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육일약국 이야기 
[독자기고] 육일약국 이야기 
  • 서덕석 목사
  • 승인 2022.10.2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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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준 목사 사모 故고영희 권사를 추모하며

<공용준 목사 사모 故고영희 권사를 추모하며> 

육일약국 이야기

시 / 서덕석 목사 (시인)  

성남시 달동네 은행동 사람들은 
마음이 상하거나 울적하면
지척의 양문교회로 가서 기도하고,
몸이 아프거나 탈이 나면 익숙하게
은행시장 초입에 자리한
육일약국을 찾아 갔다.

육일약국 주인 고영희 약사는
양문교회 담임목사님의 부인이면서
그 교회의 여집사였다. 
여느 교회 사모님처럼 목사님과 함께
심방을 하거나 교회 살림을 도맡아
진두지휘하는 모습대신
예배와 기도회에 참석하여  
말없이 뒷자리를 지키기만 하였다.

양문교회에 처음 간 신도들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육일약국 고약사가
늘 뒷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서
‘저 분도 이 교회에 다니시나 부다’
하다가 
나중에 담임목사님 부인임을 알고는 
다시 한번 쳐다보곤 하였다.

달동네 은행동 사람들은
이처럼 양문교회보다 먼저 육일약국을 알았다.
인자하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아픈 곳을 묻고 친절하게 약을 지어주는
고영희 약사를 모르면 
그는 십중팔구 은행동 사람이 아니었다.

어려운 손님에게는 약값을 받지 않거나
비싼 약 대신 같은 성능의 약을 
싸게 처방해 주면서
돈벌이보다는 환자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기에
고약사가 다니는 양문교회에도 
호감을 갖고 기꺼이 찾아 갔다.

‘육일약국’이라 이름 지은 것은
주일 하루 교회에 나가기 위함도 있었지만
사람의 힘으로 만든 약만으로는
질병과 아픔을 온전히 낫게 할 수 없으니
하나님께 맡겨야한다는 믿음에서
목사님 부부가 기도 중에 지은 이름이라 했다.

고영희 약사는 늘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때 하고 충분히 잠자며
푹 쉬어야 약이 잘 듣는다는 말 외에도
마음을 편히 갖고 
기도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당부로만 끝내지 않고 환자들을 위해서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작은 상가 2층에 세 들었던 양문교회에
신도들이 늘어나고 교회가 비좁아져서
교회 건물을 지어야만 했을 때,
고영희 약사는 살고 있던 집을 팔아
교회에 헌납하고 대신 교회 1층 가겟방을
사택으로 개조하여 이사하였다.
신도들이 드나들며 목사님 댁 살림살이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는 
불편함도 말없이 감당하였다.   

30 수년을 넘도록 아픈 다리를 이끌며   
약국과 교회를 오가면서
눈물로 일하고 섬긴 고영희 약사의 헌신에
하나님도 감동하셨는지 
양문교회는 날로 커지고 부흥하여
은행동에서만 2번 건축하여 이사하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좋은 친구로 소문이 났다.

은행동 골짜기가 비좁아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기로 하면서 양문교회는
이웃 광주시 오포읍 고산리에 새 둥지를 틀었다.
회갑을 넘긴 고영희 약사는 권사님이 되어
여전히 교회 뒤쪽 구석에서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셨으나
어느 때 부터 가끔씩 아파서 모습을 감추었다.

평생을 동네 주민들과 교우와
가족들의 건강을 돌보고 챙겼지만     
당신의 고통과 건강을 미쳐 돌볼 틈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께 계획이 있었던지
고영희 약사에게 몹쓸 병이 찾아왔다.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영희 약사는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담담하게 순종하기로 하고서 
본향으로 돌아 갈 준비를 하며 기다렸다.  

슬픔도 가끔은 힘이 되고
고통도 때로는 축복이 되기도 한다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며 기도해 온 
신도들을 떠나서 하나님 곁으로 돌아가시는
고영희 권사는 하나님께서 
은행동 육일약국으로 보내주신 천사였다,
양문교회에 핀 아름다운 한 떨기 백합화였다.  
   

서덕석 <br>​​​​​​​(목사, 시인)
서덕석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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