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시간의 꽃 (Advent Flower)
[논설위원 칼럼] 시간의 꽃 (Advent Flower)
  • 옥성삼 박사
  • 승인 2022.12.02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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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기억하는 세상의 하루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로 시작된다. 예로부터 여러 문화권에서 한 해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겨울이다. 밤이 가장 길고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동지(冬至)는 한 해의 말미이지만, 바로 이때가 새 해가 시작되는 전환의 날이다. 새 날의 시작이면서 곧 끝나는 때가 어둠이 깊어지는 저녁이고 추위가 찾아온 겨울이라는 이 아이러니에서 어쩌면 고난과 상실의 오늘을 넘어서는 혜안이 있지 않을까?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관용적인 연말 수식어가 올해도 어김없이 도드라지게 와 닿는 것은 과학기술문명의 눈부신 발전과 세계화된 21세기가 보여주는 당황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세계는 더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합리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올해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코로나 팬데믹 3년, 지구촌의 기후이변, 미중 패권전쟁, 우크라이나 전쟁과 불안한 세계경제, 패권충돌과 위험도가 증폭된 동북아 정세 등은 우리의 현실이자 세계의 문제이기도하다.

올 한해 우리사회를 돌아보면 해답은 없고 질문만 쌓여간다. 정권교체 6개월, 대한민국이 경험한 변화와 기대는 어떠했는지? 해마다 이맘때 각종 ‘트렌드 코리아’류의 전문적 진단과 전망서가 나오지만 한국사회의 성찰은 얼마나 진지하고 힘이 있는지? 이태원 참사에서 목격했듯이 예상되는 일에도 대처 못하는 사회시스템으로 ‘변화가 일상화된’ 위험사회(Risk Society)를 어떻게 경영할 수 있을지? 나의 경험과 이해수준이 곧 ‘결사항전(決死抗戰)의 진리’가 되는 초갈등사회에서 어떻게 사람다운 소통과 상생의 프로세스를 실현 할 수 있을지? ‘저출산노령화’ 십여 년간 수백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가 ‘초저출산초고령’ 사회인데, 정치 관료와 국책연구소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름 받은 한국교회는 올 한해 여전히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렸다. 변화와 위험이 일상화된 시대, 지금 한국교회는 우리사회의 이웃이고 위로자이며 복음인가? 강단설교를 넘어 나의 약함을 드러내고 실수에 정직하며 평생의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성직자를 어디서 만날 수 있나? 있는 그 자리에서 이웃의 아픔을 품고 필요를 나누며 하나님 나라를 일궈가는 지역교회가 얼마나 될까?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세계적 목회자 몇 분이 소천 했지만, 그 분들이 전한 복음과 삶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언론에 회자되는 큰 교회 큰 행사 유명 인사에 가려 그 한분 목사님이 보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대림절 촛불을 켜는 시간, 오신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지금 여기로 찾아오시는 예수를 기념하며, 다시 오실 메시야를 기다리는 때이다. 다차원의 시공간을 관통하며 영원에 잇대어 우리를 하나님 나라로 초대하는 대림절은 아픔과 상처투성이의 현실에서도 새 날을 기다리고 바라보는 전환의 기회이다. 해답 없이 쌓이는 우리의 질문을 안고서 두발로 걷고 기도하는 때이다. 하여 대림절은 살아온 날의 회상과 살아갈 날의 전망이고, 우리에게 오셨고 오고계시며 오실 메시야로 충만해야하는 시간의 꽃이다. 지금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린 목련나무에는 온통 은회색 겨울눈이 가득하다. 목련의 겨울눈은 대림절을 밝히는 촛불이고 부활절에 활짝 피어날 시간의 꽃(Advent flower)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 여린 손으로 부활절에 피어날 꽃봉오리를 품은 목련의 겨울눈에서 이미 만났고 만나고 있으며 풍성하게 만날 하나님 나라를 대망해본다.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옥성삼 박사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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