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오스] 압록강과 두만강은 태평양에서 합류한다
[엘레오스] 압록강과 두만강은 태평양에서 합류한다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2.09.07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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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종생 목사(소금의집 상임이사)

장편소설 대지(大地)로 1938년 노벨 문학상을 탄 펄벅(Pearl S. Buck, 1892~1973) 여사일화가 생각이 난다.

1960년, 경주를 방문하던 중 지게에 볏단을 지고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싣고 농부도 소달구지에 타고 가면 좋을텐데’ 생각하고는 농부에게 “왜 소달구지를 타지 않고 힘들게 가시나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농부가 “에이, 어떻게 타고 갑니까? 저도 하루 종일 일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일했는데요. 그러니 짐도 나누어서 지고 가야지요.”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의 농촌풍경이었지만,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 이 모습을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고백했다.

또 한 번은 초겨울에 감이 달려있는 감나무를 보고는 “감을 따지 못해 그냥 두는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새들을 위해 남겨둔 까치밥”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와서 배려와 넉넉한 민심을 보았다며 탄복했다.

가난했지만 이런 넉넉한 인심이 있어 식사 때가 되면 주변의 모든 이들을 불러 같이 밥을 먹었었는데 지금은 경제적 형편이 한결 나아졌는데도 각박하기 그지없는 오늘이다.

너그럽다는 말을 사전에는 ‘넓어 감싸 받아들이는 성질이 있다 ’로 정의한다. 너그럽다는 말은 아량(雅量)이나 도량(度量)의 큰 그릇으로, 또는 관용(寬容)이라는 한자어의 의미를 포괄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넉넉하게 포용하는 큰 사람을 의미한다.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장백폭포를 이루고 압록강으로 흘러 서해에 이르며 두만강은 동해로 나갔다가 결국은 태평양에서 합류한다. 압록강이냐 두만강이냐, 서해냐 동해냐를 놓고 씨름하지만 종국에는 더 큰 바다 태평양에서 하나가 된다.

사도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에서 마음을 넓게 가지라고 권하고 있다. 조금만 더 멀리 내다보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아량도 조금은 넉넉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교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까칠해지고 예민해졌을까? 배척하고 제거하려고 금방이라도 싸움이라고 할 기세다. 우리 주님은 복음서에서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편 가름의 경계선을 걷어내고 있다.

시인 조희선은 <하느님 바보>에서 이렇게 썼다.

높은 것 낮은 것도 구별할 줄 모르고

좋은 것 싫은 것도 골라낼 줄 모르고

손해 이익 따위 계산할 줄 모르고

네 편 내 편도 만들 줄 모르는

하느님은 바보

오직 하나

사랑만 아시는

사랑밖에 모르는 하느님, 바보!

서로 다르지만 바다처럼 모두를 품는, 좀 더 너그러운 한국교회를 그려본다.

김종생 목사<br>빛과소금 대표<br>​​​​​​​글로벌 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br>
김종생 목사
빛과소금 대표
글로벌 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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