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 들보] 성경적이라는 것이 모두 다 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티와 들보] 성경적이라는 것이 모두 다 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 정종훈 교수
  • 승인 2022.08.1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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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정종훈 교수(연세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성경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섭리가 신구약 전체 성경에 충분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오늘 여기에서 어떻게 그 뜻에 순종할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우리의 생활신앙의 삶은 ‘성경’이라는 텍스트(Text)와 ‘오늘 여기’라는 콘텍스트(Context)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관계 속에서 구성된다. ‘오늘 여기’를 상실한 성경은 독선적 교리나 이데올로기로 전락할 수 있고, ‘성경’을 상실한 ‘오늘 여기’는 세속주의나 비기독교로 전락할 수 있다. 성경은 왕정 시대에 기록되었고, 가부장적 사회를 반영하고 있으며, 게다가 모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에서 왕의 전횡적인 권력과 노예제의 일상을 볼 수 있고, 남편 또는 아버지로서의 남성과 아내 또는 딸로서의 여성이 주종관계나 소유관계로 규정된 것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다양한 저자와 삶의 정황(Sitz im Leben)이 다른 전승들에 따라 편집된 성경 안에서 서로 불일치한 내용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성경은 보편과학의 측면보다 신앙고백의 측면에서 기록되었기에 우리는 거기서 보편과학을 찾을 수는 없다. 우리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고백하는 것은 옳지만,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는 책이라고 주장할 때는 위험할 수 있고, 때로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과 죄 된 인간의 실존,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 가운데 선물로 주어진 하나님의 나라와 인간 구원의 길을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틀림없다.

그러나 성경은 시대적인 한계가 그대로 반영된 인간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오늘 여기’에서 문자적으로 고지식하게 적용하려고 할 때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기독교가 이웃종교인 유대교나 이슬람교와 구약성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들과 서로 다른 것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빠진 기독교는 상상할 수 없다. 기독교라는 말조차 그리스도교를 한자로 번역한 것이 아닌가. 기독교의 중심인 예수는 기름 부음을 받은 메시아(=그리스도)로서 다스리는 왕으로 오셨지만, 군림하지 않고 섬기는 왕으로 사셨다. 하나님 앞에서 화해시키는 제사장이셨지만, 다른 동물을 희생하기보다 스스로를 희생제물로 바친 제사장이셨다.

그리고 예수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을 전하는 예언자로서 말로만 전하지 않고 언행일치의 삶으로 전한 예언자가 되셨다. 기독교인이란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을 삶으로 실행한 예수처럼 살 때, 그들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며 영생을 살 수 있음을 믿는 사람들이다. 예수께서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를 따르지 않는 기독교인은 사실 기독교인이 아니다. 예수가 감당한 십자가의 값비싼 은혜를 값싼 은혜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껍데기만 기독교인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죄인을 부르신 예수,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신 예수, 당신을 죽이는 원수조차 사랑하신 예수, 바로 그 예수가 우리의 길이고, 진리이고, 생명임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이 승인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기독교의 정당한 정치참여를 부정하며 모든 권력 앞에 무조건 복종할 것을 강요당했던 때도 있었다. 주5일만 근무하는 것이 안식일 계명을 위반한다고 반대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다. 교회에서 잠잠해야 할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다고 목사안수를 거부하는 교단이 아직도 있다. 교회 세습은 아론 가문의 제사장직 계승과 같다며 오히려 찬양하는 목사들조차 있다. 동성애를 조장하는 차별금지법은 역차별이라고 적극 반대하는 기독교인까지 있다. 이 모든 것이 ‘성경적이라’는 주장 아래 이루어졌고, 여전히 주장되고 있음을 보라. 이제라도 우리는 성경을 예수의 눈으로 읽지 않고,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지 않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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