일 공식적으로 나선 유가족은 관계자들로부터 단 한 차례의 전화도 받은 일이 없었다고 질타하고 있다.

추모기도회, 위로와 회복 예배가 무용한 것은 아니겠으나 당사자가 동의하고 당사자가 참석하지 않은 행사가 필요했는지 반추해봐야 한다. 희생자 명단공개가 당사자 동의가 없으면 안 되듯 추모와 위로 행사에 피해당사자는 항상 중심에 있어야 한다. 희생자 명단공개로 정치세력화를 염려하는 만큼, 희생자들이 억울한 죽음과 역사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회복장치를 교회는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는 먼저 핼러윈 축제과 이태원 현장에 대한 정죄를 거두어야 한다. 아들딸을 먼저 보낸 당사자들이 교회에 와서 마음껏 울고 아픔을 토로할 수 있도록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 자리를 만들고 기다려야 한다. 어설픈 위로와 치유를 설교하기보다 아무런 전제 없이 공감과 한없는 인내로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궂은일들을 곁에서 거들고 도와야 한다. 그분들이 목마르면 물이 되고, 기대어 울 어깨가 필요하면 어깨가 되고, 흐르는 눈물을 닦기 위한 손수건이 되고, 옹호와 대변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유가족이 요청하는 대로 마음껏 애도할 수 있도록 기억의 공간을 제공하고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어 이제는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교회는 당사자 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종생 목사<br>빛과소금 대표<br>​​​​​​​글로벌 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br>
김종생 목사
빛과소금 대표
글로벌 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