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41) - 농업지도자 양성 학교
아라우의 후예(41) - 농업지도자 양성 학교
  • 엄무환
  • 승인 2022.07.29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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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철원 집사(전 아라우부대장, 예비역 대령)

필리핀의 주 산업은 농업으로 전 노동인구의 55%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주로 쌀, 옥수수가 주식이고 아바카, 설탕, 담배, 코코넛 등을 수출하고 있는데 생산성이 낮다. 이러한 낮은 생산성의 원인은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에서 기인한다.

재방문 행사
재방문 행사, 좌측 앞줄 세번째 이철원 집사 다섯번째 권영해 전 국방장관

수많은 소작인들이 생산한 곡물의 반(50%)을 지주에게 바쳐야 하고 더욱이 잦은 태풍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빈곤은 사회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땅을 경작을 하지 않고 놀리고 있었다.

지주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이상이 없기 때문에 힘들게 농사를 짓지 않았고 대부분의 농민(농촌인구의 70%가)들은 자기 땅이 아니라 농사를 못 짓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필리핀은 2~3모작이 가능한 자연환경으로 쌀농사 여건이 좋지만 쌀을 수입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더욱이 필리핀 정부는 중국과 카타르 등 외국기업에 농지를 빌려주고 있어, 이들은 현지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모두 본국으로 가져가고 있으므로 필리핀 농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태풍 피해 직후 많은 나라의 구호단체들이 구호물품을 나누어 주면서 현지 인사들에게 “너희는 이렇게 좋은 자연조건에서 왜 농산물을 재배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였다.

그래서 팔로시장은 도심 한가운데 공터에 흙을 가져다 붓고 외부 단체에 보여주기 위해 시범농장을 운용했다. 이는 본인들도 도움을 받으면서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팔로시는 아라우부대의 지원을 받아 한국 기독교단체의 후원으로 김치농장을 운영하여 한동안은 김치농장에서 야채를 사다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5개월이 지나서 땅 주인인 촌장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농장이 중단되었는데 역시 시장도 땅 주인을 어떻게 하지는 못하였다.

레이테주의 대부분의 농민들은 코코넛이 주 수입원이었다. 그런데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코코넛 나무가 많은 피해를 입어 향후 10년간은 코코넛 수확이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주지사는 농민들에게 코코넛 대신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대체 작물과 채소 위주의 고소득 작물을 소개해 주려고 노력하였다.

주지사는 여러 번 나에게 양파와 부로콜리 등을 레이테주 환경에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9월초 권영해 전 국방부장관이 한국전 참전용사를 격려하기 위해 아라우부대를 방문했을 때 이런 사항을 언급하였다.

이에 권 장관은 필리핀을 여러 번 방문하며 농업환경을 관찰해 왔다면서 이곳의 무너진 농업기반을 세우기 위해 농업 관련 학교를 만들어 우리의 기술을 전파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다음 날 권 장관과 함께 주지사를 방문하여 농업분야에 투자와 농업학교 설립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주지사는 본인도 농업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하며 농업담당관과 토의 후에 타나완시에 농업학교를 지을 정부부지 2헥타르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었다. 우리는 1주 후에 타나완시 2헥타르의 땅에 농업학교 공사를 착수하여 사무실과 교실 3개, 교관요원 숙소 1동(2층), 창고, 주차장 등을 10주 만에 완공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필리핀에서 철수하기 직전인 12월 17일 농업학교 완공식을 실시하는 자리에서 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레이테 주지사, 한국 국제농업개발원 등과 합의각서를 체결하였고, 이 농업학교를 ‘아라우 농업지도자 양성학교’로 명명하였다. 향후 50년 간 운영할 계획으로 아라우부대 장비인 포크레인, 덤프, 급수차 등을 기증하였고 추가적으로 한국의 국제농업개발원에서 트랙터와 이앙기 등을 기증하였다. 이곳에서 배출될 농업지도자들은 6개월의 교육을 마치고 각자의 농지에 학교에서 배운 기술과 지원받은 씨앗, 비료 등을 이용하여 특정작물을 재배하게 될 것이다.

농업학교 부지정리
농업학교 부지정리
농업학교신축공사
농업학교신축공사

과거 70년대 대한민국에 통일벼를 보급해준 필리핀에 이제 대한민국이 ‘아라우’란 이름의 농업지도자 양성학교를 세워준 셈이다. 태풍피해를 입은 농부들이 대한민국의 선진농법을 익혀 레이테주, 나아가 필리핀 농업의 선구자가 되고 ‘남북통일 이후에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의 쌀 생산이 가능한 땅’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 ‘아라우 농업지도자 양성학교’의 건립이 우리의 ‘마지막 땀방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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