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42) - 협상으로 해결하다
아라우의 후예(42) - 협상으로 해결하다
  • 엄무환 국장
  • 승인 2022.08.0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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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철원 집사(전아라우부대장, 예비역 대령)

2013년 연말에 갑작스럽게 필리핀 파병이 결정된 아라우부대는 파병예산이 긴급하게 편성되다보니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또한 태풍피해로 현지 금융망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부대계좌를 마닐라에 개설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예산을 입출금시에는 비행기로 이동해야 했고 빈번하게 비행이 제한되어 배와 차량으로 8시간 이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라우부대 협조반과 군수반은 예산이 가장 필요한 파병초기, 임무수행에 가장 중요한 급식, 유류, 차량보험 계약을 탁월한 협상력을 발휘하여 좋은 조건으로 체결하였다. 이러한 계약들은 국방예산을 절감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라우부대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부두에 정박해 있는 우리 군함
부두에 정박해 있는 우리 군함

급식 계약 군수반은 세부에 도착한 날부터 시장조사를 실시, 품목의 세부 형상과 품질을 확인하였고, 병행하여 계약서 초안과 특수조건을 작성하였다. 세부한인회로부터 마트 3개 업체를 소개 받았지만 유일하게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H마트를 우선 계약협상업체로 정했으나, 우리가 예산이 없다보니 선금 지급을 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또한 한국의 국내법인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정부와 계약하는 업체는 계약이행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이는 전체 계약금액의 10%인 1.5억원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현지 필리핀의 계약법은 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서 우리가 요구를 하니 H마트측은 난색을 표명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계약금과 선입금을 줄 수 없고, 대금은 물건이 납품된 후 이상이 없을 경우 최단시간 내 지급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대신 우리가 현지 계약법을 존중하여 별도의 계약이행보증금은 예치하지 않아도 좋지만, 문제 발생 시에는 H마트측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변상하겠다는 합의각서를 작성토록 했다. 결국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급식계약을 외상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하였다.

이로써 파병초기 한달간 대금 지급없이 부식을 지원받았고 다른 섬에서 배와 비행기로 부식을 매일 공급받아야 됨에도 파병기간 중에 기상에 관계없이 주식과 부식을 원활하게 지원받을 수 있었다.

유류계약 부대가 전개하면 해군 상륙지원함 2척과 복구작업에 투입될 중장비와 차량 72대의 운행을 위해 유류공급이 제일 시급했다. 협조반은 본대가 전개하기 전인 12월 18일 세부에 도착하여 유류계약에 최우선을 두고 임무를 수행하였다. 세부의 유류회사들은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하는데 대금을 내년 1월 중순에 지급한다고 하자 유류회사 모두 난색을 표명하였다.

협조반장은 “우리는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파병된 부대이므로 대금은 이상 없이 지급할 것이다. 유류계약을 하지 않으면 당장 27일 세부항에 도착하는 상륙함 2척에 유류를 공급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유류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대에 돌아갈 수 없다.” 라고 배수진을 치고 설득하였다.

그리고 국방무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아 외상구매를 위한 신용장을 개설하여 가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협상을 통해 12%의 세금 감면과 추가로 리터당 3페소(75원)의 특별할인을 받았다. 이는 파병부대의 1년 유류 사용량을고려할 때 약 2억 원 이상의 예산절감을 가져오는 성과였으며, 물론 대금지급 없이 한 달간을 외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마닐라에서 작전지역까지 유류 트레일러가 배를 두 번 갈아타며 3일이나 걸려서 도착이 되었지만, 아라우부대는 파병기간 중 유류로 인하여 임무수행이 제한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현지 지방정부와 필리핀군이 유류공급이 안 되어서 우리에게 유류지원을 요청하였다

차량보험 계약육본에서는 예산이 1월 중순경에 조치되니 어떻게든 본대가 도착하여 차량을 운행하기 전에 보험계약을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하지만 현지 실사결과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세부 한인회는 “현재 필리핀 내 한국인 차량 외에는 대다수가 차량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심지어 차량등록도 안 된 경우가 허다하다. 차량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300~500만원 정도면 합의가 가능하므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합의하는 것이 더 빠르고 쉽다”라고 했다.

더군다나 “한국군이 활동할 레이테주의 타클로반 지역은 태풍 ‘하이옌’에 의해 정비업체들도 모두 피해를 입은 상황이어서 사고발생 시 제대로 보험 처리되는 정비지원을 받을 수 없다”라는 것 또한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였다. 12월 28일 본대가 타클로반에 도착한 후, 장비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2014년 1월 3일까지 차량보험은 해결되지 않았다. 외상으로 보험금 납입도 없이 누가 차량보험을 들어주겠는가? 현지 지상교통관리사무국(LTO) 책임자는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당사자와 합의하면 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하루에 몇 십대의 부대중장비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1초라도 빨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에 마닐라에 보험회사를 접촉하였다. 그리고 차량보험 예산을 아직 수령하지 못해 보험료를 계약일자와 상관없이 1월 중순 이후에 입금 가능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현지 유류회사 유류납품1
현지 유류회사 유류납품1
현지 유류회사 유류납품2
현지 유류회사 유류납품2

필리핀 보험회사의 자차보험료가 상당히 높았으며 차량가액에 따라 보험료가 차이가 많이 났다. 즉 같은 차종이라도 차량가액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차보험액을 낮추기 위해 차량가액의 60%를 감액하여 서류를 제출하자 보험회사는 한국 차에 대한 시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항의를 해왔다.

나는 “한국 군부대는 정부로부터 세금을 제외한 공장도 가격으로 차량을 공급받기 때문에 시세의 절반정도 가격이 우리의 차량가액이다”라고 얘기를 했다. 결국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최종적으로 차량 보험계약에서 보험료를 1.3억 원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보험회사와 협상 시 차량 당 1,000페소(2.5만 원)에 해당하는 책임보험료를 보험회사가 대납해주어서 200만 원 가량의 예산도 추가로 절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보험료를 입금하는 정식계약이 이루어지기 전에 ‘안전계약(Safty Coveragy)’이라는 가계약이 1월 15일에 발효되어 모두가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이는 보험회사와 협상 시, 아라우부대가 단순한 개인 또는 법인의 계약자가 아닌 정부기관임을 인식시키고 한국정부의 예산시스템상 보험료 지급이 지연됨을 이해시켜 돈 한 푼 없이 외상으로 보험이 선先 적용된 것이었다. 정식계약은 이로부터 10일 후인 26일경 적용 되었다.

이때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과 협조하여 아라우부대가 한국 파병부대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보내 12%의 세금감면 혜택도 받았다. 결국 배정된 차량보험예산의 절반을 절약하였고 그것도 보험적용 20일 후인 1월 말에 대금을 지급하였다.

이렇게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된 재난지역에서 보급지원의 문제없이부대원들이 임무수행을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세부 한인회장(조봉환)과 교민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국방무관의 헌신적인 협조 그리고 아라우부대 협조반과 군수반의 전문성과 협상력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얘기한다. “필리핀 사회에서 유류, 급식, 보험을 외상으로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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