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감
[사설] 유감
  • 가스펠투데이 보도팀
  • 승인 2022.07.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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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은 의미에 따라 두 가지의 뜻을 갖는다. 하나는 단순하게 느끼는 바가 있는 상태(有感)를 가리키고 또 다른 하나는 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遺憾)을 말한다. 두 단어는 다 같이 느낌과 관련된다. 전자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을 가리키지만 후자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정적이고 편향적인 감정을 가리킨다. 전자는 그야말로 느낌일 뿐이다. 감정적인 앙금이나 그로 인한 구체적인 행동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상태이다.

보통 유감이란 말이 사용될 때엔 후자의 의미로 써진다. 그 유감은 지극히 사회학적인 용어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체 속에서 만들어진다. 유감은 흔히 감정의 표출로 나타나고 결국 갈등과 다툼을 야기한다. 물론 유감은 빨리 해소하는 것이 좋다. 유감이 심화되면 고착화되고 그렇게 되면 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감은 양 쪽 당사자를 다같이 힘들게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극적 결말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인류 역사에서 모든 다툼의 시작점엔 항상 유감이 있었다.

성경을 보면 가인은 유감을 극대화시킨 나머지 비극적 결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가인은 자신의 제사를 받지 않으신 하나님께 유감이 있었다. 자기 혼자 제물을 드렸는데 받지 않으셨다면 유감이 덜 했을지 모른다. 아벨과 함께 제물을 드렸는데 아벨의 것은 받으시고 자기의 것은 받지 않으신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몹시 분한 나머지 가인의 안색이 변한다. 여기에서 끝났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불행히도 그의 유감은 아벨에 대한 유감으로 이어진다. 끝내 해서는 안 될 짓을 한다. 가인의 유감이 섭섭하고 부정적이고 편향적인 유감이 되었을 때 그로 인한 살인, 그 살인으로 인한 하나님의 징벌, 그 징벌로 인한 자기 후손의 불행이 계속 파급된다.

사울은 다윗에게 유감이 많았다.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하면서 백성들이 다윗을 사울보다 위에 두었을 때 사울은 다윗에 대하여 유감을 갖게 된다.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사울은 그런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했다. 다윗은 신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죽이려 덤벼드는 사울에 대하여 못마땅해 하는 유감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왜 그런 유감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다윗은 참는다. 엔게디 광야 동굴에서 사울을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제한다. 다윗의 이런 절제는 그의 유감이 중립적이었기에 가능했다.

사람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사람이 갖는 감정, 유감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립적인 유감은 말 그대로 어떤 사람이나 현상을 보고 갖게 되는 느낌이다. 이것이 긍정적으로 발전하면 좋은 것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관심과 배려, 사랑과 도움이 이로부터 생겨난다. 그러나 이 유감이 못마땅해 하는 섭섭한 유감으로 나타난다면, 그것도 부정적으로 치닫게 되면 안 좋은 것이 야기될 수 있다. 미움과 배척, 무시와 냉소 등이 생겨나지 않겠는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일단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감정이란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그 감정은 어떤 때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유감으로, 어떤 때는 부정적이고 주관적인 유감으로 나타난다. 가인은 처절하게 실패한다. 그의 유감은 섭섭함을 갖는 것이었다. 다윗은 성공한다. 유감을 갖되 유감(有感)으로 할 뿐 유감(遺憾)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물며 그의 유감은 참을성이 있었다. 때문에 유감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교회는 공동체이기에 교우들 간에 서로 유감이 있을 수 있다. 교회에서 생겨나는 갈등의 근저에는 늘 유감이 자리한다. 유감을 되새기기 보다는 잊는 것이 지혜롭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유감은 있기 마련이다. 설령 유감을 표현하더라도 유감(有感)으로 하지 유감(遺憾)으로 하지는 말자. 후자는 파국을 만들어 내지만 전자는 발전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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