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 칼럼] 의도적 허비
[데겔 칼럼] 의도적 허비
  • 김승호 교수
  • 승인 2022.08.1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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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승호 교수(영남신대)

오늘날 목회자는 ‘바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목회자는 일주일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목회자마다 시간 사용에 있어서 효율성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목회 활동에서 효율성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효율성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다 보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그것은 목회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인 한 영혼에 대한 사랑이 약화되고, 사람을 무리나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화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교회 성장의 주역으로 주목받는 목회자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냉담한 인간으로 평가받는 목회자가 있다. 그것은 그가 성공적인 사역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한 영혼에 대한 사랑이 식은 때문이 아닐까? 스스로는 고귀한 하나님의 사역을 수행해 왔다고 자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자부심은 자신과 성도들을 바쁜 상황 가운데로 몰아넣으면서, 자신과 성도들을 자신의 목회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긴 결과일지도 모른다.

목회자는 바쁜 상태 자체가 마치 자기 능력의 표시인 양 여기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목회자는 의도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바쁜 환경에서는 스스로를 진지하게 대면할 수 없고, 진정한 영성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쁨은 열정의 표시일 수 있지만, 지나친 바쁨은 잘못된 탐욕의 표시일 수 있다. 구약에 나오는 안식일, 안식년, 희년 개념은 바쁜 상황 속에서 허덕이는 현시대의 탐욕에서 벗어나 여유와 쉼, 숨 고르기의 환경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목회자는 시간 사용에 있어 ‘의도적 허비’ 개념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 개념은 타인의 필요를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비워놓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잠시 부여받은 것’임을 고백하는 신앙 고백적 행위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언제라도 자신의 시간 계획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겸손히 하나님 앞에 인정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촌각을 아껴 바쁘게 사역하는 목회자일수록, 시간 사용에 있어 ‘의도적 허비’ 개념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탐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중요한 결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바빠도 기도 시간을 실천하는 것이 목회자에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과 같은 이유이다.

사도행전 16장에는 사도바울이 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려 했지만, 성령께서 이를 막으시고 마게도냐로 인도하시는 내용이 나온다. 목회자 역시도 스스로 심사숙고한 시간 계획이라 해도, 그것은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바울처럼, 자신의 시간 계획이 하나님의 뜻과 배치될 수 있다.

그런데 목회자는 예기치 않게 자신의 시간 계획이 틀어질 때, 상당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는 자신이 세운 시간 계획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지만, 이런 분노의 표출은 자신의 시간 계획을 절대화하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시간 계획과는 다른 상황에 직면할 때, 그 상황에서 목회자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내가 세운 시간 계획과 다르게 전개된 하루가 더더욱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데 쓰임 받는 하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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